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he Diner
벤투라 센트랄레(Ventura Centrale)는 지난해부터 밀라노 중앙역 옆의 거대한 창고를 전시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해 화제를 모았다. 단 6개의 공간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물리치고 벤투라 센트랄레 전시장을 차지하는 것만으로 전시의 반은 성공한 것과 같다. 그중 올해 팝업 레스토랑으로 문을 연 ‘더 다이너’는 아메리칸 다이너 스타일을 표방한 팝업 레스토랑으로 동굴 같은 아치형 내부를 활용한 디자인 감각이 돋보였다. <서피스(Surface)> 매거진과 디자인 컨설팅 회사 2X4와 팀을 이뤄 공간을 만든 주인공은 미국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데이비드 록웰이다. 이곳이 유럽인지 미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미국의 전형적인 다이너를 재현해놓았다. 14m 길이의 기다란 바위에 연결된 네온 조명은 흥겹게 울려 퍼지는 라운지 음악과 함께 분위기를 한껏 돋워주었으며, 한편에서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택시 드라이버> 등의 영화에서 식당 장면만을 모아 프린트한 엽서도 비치했다. 온갖 배경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레스토랑의 본질적인 역할과 자유로운 ‘아메리칸 스피릿’을 밀라노에 심은 성공적인 전시였다.
2 Fondazione Prada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마지막 퍼즐이 드디어 완성됐다.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이끄는 건축 그룹 OMA가 완성한 60m에 이르는 흰색 콘크리트 탑,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새 빌딩 토레(Torre)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올라간 토레는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야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9층으로 이뤄진 내부는 직사각형과 사다리꼴로 번갈아가며 구성되는데, 특히 8층에서는 훤히 트인 통유리창으로 밀라노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카를라 아카디, 제프 쿤스, 데미언 허스트, 카르슈텐 횔러 등 1960년대부터 동시대 아티스트의 대표작을 전시하는 상설 전시 <Atlas>는 어마어마한 작품 목록으로 오픈하자마자 큰 화제를 모았다. 6층에는 호두나무 바닥과 소장 예술품이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레스토랑과 바 그리고 삼각형의 테라스 카페가 자리했으니 밀라노를 방문하면 하루 종일이라도 머무를 수 있는 명소로 추천한다.
3 Giants with Dwarf
동굴 안에서 만난 거대한 난쟁이.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슈테판 휘를레만(Stephan Hu‥rlemann)이 스위스 가구 제조회사 호르겐글라루스(Horgenglarus)와 협업해 펼친 <Giants with Dwarf>는 단연코 최고의 화제를 모은 전시로 손꼽힌다. ‘난쟁이 거인’으로 풀이되는 이 전시는 말 그대로 3m 크기의 거대한 목제 관절 인형이 주인공이다. 밀라노 중앙역에 30년 동안 방치되었던 동굴 같은 저장고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벤투라 센트랄레는 이 인형들이 등장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1880년에 설립되어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가구 제조회사인 호르겐글라루스는 이 전시를 위해 자신들의 부품과 디자인 아카이브를 열었고, 슈테판 휘를레만은 이 부품을 활용해 오리, 원숭이, 벌, 판다 등의 모양을 한 거대한 인형을 만들었다. 동굴 천장과 연결되어 서 있는 인형들은 기다란 손잡이를 당기면 관절과 입 등이 움직였고, 수많은 관람객들은 이를 직접 경험하며 신기하고 즐거워했다. 이 전시를 보려면 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스위스 목재 장인들의 손길과 숨결이 묻어 있는 나무라는 변치 않는 소재와 장인 정신 그리고 1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이어지는 가구 회사의 역사를 멋지게 펼쳐냈다.
4 Noble Souls by Timothy Oulton
영국 가구 회사인 티모시 울튼은 ‘순간과 영원’이라는 철학적인 테마를 현실화하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수천 년을 이어온 기술과 공예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중국 산속 깊이 자리 잡은 소수 민족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식물 추출 인디고 염색 기술을 발견했다. 인디고는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고급 염료로 이어져 내려왔으며, 그 희소성 때문에 파란색은 권력과 권위, 신성의 상징이 되었다. 티모시 울튼은 즉각적으로 이 마을의 천연 염색 기술을 도입해 ‘노블 솔’이라는 컬렉션을 만들었다. 인공 화학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적인 소재라는 점과 산악 지형 덕에 외부의 영향을 덜 받은 소수 민족의 전통 공예법이라는 점은 매우 매혹적인 포인트다. 티모시 울튼은 이 염색 기법으로 만든 천연 패브릭을 활용한 소파 라인을 선보였으며,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특별히 이 소수 민족 여인이 노래를 부르며 베틀을 돌리고 염색하는 모습을 시연해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전시로 손꼽히기도 했다.
