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운드바이어스클럽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밴드 사우스 클럽을 결성했을 때, 게릴라 공연을 굉장히 많이 했다. 왜 게릴라 공연이었나?
일종의 반항이었다. 회사 소속 가수일 땐 회사에서 잡아준 공연장,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정해진 공연만을 하지 않았나. ‘아이돌 가수는 왜 길거리에서 공연하면 안 될까?’ 이런 생각이었다. ‘아이돌 가수가 자체적으로 게릴라 공연을 이어간 적은 없으니까, 해볼래. 아무도 안 해봤으니까 내가 해봐야지’ 했던 거다. 틀에 갇히는 걸 싫어한다. 게릴라 공연은 뭐랄까. 우리 밴드에게는 야외 수업 같은 것이었다. 합주실에 콕 박혀 연습하다가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어디 한 번 밖에 나가서 해볼까?’ 하는 것 정도였다.
말이 쉽지. 대형 자본을 등에 업고 잘 갖춰진 무대에 오르던 사람에게 그런 방식의 공연은 굉장히 낯설었을 것 같은데.
처음엔 괴리감이 정말 컸다. 위너 때는 많은 투자와 지원을 받으며 잘 누렸지만 이젠 그렇지 않으니까. 게릴라 공연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게 YG에서 보낸 시절 없이, 나 혼자였다면 가능한 일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런 공연을 이어가면서 YG에 있던 나는 참 대접받는 것에 익숙했던 사람이었음을 느꼈다.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적응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가면서 언젠가는 위너 멤버였을 때 누린 걸 내 스스로 이룬다면 보람 있을 것 같다.
그러데이션 니트 카디건은 미쏘니 제품.
밴드로서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내가 그리는 밴드의 이미지가 이미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에 나는 마음대로 엄청 잘 놀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여름에 처음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보니, 어렵더라. 그때 굉장히 반성을 많이 했고 합주 시간과 연습량도 많이 늘렸다. 노력을 더 쏟아부으니까 조금씩 늘더라. 뭔가를 좋아한다는 것과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지 않나. 절대적인 연습량이 무조건 쌓여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밴드에는 분명 밴드로서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이런 인터뷰를 밴드 멤버들과 함께해도 좋을 것 같은데.
멤버 모두 사우스 클럽 이전에는 이런 촬영을 해본 적 없는 친구들이다. 나와 함께 밴드 활동을 하면서부터 어디 가서 사진 촬영도 해야 하고, 뮤직비디오도 찍어야 하고, 앨범 재킷도 만들어야 했으니 아무래도 어색할 거다. 내가 비주얼 디렉터가 되어서 친구들의 숨은 모습을 끌어내려고 엄청 노력한다. 처음엔 어색해하고 힘들어했는데, 촬영 잘된 사진을 보고는 좋았는지 스스로 살도 좀 빼고, 그러더라.
밴드 멤버 모두 너무 착하다. 싸울 일이 없다. 장점이 더 많지만 단점도 있는데, 자신의 의견을 잘 내지 않아서….
밴드 멤버끼리는 음악적으로 가끔 티격태격하기도 해야….
그러니까. 싸우기도 하고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그러면서 불꽃이 좀 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너무 순하다.
니트 톱은 포츠1961, 귀고리는 코디시아르 제품.
셔츠·브이넥 벨루어 톱·블루종·타이 모두 보테가 베네타, 귀고리는 코디시아르 제품.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본다면서? 그중 하나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고. 회사 이름인 사우스바이어스클럽, 밴드 이름인 사우스 클럽 모두 이 영화의 이름을 차용했다. 영화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주인공이 살려고 아등바등하던 모습. 살고 싶어서, 살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그 모습이 내가 사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주어진 길만 가면 과연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까? 해야 하는 것, 이뤄내야 하는 게 있을 때 물불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힘들 때 자주 보는 영화다.
본인의 회사와 밴드를 만들고 지금까지 해오면서 혹시 뭔가 증명하고 싶은 게 있었나?
지금은 힙합이 대세이지 않나. 그런데 이런 장르의 음악도 언젠가는 분명 다시 살아나고 사랑받을 것임을 증명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의 존재가 빛났으면 좋겠다. 그 첫 주자가 사우스 클럽이었으면 더욱 좋겠고. 요즘 서울의 록 클럽은 정말 인기 없지 않나. 다들 힙합이나 일렉트로닉 클럽에서만 놀지. 모두 각자의 취향대로 음악을 즐기고, 이런저런 장르의 음악들이 상생했으면 좋겠다.
밴드 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이 YG에 있던 시절,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라고?
YG에서 가수로 데뷔하고 나서 기타와 디제잉 등을 배웠는데, 그러면서 밴드 음악을 접하게 됐고 지금의 가치관이 형성된 것 같다.
그런 음악이 편안하게 와닿던가?
YG에서는 힙합이 베이스인 음악이 주를 이루었는데, 나는 그런 음악을 할 때 만족감이라든지, 나에게 착 맞는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그런데 밴드 음악이나 블루스는 내 옷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당신을 블루스나 밴드 음악에 흠뻑 빠지게 한 뮤지션이나 음악이 있었나?
