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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이라 불리는 가전

살림은 광고가 아니라 현실이다. 주부들의 합리적인 판단, 이성적인 분별력, 실제 체험 후기를 바탕으로 선발된 이모님들이 삶을 바꾼다.

UpdatedOn March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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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철의 미니멀 라이프
    김정철은 테크 제품을 분석하고, IT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남자다. 테크와 IT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생활 가전과 함께 간결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내가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로봇청소기를 원했다. 흐뭇했다. 테크 미디어를 다년간 운영해 온 보람을 느꼈다. 나는 과거 리뷰했던 수많은 로봇청소기를 머릿속에 그렸다. 고든 램지에게 파스타를 만들어달라는 것만큼 쉬운 미션이다. 약 5개의 로봇청소기를 견주어본 결과를 브리핑하려는 순간, 아내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미국 아이로봇사의 ‘브라바’를 원했다. 솔직히 처음 들어본 제품이다. 아마존에서 찾아 기능을 훑어보니 허접한 인공지능에 자동충전 기능이 없고 예약 기능도 없다. 내가 리뷰를 한다면 별 3개 이상 줄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제품이다.

그런데 주부들 사이에서는 브라바를 ‘이모님(집안일을 도와주는 도우미를 호칭할 때 흔히 이모님이라 한다)’이라고 부를 정도로 유명하단다. 브라바엔 복잡한 기능이 없다. 대신 전원을 켜면 물걸레를 끌고 묵묵히 청소한다. 일반 로봇청소기에 비해 크기가 작아서 눈에 띄지 않고 얇아서 침대 밑 청소도 잘한다고 한다. 특히 설정할 것이 거의 없어 전원만 켜면 된다. 그러나 나는 테크 전문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조언을 했다. 우선 예약 기능이 없어 외출 중에 청소가 불가능할 거라 말했다. 하지만 브라바는 모터로 먼지를 흡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물걸레를 부착해 청소하는 방식이다. 소음이 없어 외출 중에 청소할 필요가 없단다. 이번에는 청소 알고리즘이 엉망이라 같은 곳 청소를 반복할 거라 얘기했더니 물걸레 청소는 반복이 중요하니 큰 단점이 아니란다. 자동충전 기능이 없다 했더니 손으로 들어 충전기에 꽂는 게 뭐가 어렵냐며 되묻는다. 더 설득하려는 찰나에 슬쩍 가격을 봤더니 일반 고급형 로봇청소기의 3분의 1 가격이다. 재빨리 주문을 했다.

대부분 주부들은 가전제품 구입에 대해서만큼은 감성적이라기보다는 이성적이다. 불필요한 상상을 하지 않으며 꼭 필요한 기능을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제품을 선호한다. 우리처럼 옥타코어 프로세서와 스마트 매핑, 세부 설정이 가능한 스케줄 기능, 자동충전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런 미니멀리스트들의 간택을 받은 ‘이모님’은 브라바 외에도 또 있다. LG 트롬 건조기와 밀레 식기세척기다. 이 3종을 요즘 주부들은 ‘이모님 3종 세트’라 한다. 주부의 시간을 아껴주어 도우미를 고용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하루 세 번 반복해야 하는 설거지를 대신 해주는 식기세척기가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건조기는? 많은 남편들이 생각하듯이 빨래는 세탁기에 돌리면 끝이 아니다. 젖은 빨래를 잘 펴서 건조대에 걸어주고 말린 후에 개어야 한다. 건조기는 빨래를 건조대에 거는 과정을 없애 시간을 상당히 줄여준다고 한다. 그래서 ‘이모님 3종 세트’는 주부에 따라 하루에 1~2시간 정도 시간을 벌어준다고 한다.

여기에 지멘스 인덕션과 다이슨 핸디 청소기가 포함되면 5종 세트가 된다. 인덕션은 조리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귀찮은 가스레인지 청소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한다. 핸디 청소기 역시 대청소를 소청소로 만들어준다. 테크 전문가를 자처하던 내가 모르던 리얼한 세계다. 남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어머니는 그런 거 없어도 잘해왔는데? 맞는 말이다. 대신 우리 아버지들도 대형 벽걸이 TV와 플레이스테이션, 아이패드, 자동차 없이도 잘 사셨다. 게다가 주부가 주로 구입하는 것은 시간을 소비하는 기기가 아니라 시간을 벌어주는 제품들이다. 이모님 가전제품이 하루 2시간씩만 아껴주면 한 달이면 60시간이고 1년이면 7백 시간이다. 약 한 달이 공짜로 생긴다. 형상화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으로 바꿔보자. 약 5백30만원의 가치다. 나쁘지 않은 투자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집안일을 하며 인생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테크놀로지의 산물에 노동을 분산하고 삶을 즐기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남편들을 위해 생활의 지혜를 하나 공개한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건조기 같은 것을 선물한 후에 평화 무드를 틈타 평소에 사고 싶은 콘솔 게임기 등을 슬쩍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바보짓이다. 게임기를 사고 관계가 얼어붙었을 때 건조기를 선물하는 게 올바른 전략이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북한을 상기해보자.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다고 한 후 뒤에서 미사일을 쏘는 게 효과적일까? 아니면 미사일을 먼저 쏜 후에 관계가 얼어붙었을 때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게 효과적일까? 콘솔 게임기는 거의 미사일급이니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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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김정철(<더 기어> 편집장)
ILLUSTRATION 유승보

201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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