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와, 알아봐주니 고맙네. 10kg 정도 뺐다. 출연 중인 드라마(<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 너무 부하게 나오면 안 되니까. 사실 그동안은 벌크업된 내 모습을 좋아했다. 맞는 옷이 없다고 스타일리스트가 투덜대면, 그 모습에 희열을 느끼곤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살을 빼고 나니 좋은 점이 더 많다. 날렵해 보이기도 하고, 예쁜 옷도 많이 입을 수 있고. 사실 이번 화보도 살 뺀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서 찍겠다고 했다.
다이어트 비법이 있다면?
일단 공장에서 가공된 음식은 일절 안 먹었다. 밥도 도정하지 않은 현미만 지어 먹었다. 논밭에서 나온 것들, 그러니까 고구마, 감자, 호박 같은 채소를 삼시 세끼 배불리 먹었다. 단백질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는 흰살 생선 위주로 섭취했고. 사실 공장에서 생산한 닭 가슴살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당연 운동도 열심히 했다. 아,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초보자에게 크로스핏은 ‘비추’다. 잘못하면 관절 다 나가거든. 그보단 서킷 트레이닝이 훨씬 좋다. 턱걸이하고 어깨 운동하고, 바로 이어서
케틀벨 운동하는 정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몸을 만들 수 있다. 단, 올바른 자세로 운동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말하고 보니 헬스 트레이너가 된 기분이다. 하하.
그럼 이제 연예인 정진운 얘기를 해보자. 올해가 데뷔 10주년이더라. 감회가 남달랐을 거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렇지 않았다. ‘아, 나 10년 됐구나’ 이 정도? 아직 나를 찾아주는 데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10년 전에 함께 활동하다 잊힌 친구들도 많으니까. 게다가 나는 한 번 바닥을 친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한 번 떨어졌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에이, 지나친 겸손이다. 정진운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교통사고 후 1년 반 정도 재활을 했다. 그 후로 방송이 거의 안 들어왔다. 돈이 없어서 빚도 졌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들여다봤는데, 눈에 욕심이 가득 찬 내가 서 있더라. 그때 다짐했다. 가리지 않고 뭐든 열심히 해야겠다고. 지금은 그저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요즘은 바쁜 게 너무 좋다. 하루 스케줄이 두 개, 세 개 겹친 날이 제일 행복하다.
10년 전과 지금을 생각해보면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
여유가 많이 생겼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땐 항상 불안하고 초조했다. 2AM의 인기가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금세 다 잃어버릴 거 같고. ‘죽어도 못 보내’로 활동할 때가 특히 심했다. 그때 함께 일했던 회사 식구들을 지금도 가끔 만나는데, 내가 엄청 신경질적이었다고 하더라. 아마 너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 그랬던 거 같다.
그런 불안함과 초조한 마음을 내려놓은 계기가 있었나?
2AM이 점점 1위에서 멀어지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도 엄청 힘들었다. 연예인으로서 생명이 다했다고 생각했거든. 멤버 형들도 비슷했을 거다. 그러다 형들이랑 “우리만의 음악을 해보자, 좀 더 트렌디한 거 해보자” 이런 얘기가 나왔다. 순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맞다. 나 음악 하는 사람이었는데, 내 꿈은 록 스타인데, 내가 왜 돈과 명성에 집착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 나는 한 번쯤 떨어져봐야 정신을 차리는 사람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정진운은 데뷔 초부터 록 스타가 될 거라고 했다. 그러기엔 드라마나 예능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록 스타는 나 혼자 다 해먹는 거다. 밴드도 정말 멋있게 하고, 연기도 엄청 잘하고, 예능도 한 번 나갈 때마다 다 뒤집어놓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보위를 정말 존경하는데, 데이비드 보위는 최고의 록 스타였지만, 연기도 하고, 무대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나. 그런 록 스타가 되고 싶다. 후배에게 존경받는 스타.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이제 겨우 10년을 한 거다.
혹시 2AM 시절이 그립지는 않나?
아니 전혀. 눈치 안 보고 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2AM 형들과는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음악 성향은 다들 조금씩 다르다. 2AM 시절에 내가 쓴 곡이 앨범에 수록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디렉팅을 하다가 스트레스성 위염이 왔다. 내가 막내이다 보니 “형, 이렇게 불러주세요” 하는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 우리는 오히려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더 돈독해졌다. (조)권이 형은 입대 전날까지 자주 봤고, (이)창민이 형과는 주로 술을 마신다. 먼저 군대에 간 (임)슬옹 형과도 자주 전화하고.
언젠간 2AM으로 다시 꼭 뭉칠 거다. 그땐 서로 만든 음악을 같이 불러보자고 약속했다. 물론 나까지 군대에 다녀온 후가 되겠지만.
2AM과 정진운 밴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차트 순위? 하하. 사실 처음엔 좀 놀랐다. 50위 안에도 못 들어갈 줄은 몰랐거든. ‘와, 이렇게 멋있는데, 50위도 못한다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문제더라. 나는 어떤 가수의 앨범을 사도 타이틀 곡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대중적인 성향이 아니다. ‘순위에 없는 게 당연하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 하는데!’ 아마 다음 달에 발표할 노래도 차트에서는 볼 수 없을 거다. (윤)종신이 형이 처음 들어보더니 “굉장히 콘셉추얼하구나?” 하셨거든. 하하.
어떤 음악이기에?
신나는 신스 팝이다. 멕시코 등 남미 여행을 하면서 느낀 활동적이고 컬러풀한 느낌을 많이 담았다. 음악에 대한 영감을 여행 중에 많이 찾는 편인가 보다. 그런 편이다. 그 나라의 자연환경이나 건축물, 미술, 음식, 술 이런 것에서 불현듯 영감을 얻을 때가 많다. 또 사람들에게서도 영감을 많이 받는다. 나라마다 사람들 특성이 조금씩 다르지 않나.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의 시야로 들어가서 생각하다 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꽤 많이 생긴다. ‘저 사람은 날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런 생각하는 것도 재밌고.
그럼 나는 지금 정진운을 어떻게 보고 있을 것 같나?
음…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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