너바나를 좋아했다. 음악은 거칠고 폭발적인데 커트 코베인에게서는 연약하고 여린 분위기가 났다. 그런 느낌이 정말 좋았다. 나는 쉬운 걸 좋아한다. 너바나 음악은 진짜 쉽거든. 그런데도 좋고. 되게 어려운 건데, 커트 코베인은 그걸 노리고 만든 사람이 아닌 거다. 그냥 그 사람이 가진 그대로 보여준 건데, 멋 부리지 않았는데 멋있는 것. 그런 게 진짜 멋있는 거잖아.
당신은 어떤가? 멋 부리지 않는 사람에 가깝나?
음악적으로는 멋을 많이 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음악 만들 때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걸 물어보고 싶었다. 사우스 클럽으로서 지금껏 보여준 것들이 비주얼은 꽤 화려한 반면, 음악 자체는 오히려 담백하더라.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사운드는 멋을 내고 싶지 않다. 악기가 가진 고유의 소리를 굳이 왜곡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라이브 녹음을 자꾸 한다. 불필요한 악기는 최대한 빼고.
반면 보여주고 싶어 하는 시각적 이미지는 강렬한 것 같다.
글램 록의 시각적 요소들을 좋아한다. <벨벳 골드마인>이라든가 데이비드 보위라든가. 그런 비주얼이 지금은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거다. 날것의 느낌이 대세인데, 글램 록은 화려하고 잔뜩 힘주어 가꾼 이미지니까. 그냥 어떤 화려함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나에게는 팬들이 있으니까, 그들이 내게 원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팬들이 당신에게 원하는 건 뭘까?
일단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지. 나는 살이 굉장히 잘 찌는 체질이다. 하하. 공연 앞두고는 3일 전부터 아예 안 먹는다. 살이 잘 찌고 잘 빠진다.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하는 만큼 외모도 중요하니까. 어느 정도는 가꾸려 노력 중이다.
귀고리는 코디시아르 제품.
사우스 클럽 공식 웹사이트에 이런 소개말을 써두었더라. ‘Dare to live. Hate to hesitate, Love to dream.’
내가 평소 자주 하던 이야기를 회사 이사님이 축약해서 영어로 써준 거다.
그중 ‘Dare to live’는 남태현에게 어떤 의미인가?
시도하면서 사는 것. 나는 즉흥적이다. 하고 싶은 걸 찾느라 긴 시간을 보내기보다,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조금씩 이루면서 살고 싶다.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변덕도 심하고 어느 곳에 확 꽂혀버리는 성향도 강하다. 어떤 것에 갇혀 있는 걸 못 견딘다.
울타리가 되어주는 큰 시스템이 없다는 게 지금은 어떻게 느껴지나?
장단점이 있다. 자유롭긴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큰 울타리 속에 있는 것보다 나에게는 이게 더 맞다. 누군가 나를 제지하려고 하면 반항심이 거세지는 편이다. 내가 직접 겪어보고,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컨트롤하는 게 맞는 방식인 것 같다.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하는 타입의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를 품어주는 게 더 잘 맞는다.
회사에서 나와 처음 낸 곡이 ‘Hug Me’였다. 들었을 때, 너무 쓸쓸해서 울 뻔했다.
가장 외롭고 가장 힘들 때 쓴 곡이다. 그런 말 종종 들었는데, 내가 곡을 쓸 때 지닌 감정을 그대로 느낀 것 같다.
다행히 EP 앨범 <90>에선 그 외로움에서 조금 멀어져 다른 느낌의 곡들을 냈다. 지금은 한창 새 싱글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올해 목표는 싱글 하나에 EP 앨범 2개 정도를 내는 거다. 한 해 동안 곡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치열하게 지내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우스 클럽 자체를 알리는 일이다. 그러려면 필요한 게… ‘히트 곡’이다. 하하. ‘히트 곡’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Hug Me’ 때는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을 내고 싶어 베를린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지금 준비 중인 싱글에도 특정 도시의 감성을 녹였나?
홍콩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홍콩이라는 도시를 굉장히 좋아하거든. 홍콩 영화도 좋아하고. 그렇게 조금은 화려하게 만들 생각이다. 해외 투어 공연도 예정돼 있다. 유럽 4개 도시 투어를 4월 말에 하고, 일본도 갈 예정이다. 공연 계획은 계속해서 잡는 중이다.
올해가 어떤 해가 되었으면 좋겠나?
바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이 없으면 심심하거든. 조금 가라앉고, 되게 게을러진다.
얼마나 게을러지는데?
음. 정말 할 일이 하나도 없으면 침대에서 안 일어난다. 밥 먹는 것도 귀찮아하고. 그런데 요즘은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다. 운동도 하고, 커피도 마시기 시작했다. 아침잠이 너무 많아서 잠 깨려고. 원래 커피 안 마셨거든. 요즘은 눈 뜨면 커피를 마신다.
이제는 덜 외롭나?
많이 적응한 것 같다. 이젠 무뎌진 것 같다. 게다가 워낙 동물들을 많이 키워서… 개 2마리, 고양이 3마리와 함께 산다, 다들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에너지도 장난 아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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