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한 2010년쯤이었나? 유튜브에서 케빈 오는 꽤 유명했잖아요. 기타 치고 노래하는 모습이 멋져서 저도 팔로했었는데 엄청 오랜 시간이 흘러서 이렇게 직접 보니까 진짜 반갑네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일단 그때부터 저를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 당시엔 아무 기대 없이 유튜브 영상을 올렸어요. 직업으로서 음악을 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물론 열정이나 꿈은 있었지만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 겁이 났어요. 왜냐면 저는 뉴욕에서 계속 자라서 그때까지 한국에 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서툴지만 그때는 한국말이 더 서툴렀으니까요. 2015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도전해보자 생각하고 한국에 와서 <슈퍼스타K>에 참가했어요. 몇 년이 더 지난 지금은 새로운 장르를 붙잡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마음은 처음 한국 왔을 때랑 비슷해요. 걱정되면서도 설레고요. 근데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혼자 음악 했을 때랑 직업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지금은 확실히 다르지 않아요?
일단 음악이 제 직업이 됐다는 것 자체가 다르죠. <슈퍼스타K> 나갔을 때는 오히려 고민을 많이 안 했어요. 방송이 끝나고 난 다음에야 ‘어? 이제 뭐하지? 나는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지?’ 음악적 정체성을 찾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슈퍼스타K> 우승하고 나서 1년 정도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서 이것저것 나에게 맞는 음악이 뭘까 계속 실험해봤어요.
이번에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타일의 변화예요. 다들 ‘이렇게 잘생겼었나?’ 하더라고요.
‘연인’이라는 싱글을 발표하면서, 외모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지금까지는 바른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린 것 같은데 실제로 저를 만나거나, 친해지게 되면 자유로운 면도 보이거든요. 제가 가진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동안 발표했던 케빈 오 음악은 감성이 세련됐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었는데요. 반대로 얘기하면, 조용히 시작해서 점점 고조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특유의 정서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한국 사람의 음악적 정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어요?
특히 이번 싱글 앨범 작업을 하면서 많이 생각해봤어요. 전에는 나만 만족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었는데 한국에서 3년 동안 살면서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노래 가사와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요즘엔 한국어 수업도 열심히 하고, 연기도 배우고 있어요. 한국어를 말할 때는 발성부터 혀 위치가 아예 다르거든요.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있어도 전달되지 않으면 아쉬우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정통 한국 발라드 스타일을 택한 것도 저에겐 큰 도전이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거든요.
‘연인’이 앞으로 케빈 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인가요?
이제는 마음을 결정하고 나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 노래를 발표했을 때는 그 곡의 프레임만 있었는데 그다음 단계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은 없었다고 할 수 있어요. 이제는 새로운 팀도 찾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면서 그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저는 마음을 완전히 결정했어요. 이런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요.
평소에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맞아요?
하하. 물론 진지한 면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영어 할 때요. 지금도 킬라그램과 영어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어요. 낮 시간대라서 활기 있고 재미있어야 해요. 영어로는 굉장히 재미있게 말할 수 있는데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서 웃기고 싶어도 어딘가에서 끊어지는 거 같아요. 해석이 잘 안 돼요. 그래서 그만큼 한국어 공부에 대한 욕심이 커요. 표현을 막 하고 싶은데 답답해요. 일단 공부로 이겨내려고요.
한국어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해요?
책 보면서 수업도 하는데요. 연기 수업은 예를 들어 뉴스의 앵커 브리핑 같은 것도 해보고, 혹시 <건축학개론> 영화 보셨어요? 제 성격과 정반대인 조정석 씨의 대사로 배우고 있어요. 막 던질 수 있는 말들을 배워요.
와, 그럼 이제 좀 더 자유롭게 막 표현하는 음악을 하겠네요?
이전까지는 다 못 보여드린 것 같고요. 한정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그걸 깨버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배우고 있어요.
<슈퍼스타K>도 그렇고 <불후의 명곡>도 진짜 큰 무대에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잖아요. 가장 떨렸던 무대는 뭐였어요?
저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덜 떠는 거 같아요. 가족 앞에서, 할머니랑 할아버지 앞에서 노래할 때 제일 긴장돼요. 집에 3명 정도 모이면 항상 “케빈, 기타 가져와!” 했었거든요.(웃음) 첫 팬 미팅 했을 때 되게 많이 긴장했어요. 작은 공연장이었는데 거의 2백 명 정도 앞에서 했어요. 그 이후에는 팬들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게 많이 아쉬워요.
서울살이 3년 차인데, 주로 어디서 놀아요?
요즘은 진짜 고등학생처럼요, 여러 가지 배우느라고 바빠요. 아까 말씀드린 한국어 수업이랑, 연기 수업 같은 것들이요. 수업 없을 때는 집에서 쉬고 복습도 하고 연습도 하느라 동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요. 작업실은 한강 근처라서 덥지 않을 때는 따릉이도 타고요. 저는 서울 강북 동네를 좋아해요. 정동 좋아하고, 교회도 거기 있어요. 익선동과 광화문도 되게 좋아해요. 아, 그리고 예전에 보광동에 살았어요. 이태원도 좋지만 보광동은 저에게 사랑스러운 동네예요.
한국 생활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뭐예요?
서울 생활은 뉴욕 맨해튼에서 사는 것과 느낌이 비슷해요. 이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요. 누구를 만나고 싶다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잖아요. 지하철 타면 한 시간 안에는 서울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그게 참 좋아요. 진짜 바쁜 도시에 사는 느낌도 좋고요. 전에 국제 면허 있었을 때 운전도 했는데 차가 많이 막히는 것도 뉴욕이랑 비슷해요. 하하.
"지금까지는 바른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린 것 같은데 실제로 저를 만나거나,
친해지게 되면 자유로운 면도 보이거든요. 제가 가진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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