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이어링의 극대화
설산을 배경으로 하기에 조금 쌀쌀해 보이는, 몸에 아주 얇게 밀착된 타이츠 같은 옷들로 시작된 쇼는 후반부로 갈수록 몸집이 불어났다. 아우터를 하나씩 덧입은 룩은 최대 9겹까지 레이어링을 반복해 산처럼 거대해졌다. 일자로 날렵하게 떨어지는 팬츠와는 대조적으로 아우터의 어깨 부분이 귀를 덮을 만큼 겹겹이 쌓였다. 이 과장된 스타일링은 극한의 날씨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렇게 발렌시아가의 첫 번째 스타일 가이드는 할 수 있는 만큼 무조건 껴입는 것.
2 바스크 재킷
발렌시아가의 헤리티지 중 하나인 조각적인 테일러링 재킷은 이번 시즌 우아한 곡선미를 강조해 현대적인 형태로 등장했다. 아니, 오히려 미래지향적이었다. 힙은 풍선처럼 부풀었고, 상대적으로 허리는 아주 잘록했다. 3-D 보디 스캐닝 및 디지털 피팅과 같은 신개념 몰딩법을 통해 입체적이고 정밀한 몰드 작업을 거쳐 완성한 얇고 가벼운 폼에 클래식 울, 트위드, 벨벳 소재를 접합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SF 영화에서 본 입체적인 재킷이 대체로 이런 모습이었던 거 같다. 이 여성미 넘치는 풍만한 실루엣은 남성 룩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점잖고,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들면서도, 젊고 세련된 자태인 게 오히려 신기할 따름.
3 트랙 스니커즈
트리플 S와 닮은 넓적한 아웃솔을 기본 골조로, 메시 소재 어퍼가 가볍게 발을 감싸고, 옆 부분에 아치 형태의 지지대를 겹겹이 쌓아 올려 투박한 실루엣에 미로처럼 복잡한 모양새를 갖췄다. 아무래도 이 낯선 스니커즈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난 두 시즌 줄곧 등장했던 트리플 S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으니까. 새 스니커즈의 이름은 트랙 스니커즈. 아마도, 또 하나의 돌풍이 되지 않을까.
4 ‘WFP’ 로고
배경이 되는 스노보딩 산의 그래피티, 런웨이에 등장한 티셔츠 등 곳곳에 WFP 로고를 새겼다. WFP는 유엔세계식량계획 기구로 세계 식량 안보와 극빈국의 농업 개발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된다. 발렌시아가는 WFP 로고를 컬렉션에 사용함으로써 빈곤을 위해 싸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 단체를 적극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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