5 Louis Vuitton
고풍스럽고 웅장한 19세기 건축물 ‘팔라초 보코니’에서 매해 펼쳐지는 루이 비통의 한정판 가구 컬렉션인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s)> 전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올해는 특별함을 더했다. 홈 액세서리 소품 컬렉션인 프티 노마드(Les Petits Nomades)를 최초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가죽으로 감싼 1백76개의 금속을 꽃잎처럼 겹겹이 이어 붙여 만든 캄파냐 형제의 화병, 아틀리에 오이의 가죽으로 만든 꽃 오브제와 가죽 패턴 쿠션, 가죽 시트 네 장을 기하학적으로 조립해 만든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의 볼 등이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마르셀 반더스의 다이아몬드 미러와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디자이너로 처음 합류한 안드레 푸(Andre Fu)의 리본 댄스 소파 등 루이 비통의 새로운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또한 공개했다. 1백60년이 넘도록 여행이라는 커다란 명제 안에서 장인 정신과 디자인적 가치를 탐험하며 그 결과물을 끊임없이 발표해온 루이 비통의 비전과 열정은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6 Cassina with Patricia Urquiola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는 명실상부 ‘밀라노 퀸’이다. 모로소, 아가페, CC 타피스 등 가구 브랜드뿐 아니라 루이 비통, 파네라이, 스와로브스키, 페라리 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그녀의 이름을 내세워 전시를 펼치는 브랜드만 해도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돋보인 곳은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시나의 밀라노 쇼룸이었다. 그녀가 리모델링을 맡아 이번에 공개한 2,000㎡ 규모 공간의 백미는 나선형 모양으로 휘몰아치며 올라가는 계단이다. 계단에 올라서 시선을 위로 향하면 이탈리아 건축 양식인 돔 모양의 둥근 지붕 쿠폴라에 얹은 유리를 통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기하학적이며 예술적인 계단과 쿠폴라가 연출하는 풍경은 수많은 관람객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 계단은 2층 오피스 라운지로 연결되는데, 카시나를 이끄는 폴트로나 프라우 그룹의 디자인적 유산과 현대적이며 세련된 감각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7 Kosmos by Wonderglass
원더글라스는 베네치아 지역의 유리 장인과 협력해 비스포크(Bespoke, 주문 제작) 유리 제품을 만들며 다양한 건축가 및 디자이너와 공동 작업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원더글라스는 부훌렉 형제, 로 에지스(Row Edges) 등의 디자이너뿐 아니라 포르나세티(Fornasetti)와 협업한 제품을 발표하며 <코스모스(Kosmos)>라는 전시를 펼쳤다. 이 중 커다란 원형관과 기하학적 오브제로 이뤄진 부훌렉 형제의 알코바(Alcova)가 큰 화제를 모았다. 초록색과 호박색 그리고 유리 그대로의 투명한 하얀색으로 이뤄진 섬세한 컬러 팔레트가 신비로움을 더한 알코바는 마치 두꺼운 얼음 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통형 금형에 유리를 붓고 굳어지면 다시 유리를 제거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며,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8명의 장인이 한꺼번에 작업해야 할 때도 있다고 전한다. 이와 함께 포르나세티는 오벨리스크 모양의 금속에 구름 모양 유리 조명을 결합한 백일몽 같은 설치물을 선보였다. 로 에지스는 이스라엘 전통 무용에서 영감을 얻어 30개의 곡선 유리판이 오묘하게 움직이는 조명 호라(Horah)를 발표하며 유리 공예의 예술적이며 현대적 감각을 발휘했다.
8 Hermes
에르메스는 새로운 홈 컬렉션을 선보였다. 아티스틱 디렉터 샬롯 마커스 페렐만(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스 파브리(Alexis Fabry)의 지휘 아래 독창적이며 아름다운 전시 풍경을 연출했다. 모로코의 유약 토기로 만든 사각형 타일을 건축적 소재로 사용해 7개의 사각형 공간을 만들어냈다. 특히 빨간색과 파란색, 오렌지, 민트 등의 컬러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냈다. 살짝 집어놓은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포슬린 화병, 에르메스 타이, 실크 컬렉션 문양과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단풍나무 소재 트레이, 중국의 칠교를 응용한 탱그램 박스, 꽃과 식물 그래픽이 청명한 분위기를 주는 플레이트 시리즈 등 생활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에르메스 홈 컬렉션이 타일로 만든 공간 안에 조용히 자리했다. 에르메스는 이와 더불어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HermesInTheCity라는 글자가 새겨진 점프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분필로 새로운 컬렉션의 색상과 패턴을 땅바닥에 그리는 이벤트도 동시에 진행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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