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벨라 D300 R-Dynamic SE
류민 〈모터트렌드〉 기자
수동변속기가 최고라고 하면서 자율주행차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중인격자.
+ LOOK 랜드로버 역사상 가장 날렵하게 빠진 모델이다. 면과 면이 만나는 곳을 집요하게 다듬고 라디에이터 그릴, 공기흡입구, 통풍구 등을 매끈하게 녹여 넣었다. ‘오프로드 장비’ 느낌으로 남성의 마초 기질을 자극하던 기존 랜드로버와는 딴판이다. 이렇게 세련된 SUV를 만들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나 보다. 잠금 장치를 해제하면 스르륵 나오는 도어캐치가 이런 콘셉트에 방점을 찍는다. 비율 역시 지금껏 우리가 봤던 그 어떤 랜드로버보다 섹시하다. 특히 길이와 너비 대비 높이가 굉장히 낮다. 스포티 랜드로버의 대명사인 이보크보다 430mm 이상 길고 130mm 이상 넓지만 고작 30mm 높을 뿐이다. 하지만 차체 뒤쪽이 조금 좁아 보이는 게 흠이다.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수법으로 생각되는데 웅장한 앞모습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
+ INSIDE 외모에서 받은 느낌(예컨대 화려하고 세련된)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디지털 계기반과 센터페시아의 듀얼 터치 디스플레이, 그리고 대시보드를 덮은 격자무늬 가죽이 이목을 잡아끈다. 듀얼 터치 디스플레이는 뛰어난 해상도와 다이얼 노브 연동 기능 덕분에 보기 좋고 쓰기도 편하다. 뒷좌석 편의성도 예상을 웃돈다. 빠듯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때문에 답답하긴 하지만 등받이가 적당하게 누운 데다 무릎 공간도 넉넉해 장거리 여행 시에도 부담이 없다. ★★★★
+ PERFORMANCE 사실 벨라는 재규어 F-페이스와 DNA를 나눈 모델이다. F-페이스의 토대가 된 ‘IQ’ 플랫폼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그 때문에 파워트레인 구성도 F-페이스와 같다. D300의 엔진 역시 트윈 터보 V6 디젤. 디스커버리의 258마력 싱글 터보 엔진보다 42마력 높은 300마력을 낸다. 운전 감각도 스포티하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무게중심을 뒤로 보낸 뒤 아찔한 가속 감각을 선사한다. 스티어링 반응도 즉각적이다. 랜드로버의 SUV가 아닌 재규어의 스포츠 세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오프로드에 가면 반전이 펼쳐진다. 낮게 깔린 범퍼와 매끈한 차체가 무색하게 험난한 모래언덕을 거침없이 치고 올라간다. 누가 랜드로버 아니랄까 봐. ★★★★
+ ATTRACTION 벨라는 실용성이 떨어지는 이보크와 부담스러운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를 완벽하게 메운다. 필요 충분 이상의 듬직함과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운전이 가뿐하다. 게다가 안팎 디자인과 구성마저 매끈하고 세련됐다. 레인지로버에 입맛만 다셨던 여성 운전자라면 혹할 수밖에 없다. 아마 랜드로버도 이런 그림을 바랐을 거다. 전략과 상품성이 딱 맞아떨어진 경우다. 국내에선 타이밍까지 좋다. 포르쉐 카이엔이 인증에 발목 잡혀 쩔쩔매고 있으니 말이다. ★★★★
+ UP 랜드로버는 무언가 하나를 감수하고 사야 하는 차였다. 하지만 벨라는 다르다. 잘나가는 독일제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아쉬운 점이 없다.
+ DOWN 가격이 애매하다. 남성이라면 벨라보다 조금 싼 디스커버리가 눈에 밟힐 것이다.
조진혁 〈아레나〉 피처 에디터
작지만 빨라야 하고, 연비는 출중해야 하며, 실내 공간은 넉넉한 차를 선호하는 실용주의자.
+ LOOK 누가 봐도 이보크 형이다. 날렵함을 강조한 루프 라인, 일명 플로팅 루프는 레인지로버에서 보아온 거대한 직각 박스와는 확연히 다르다. 루프 라인은 뒤로 갈수록 낮게 떨어지고, 반대로 측면 라인은 위로 올라가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SUV 쿠페의 전형이다. 전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느다란 LED 헤드램프. 덩치와 달리 날카로운 인상을 풍긴다. 디자인 기조는 후면으로 이어진다. 바짝 추어올린 엉덩이 양 끝에 얇고 긴 테일램프를 붙였다. 벨라의 디자인 언어는 수평이다. 수평선을 활용해 전면과 후면은 넓어 보이고, 차체는 낮게 느껴진다. 측면에 적용된 수평선은 뒤로 갈수록 좁아지며 속도감 있어 보인다. 이 언어는 이보크에서 읽은 바 있다. ★★★★
+ INSIDE 벨라는 1억원이 넘는 SUV로 럭셔리의 상징, 레인지로버의 야심작이다. 실내는 호화롭다. 엉덩이가 녹아내릴 것같이 부드러운 가죽 시트, 엉성함이라고는 상상조차 안 되는 꼼꼼한 바느질, 손바닥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 휠의 촉감, 우아하게 움직이는 디스플레이와 기어 다이얼은 아름답다. 겉보기보다 실내 공간이 넓다. 조수석과의 간격이나 2열 레그룸은 다리가 길어도 불편함을 못 느낄 수준. 루프 라인이 낮음에도 헤드룸이 넉넉하다. 비결은 낮은 시트 포지션에 있다. 온로드 주행에 맞춰 낮게 세팅한 덕분이다. 2개의 터치스크린과 디지털 대시보드는 적응이 필요하다. 공조 장치나 차량 세팅을 바꾸려면 번거롭다. 하단 터치스크린에서 두세 번의 터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
+ PERFORMANCE 에어 서스펜션을 조작해 노면 상태에 맞는 최적의 세팅을 선택할 수 있다. R-다이내믹의 참맛을 경험하려고 다이내믹 모드를 선택했다. D300의 V6 3.0L 디젤 터보 엔진은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시원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스티어링 휠 뒤의 금속 패들 시프트(이것도 고급스럽다)를 조작해 RPM을 높이면 파워 넘치는 주행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달리면서 느껴지는 것은 가벼움이다.
