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창일 때 서울을 찾았다. 서울에는 어쩐 일인가?
상상을 초월하는 한국의 무더위를 체험해보고 싶어서. 농담이다. 유니버셜 웍스를 취급하는 편집매장과 파트너들에게 내년 시즌의 새로운 컬렉션을 미리 소개하기 위해서다.
유니버셜 웍스의 창립자이면서 디자이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유니버셜 웍스를 만들기 전까지 여러 스트리트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에서 일했다. 영국적인 색깔과 블루칼라 워커의 작업복, 밀리터리 같은 클래식한 스타일이 유니버셜 웍스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렇게 브랜드를 시작한 지 곧 10주년을 맞는다. 비슷한 시기에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경영자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고민할 때도 있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혀 없다. 사업에 관한 건 좋은 옷을 만들기 시작하면 뒤따라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 경우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한 쪽이다.
한국에서 워크웨어 룩이란, 패션에 관심이 지대한 남자들만의 전유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니버셜 웍스의 옷은 전통적이고 동시대적인 데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실한 이들이 유니버셜 웍스를 입는 이유도 그 때문일 테고. 물론 지금 고객들이 우리의 옷에 충분히 만족하길 바라지만, 모든 사람들이 꼭 유니버셜 웍스의 옷을 입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여성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는 컬렉션을 만들려고 한다.
이번 2018 F/W 시즌 룩북이 꽤 귀엽더라. 호텔을 배경으로 작업했던데?
종종 여행을 통해서 영감을 얻거나 배운다. 이번 시즌 테마로 정한 럭셔리 호텔은 내가 처음으로 묵으며 인상 깊었던 스위스의 작은 호텔에서 떠올렸다. 하룻밤 여행객부터 돈 많은 노부부, 호텔의 벨보이와 지배인까지 사회의 각계각층을 보여주는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의 유니폼을 이번 시즌 아이템들에 녹였다.
각 아이템의 구성도 좋았지만 특히 전체적인 스타일링이 훌륭했다.
이런 큰 규모의 룩북이나 컬렉션을 구성할 때 스타일링은 주로 내 파트너인 스테파니가 담당한다. 모든 아이템을 다 담을 수는 없으니 레이어링이 특히 중요하다. 그녀는 새로운 방식으로 예상 밖의 인상적인 룩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애정이 가는 아이템이 있다면?
겨울옷을 이야기하기 좀 민망한 날씨지만 기대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는 플리스 카디건이다. 훌륭한 이탈리아산 울 원단을 펠트처럼 가공했고, 한겨울까지 영리하게 레이어링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두 번째로는 낙낙한 실루엣의 바지. 난 미리 하나 장만해뒀다.
외출 전에 빼놓지 않는 게 있나?
랩 톱. 모자라고 생각했겠지만 랩 톱을 빠뜨리는 날보다 모자 없이 외출하는 날이 더 많으니까. 정말이다. 패션 아이템을 하나 꼽기엔 어렵고,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건 무엇보다 레이어링이다. 오늘 같은 날에도 티셔츠와 셔츠를 입었다. 평상시 외출할 때는 보통 세 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거뜬하게 겹쳐 입는다.
Universal Works 2018 F/W
유니버설 웍스는 호텔을 이번 시즌 테마로 삼았다. 컨시어지의 유니폼에 가까운 것부터 여행자의 옷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을 컬렉션에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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