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구찌의 판타지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 제목은 ‘사이보그’.

UpdatedOn July 31, 2018

/upload/arena/article/201807/thumb/39371-323504-sample.jpg

솔직히 그가 영화를 만든다면, 내용은 분명히 기괴할 거다. 구찌 안에서 보여주는 그의 끝없는 판타지가 담긴 영화라니. 적어도 패션계에선 두고두고 회자되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2018 F/W 구찌 아시아 프레스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한 후의 개인적인 바람일 뿐이다. 구찌도 알레산드로 미켈레도 그런 계획을 말한 적은 없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1807/thumb/39371-323505-sample.jpg

 

올해 초반 2018 F/W 구찌 컬렉션을 선보였을 당시엔 수술실을 모티브로 한 패션쇼장, 모델의 얼굴을 똑같이 본뜬 두상 모형을 그 모델이 직접 들고 나오는 콘셉트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났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심지어 6개월 전부터 얼굴을 본뜨고, 제작하기 시작했었다고. 치밀하게 준비해온 이 컬렉션은 처음부터 의미심장했다. 주제는 ‘사이보그(Cyborg)’. 그 시작은 미국의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D. J Haraway)의 ‘사이보그 선언(A Cyborg Manifesto)’에서부터. 그녀는 인간과 기계, 남성과 여성 등 이분법적인 논리를 비판하며 이를 극복하는 상징으로 사이보그를 미래의 인간형으로 제시했다. 구찌에게 사이보그는 포스트 휴먼(Post-human)을 뜻한다. 자연과 문화, 남성과 여성, 평범함과 이질성, 정신과 물질 등등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들을 한데 뒤섞어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역설적이고도 이상적인 생명체라고 판단했다.

구찌의 사이보그는 태생적으로 정해진 것, 폭력이나 정해진 틀에 맞춰 생성된 것,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갇혀 있지 않다. 스스로 변신을 거듭하며 무엇이 될지를 결정하는 미래의 이상적인 인간형을 표방한다. 생물학적으로 명확히 규정할 수 없고, 규정할 필요 없는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두상 모형을 스스로 들고 나온 모델은 머리가 두 개인 용의 후손, 손에 눈에 있고,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파우누스 뿔이 달려 있기도 하다. 성역 없이 혼재된 옷, 기이하게 뒤섞인 레이어링, 기준 없이 전혀 다른 제각각의 캐릭터들이 난무했다. 이쯤 되니 구찌의 ‘사이보그’란 영화를 다시금 상상하게 된다. 윤리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의미를 지닌 내용.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괴하고, 유쾌한 장면들. 딱 이대로의 콘셉트와 스토리로 누군가 꼭 제작해줬으면.  

영화 속 등장인물 같은 백스테이지 모델들.

영화 속 등장인물 같은 백스테이지 모델들.

영화 속 등장인물 같은 백스테이지 모델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파우누스 뿔을 단 모델.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파우누스 뿔을 단 모델.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파우누스 뿔을 단 모델.

2018 F/W 구찌 컬렉션.

2018 F/W 구찌 컬렉션.

2018 F/W 구찌 컬렉션.

홍콩에서 진행된 구찌 2018 F/W 아시아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홍콩에서 진행된 구찌 2018 F/W 아시아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홍콩에서 진행된 구찌 2018 F/W 아시아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홍콩에서 진행된 구찌 2018 F/W 아시아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홍콩에서 진행된 구찌 2018 F/W 아시아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홍콩에서 진행된 구찌 2018 F/W 아시아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최태경
PHOTOGRAPHY 아이맥스트리

2018년 08월호

MOST POPULAR

  • 1
    쓸고 닦고 광내고
  • 2
    봄기운이 만연한 이부자리
  • 3
    Shirts Boys
  • 4
    없는 게 없는 포차
  • 5
    오늘의 트로트

RELATED STORIES

  • ARTICLE

    2022 17th A-awards

    에이어워즈는 진정 연말의 신호탄이다. <아레나>의 독자와 친구들을 서슴없이 불러 모아 만끽했던 제17회 에이어워즈의 밤을 돌아봤다.

  • ARTICLE

    김종현, ”솔로 앨범 은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내”

    김종현의 뉴이스트에서 솔로로 컴백 인터뷰와 화보 미리보기

  • ARTICLE

    NCT 태용, 창작의 힘

    NCT 127의 리더 태용은 멈추지 않고 창작한다. 가사, 비트, 그림, 영상, 무엇으로든 표현하는 태용은 만들면서 힘을 얻는다.

  • ARTICLE

    최원영, “<슈룹> 즐거운 분위기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남달랐다”

    배우 최원영의 남성미 넘치는 화보와 인터뷰 미리보기

  • ARTICLE

    뉴욕 마라톤 우승을 이끈 언더아머의 운동화

    마라톤 선수 셰런 로케디가 언더아머와 함께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MORE FROM ARENA

  • FASHION

    Twenty Four Hours a Day

    서울 24시, 그 속에 담긴 34개 브랜드의 50가지 형상들.

  • REPORTS

    담담하게, 정기고

    정기고는 갑자기 찾아온 인기에도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그것은 단단하게 자신의 음악을 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담담함이었다.

  • INTERVIEW

    NCT 태용, 창작의 힘

    NCT 127의 리더 태용은 멈추지 않고 창작한다. 가사, 비트, 그림, 영상, 무엇으로든 표현하는 태용은 만들면서 힘을 얻는다.

  • LIFE

    빌런에서 레전드로

    데드맨은 영혼이 없으니 맞아도 괴로워하지 않았다. 필살기를 당해도 좀비처럼 깨어나 영웅을 굴복시켰다. 침대에서 레슬링을 연마하던 우리는 정의가 무너졌다며 좌절했다. 우리는 정의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어떻게 생긴 건진 알았다. 근육질의 밝고 쾌활한 아저씨다. 정의란 강하고, 절대적이며, 악당은 비열하고 오만한 것임을 프로레슬링을 보며 체득했다. 오컬트 캐릭터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여느 안티테제가 그렇듯 관중을, 아이들을 매혹시켰다. 그런 언더테이커가 지난 11월 20일 은퇴했다. 빌런에서 레전드가 된 그의 커리어를 짚는다.

  • INTERVIEW

    몬스타엑스 아이엠 'I.M. WHAT I AM' 화보 미리보기

    몬스타엑스 아이엠, 고딕 컨셉의 화보와 진솔한 인터뷰 공개 “그룹과 어우러지면서도 나만의 색을 간직하는 것, 그게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