일본의 독특한 문화 중 ‘러브 호텔’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모텔과 비슷한 개념이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각양각색의 형태로 발전해온 러브 호텔은 한국 모텔보다 더 호화로운 외관, 시설, 다양한 콘셉트가 상상과 상식을 초월한다.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물론 해외 아티스트들도 기묘하고 매력적인 소재로 다루곤 한다.
아티스트의 창작을 위한 러브 호텔이 실제로 존재한다. 지바현 마쓰도시의 ‘파라다이스 에어(PARADISE AIR)’다. ‘AIR’는 ‘Artist in Residence’의 약자로, 아티스트들이 일시적으로 머무르며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파라다이스 에어는 도쿄에서 전철로 15~20분 거리인 마쓰도역에 위치한다. ‘라쿠엔(낙원)’이라는 이름의 파친코를 갖춘 폐 러브 호텔을 리모델링해 2013년 문을 열었다. 오피스, 스튜디오, 라운지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16개의 방 중에, 신청을 통해 아티스트가 무상으로 이용 가능한 레지던시 룸이 3개 있다. 러브 호텔 특성상 모든 룸의 구조와 인테리어가 각기 다른 것이 흥미롭다. 방음이 잘되어 있어 소음이 나는 작업이나 음악 작업도 문제없다. 미술은 물론 건축, 음악, 무대예술,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한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작업이나 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운영진이 적극 보조한다.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상시 신청이 가능한 쇼트 스테이 프로그램과, 일 년에 한 번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롱 스테이 프로그램이 있다. 롱 스테이 프로그램은 한 해에 단 1~2명을 선정하는데도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이 지원한다.
세계 곳곳에 다양한 성격의 레지던시가 있다. 대부분의 레지던시는 늘 짧은 기간 안에 어떤 성과를 이루어 발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른다. 파라다이스 에어는 아티스트에게 ‘1박1예(예술)’를 요구한다. 마쓰도는 에도 시대, 무사 행렬이 지나던 길에 형성된 숙박촌이다. 당시 숙박료 대신 그림을 두고 가는 손님이 종종 있었다는 이야기에 착안하여, 묵을 곳을 제공받은 아티스트들이 답례로 한 가지 예술 활동을 하도록 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작품이나 이곳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이 아니어도 된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활동을 존중한다. 작품보다 아티스트, 즉 ‘사람’을 앞에 내세운다.
지역 주민과 예술가를 잇는다. 특히 외국인 아티스트들에게 일본의 일상과 문화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타 레지던시에서 느끼는 부담감보다는 잠시 쉬어가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러브 호텔 본래의 역할에 더 가깝다. 인스타그램에서 #p_air를 검색하면 러브 호텔을 무대로 펼치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웹사이트 paradiseair.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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