2톤이 넘는 무게에 거대한 길이를 자랑하지만 차체의 82%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강성을 보강했다. 그래서 속도를 내고, 핸들을 꺾을 때마다 가볍다. 참 이질적이다. ★★★
+ ATTRACTION 레인지로버에 적용된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하이빔을 켜도 맞은편 차량에 눈부심을 주지 않는다. 벨라에는 미래적인 분위기를 내는 요소와 첨단 기능이 대거 적용됐다. 레인지로버는 벨라를 통해 최첨단 SUV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고, 그것이 레인지로버가 나아갈 방향임을 천명한다. 첨단 기능은 운전의 편의를 더하고, 운전을 새로운 경험으로 이끈다. 자동차에서 호텔 같은 럭셔리함은 더 이상 고급 시트와 자재만으로는 충족이 안 된다. 첨단 기술과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고급화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벨라는 레인지로버의 새로운 고급화 전략의 핵심이다. ★★★★
+ UP 세련된 디자인, 호화로운 실내, 안정적인 주행감.
+ DOWN 어댑티브 크루즈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행방불명.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포니부터 테슬라까지 하품하며 시승하던 ‘무색무취’의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아주 멋지다. 콘셉트 카가 그대로 도로에 뛰쳐나왔다. 디자이너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면 이렇게 멋진 차가 나온다. 화려한 곡선 하나 없이, 직선만으로 이토록 화려한 차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무조건 예뻐야 해” 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차인데, 딱 여기까지다. 옷으로 치면 ‘파티 드레스’ 같은 느낌이다. 화려하고 멋지지만, 매일 입을 정도로 편하진 않다. 빨간색 스포츠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명색이 SUV인데, ‘이렇게 멋만 부려도 되나’ 싶다. 너무 멋져서 덜컥 사는 이들이 꽤 많을 것 같다. 결혼이란 외모 뜯어 먹고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자동차도 그렇다. 멋진 차인 건 확실하지만, 멋진 차가 꼭 좋은 차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멋져서 별이 다섯 개! ★★★★★
+ INSIDE 실내도 멋지다. 그런데 편안하진 않다. 일단 그리 넉넉하지 않다. 길이 4.8m, 폭 2m를 넘는 큰 덩치인데, 실내는 보통 사이즈다. 5인분 시트는 좁지 않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트렁크도 그냥 그런 수준이다. 벨라를 세워놓고 실내 공간-수납공간 따지는 게, 멋쟁이 수트를 입고 주머니 없다며 불평하는 것과 비슷해 보이긴 하다. 아무튼 벨라는 아주 멋진 SUV지만, 편안하거나 여유로운 차는 아니다. 다만 콘셉트카를 타는 듯한 실내 분위기는 단연 최고다. 세상에 이런 차는 아직 벨라뿐이다. 미래적인 분위기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너무 좋아서 별 다섯 개! ★★★★★
+ PERFORMANCE 6기통 디젤 엔진답게, 진동과 소음을 줄여 제대로 만들긴 했다. 그런데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토크가 71.4kg·m라면 소스라치게 가속해야 하는데, 벨라는 ‘제법 빠른 정도’다. 2.2톤이나 되는 몸무게 때문일까? 아니면 8단 변속기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걸까? 잔뜩 기대하고 꾹 밟았는데, 다소 실망스럽다. 코너링도 좀 그렇다. 운전대를 돌리면 주행안정 장치가 너무 자주 개입하면서 달리는 맛을 잘라버린다. 차체는 탄탄하게 잘 만들었는데, 서스펜션도 약간 아쉽다. 1억원 넘는 SUV다운 진중함과 침착함이 부족하다. ‘멋’에 집중하느라 다른 걸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 같다. ★★
+ ATTRACTION 벨라가 당돌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멋지게 생긴 차에 얼마를 더 지불할 수 있나요?’ 사람들은 ‘멈칫’한다. 배기량이나 마력, 토크 등에 주로 돈을 지불해왔지, ‘멋’에 지불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벨라는 이런 질문도 던진다. ‘당신은 멋진 생김새를 위해 편안함을 희생할 수 있나요?’ 사람들은 또 ‘멈칫’한다. 더 편하게 타려고 비싼 차를 사는데, 멋을 위해 편안함을 내려놔야 한다니…. 레인지로버 벨라는 평범한 차가 아니다. 벨라는 별나다. 지금까지 자동차를 재던 잣대를 대면 이래저래 혼란하다. 벨라는 ‘무조건 멋져야 해’라는 개념으로 만든 차다. 1억2천만원 중 4천만원은 ‘멋’을 위해 소비했다고 보면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벨라의 가치가 꽤 명확해 보인다. ★★★★
+ UP 멋지다. 미래적이다. 콘셉트카라 해도 믿겠다.
+ DOWN 멋지게 만들다 보니 좀 비싸졌다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