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포토그래퍼
1 실용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불편한 건 뭐든 딱 질색이다.
2 뉴에라 모자.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뉴에라 모자를 거의 매일 쓰고 있다. 심지어 내 팔 한구석에는 이 브랜드의 로고가 타투로 새겨져 있다. 키엘의 오리지널 머스크는 중성적인 향이라 좋아한다. 그리고 서른이 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선물한 롤렉스 시계. 1달러짜리 주화에 압력을 가해 만들어 동전의 디테일이 그대로 살아 있는 노스웍스 반지. 가벼운 나일론 소재의 데우스 지갑. 차 트렁크에 늘 넣어 다니는 스케이트보드와 라이카 D-Lux.
3 을지로. 뜬금없이 숨어 있는 장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4 업사이클링 건축물이 많아지는 현상. 무분별하게 새로운 것을 좇지 않고, 오래전부터 서울의 일부였던 것들을 되살리는 노력을 통해 ‘서울이 서울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5 꿈을 좇는 사람들이 모여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
조거쉬 ·디자이너
1 낡은 옷을 많이 산다. 지구를 살리자는 의미는 아니고 새 옷을 입으면 뭔가 불편하다. 옷을 재해석하는 조거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 필요에 의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90, 나를 표현하고 싶은 것이 10이다. 요즘 건조해서 멀티 오일을 챙긴다. 지갑을 잘 잃어버려서 내가 만든 장신구를 달았다. 제일 중요한 건 충전기. 이거 없으면 우리 다 죽지 않나? 생각나는 걸 바로바로 메모하기 위해 노트도 챙긴다. 스마트폰에 적기 힘든 걸 기록하고.
3 눈여겨보는 동네는 을지로. 요즘 아티스트들이 많이 모여 새로운 바이브가 형성되는 것 같다. 좋아하고, 또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케이코 쇼텐. 1930년도에 지은 건물에 있는데, 당시의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흥미롭다. 한마디로 빈티지 소품을 파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직접 가보면 안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4 노코멘트.
5 긍정적이지는 않다. 제 살을 깎아먹으면서 살을 찌우는 도시 같달까. 자본에 좌지우지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문화다. 서울에는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다. 그런데 진짜 필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김요한 ·스타일리스트, 패션 브랜드 VU 디렉터
1 록 기반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스타일 역시 록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사이트 exactitudes.com을 한참 살피는 중이다. 연도별로 어느 도시의 지역민이 입은 특정 스타일을 사진으로 기록해놓았다. 며칠 전 갑자기 눈에 든 것이 1999년의 베이징 섹션. 스타일을 보자면 그 무렵 베이징에서 펑크가 유행했던 것 같은데, 멋지다고 생각했다.
2 한때 대표적인 국산 시계 브랜드였던 ‘오리엔트’의 빈티지 워치. 오래된 레이밴 선글라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다임(Dime)이라는 브랜드의 옷을 샀다. 요즘 슈프림 캠프 캡처럼 멋지다며 다들 입고 쓰는 것 말고, 내가 즐길 만한 브랜드와 아이템을 새로 발견하는 게 좋다.
3 종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을지면옥. 평양냉면이 너무 맛있다.
4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진행하는 자그마한 작업들. 대단한 이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것들이 서울을 지속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5 기회의 땅이면서 고약한 도시. 서로 기본적인 예의를 조금만 더 지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곳. 그리고 ‘콜라주 같은 도시’. 온갖 낯선 것과 다른 색깔이 모여서 새로운 서울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좋아하는 어느 에디터가 한 말인데 전적으로 동감하기에 차용하고 싶다.
최원빈 ·밴드 웨터, 보컬 겸 리더
1 밴드 음악에 매료된 이래로, 나에게는 밴드의 프런트맨이 가장 멋진 인생이다. 리암 갤러거 때문에 이번 겨울엔 롱 패딩 대신 야상을 샀다. 이런 게 내 스타일이다. 가죽 재킷, 무스탕, 데님 재킷….
2 너바나의 〈Nevermind〉와 스웨이드의 〈Coming up〉 카세트테이프, 책 〈트레인스포팅〉, 곡 쓸 때 사용하는 가사 노트와 값싼 만년필. 만년필을 좋아하는데 라미의 만년필이 저렴하고 좋아서 샀다. 주문할 때, 뚜껑 부분에 원하는 문구를 새길 수 있다기에 ‘To. Kurt Cobain’이라 각인했다.
3 이태원. 시끌시끌한 시가지와 푸근한 동네가 어우러진 지역이라 좋다. 집이 소월길, 경리단길 인근에 있는데 그 동네에는 예스런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주변에 사시는 분들도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고.
4 일단 밴드 혁오. 전에 없던 밴드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간 이런 얘기는 안 했는데. 누가 혁오 얘길 물으면 괜히 ‘누구요?’ 이러면서 웃고 넘어갔다. 하하. 어쨌든 지난 지산 록 페스티벌에서 혁오를 보고 좀 놀랐다.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투어도 하고, 정규 앨범도 내는 과정을 겪어서인지.
5 좀 비관적으로 말하고 싶은데, 왜 좋지? 모르겠지만 나는 서울이 좋다. 뭐랄까, 아지트 같다. 본래의 어원으로서 아지트 말이다. 뭔가 대담한 움직임이 비밀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지하 집합소.
오존 ·뮤지션
1 편한 대로 입는다. 후드나 조거 팬츠, 주머니가 많은 카고 바지 같은 것들. 주머니 많은 옷을 굉장히 좋아한다. 지갑, 립밤, 휴대폰, 이어폰, 작은 피크처럼 쓸데없이 습관적으로 들고 다니는 것들을 휴대할 수 있으니까.
2 버워스 앤 윌킨스(B&W)의 헤드폰. 보통 헤드폰과 달리 가볍고 클래식해서 좋아한다. 어머니가 쓰시던 루믹스 디지털카메라. 오토로 설정해놓고 그냥 막 찍는다. 주변 사람들을 찍는 편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을 때보다 사람들이 조금 더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재미있고, 이렇게 찍은 사진의 수명이 조금 더 긴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카세트테이프 레코더. 밴드 아도이의 오주환 형에게 빌린 거다. 녹음할 때 끼는 노이즈가 정말 예쁘다. 이 레코더로 녹음한 음악으로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이다. 2월 말쯤 낼 예정이라, 최근 가장 친하게 지내는 물건이다.
3 한강. 서울에서 여유를 만끽하며 놀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것 같다.
4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위치한 가게들. 숨어 있어 찾아가기도 힘들고, 작지만, 자기만의 색을 지닌 공간들.
5 공간적으로는 일터. 함께 커가는 사람들이 서로 북돋는 도시.
이제희 ·컬럼비아 매장 직원
1 캠핑, 백패킹, 서핑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템과 아메리칸 캐주얼을 섞어 입게 된다. 누가 봐도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구나’ 알아챌 수 있을 거다.
2 소니 MDR 1-ADAC 헤드폰. 앰프가 내장되어 있어서 어떤 기기를 연결하건 소리를 좋게 필터링해준다. 선이 있는 게 좋아서 블루투스 기능이 없는 걸로 구입했다. 추운 날엔 머플러나 스툴, 장갑까지 다 착용하고 다닌다. 아버지 같은 외할아버지가 주신 지포 라이터. 내가 담배 태우는 걸 아시고는 어느 날 툭, 선물해주셨다.
3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서 사람들 만나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이태원에 에스티스라는 복합 문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백짬뽕이 기가막힌 연남동 마식당, 신촌 블러프 22 빈티지 숍도 멋지다.
4 멀리 가기 힘들 때, 서울에서도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멋지다. 가벼운 트레킹을 하고 캠핑까지 가능한 수락산도 있고, 용각산도 괜찮다. 노을 캠핑장처럼 서울 근교에서 ‘고아웃’ 할 수 있는 곳도 많고.
5 놀기에 좋은 도시. 음악 들을 곳도 많고, 멋진 편집매장도 많고, 괜찮은 자연도 있다.
김수호 ·대학생
1 편안한 느낌의 빈티지를 좋아한다. 교환학생 시절 빈티지 아이템을 꽤나 이용했다. 비영리 단체 후마나의 빈티지, 베를린 마우어파크에서 구입한 아이템은 아직도 자주 애용한다.
2 〈스마트〉라는 일본 매거진을 구입하니까 부록으로 빔즈 파우치를 줬다. 필통으로 애용한다. 〈온 쿨〉은 여성 패션 매거진이지만 중성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남자가 입어도 괜찮겠다 싶어서 자주 들여다본다. 작년에 론칭한 UCM 브랜드의 안경 케이스가 참 예쁘다.
3 스무 살 무렵 인디 밴드 공연을 열심히 보러 다녔는데 그때부터 마포구가 좋았다. 지금은 밴드가 공연할 장소도 많이 줄어들고 상업화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좋아하는 곳이 생겨서 망원동을 자주 들른다. ‘암튼’ 카페가 그중 하나다.
4 그래도 서울에 문화를 즐길 만한 괜찮은 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데, 디자인 그룹 ‘더 퍼스트 펭귄’에서 만든 ‘파치드 서울’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사운드, 절제된 고급스러움이 있는 곳이다. ‘니즈 버거’라고, 감각 좋고 재미있는 버거 가게도 자주 들른다.
5 머리 아픈 도시. 하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매력적이다. 팍팍함 속에서도 멋지고 예쁜 것들을 계속 창조해내고, 도시를 재생시키는 활동을 기획하고 전개하기도 하고. 흥미로운 움직임이 예술과 문화 측면에서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이런 활동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아주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그게 멋진 도시를 만들어가는 ‘길’이 될 것 같다.
배준선 ·포토그래퍼
1 요즘 들어 자꾸 편한 것을 찾게 된다. 예전에 달라붙는 바지가 유행이었을 땐 곧잘 입었는데 한 번 통 넓은 바지를 입으니까 다시 좁아지기 어렵다.
2 라이카 R4는 할아버지였나, 아버지가 장롱에 넣어둔 필름 카메라였다. 이걸로 인해 사진을 좋아하게 됐다. 돈 모아서 산 똑딱이 라이카 109도 있는데 지금은 수리 중이다. 처음 아르바이트해서 산 그레고리 가방. 거의 7년째 들고 다닌다. 가게에 오랫동안 진열되어 있어서 색이 바랬는데 그게 더 맘에 들어서 샀다. 안경을 잘 안 쓰는데 괜히 써보고 싶어서 샀다.
3 어렸을 때 아빠랑 지하철 타고 이태원에 가서 햄버거를 먹은 적이 있었다. 역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걸음마다 느껴지던 ‘외국 냄새’가 신기했다. 그때까지 이태원이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 너무 낯설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고, 한동안 좋아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4 서울이 화려하고 북적거리는 도시 같지만, 서울 촌놈인 나에게는 ‘시골 냄새’도 맡을 수 있는 정감 있는 곳이다. 익숙하고 편한 것이 좋다.
5 서울은 재미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에 괜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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