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푸드트럭으로 갈아탔다. 나름 파격적인 행보다.
보통 직장인이 그런 꿈을 꾸지 않나? 내 것을 하고 싶다는 꿈. 나 역시 그랬다.
그 꿈을 건축이나 광고가 아니라 ‘요리’로 이뤘다.
이상만 펼친다면 하고 싶은 건 사실 많았다. 하지만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 나의 경우, 꿈과 현실의 가운데에 요리가 있었다. 요리하길 좋아했고, 친구들도 내 요리를 좋아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절충안이었던 것이다.
‘퇴사' 할 수 있었던 동력이 어디에 있었나?
안 해보고 지나가는 것을 후회하는 성격이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일’을 돈 벌면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선배들을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이 쌓일수록 더욱 회사를 나와 ‘내 일’을 하기 힘들 것 같더라. 지금이 아니면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 어떤 준비를 했나?
어느 정도 큰 틀을 짰다. 무작정 나온 경우는 아니었다. ‘푸드트럭’이라는 첫 계획을 실행할 준비를 한 뒤에 퇴사했다. 일단 푸드트럭을 6개월 정도만 해보고 이후 선택을 하려고 했다. 망한다면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요리라는 콘텐츠가 나의 일로 괜찮다고 생각되면 아예 작은 식당을 차리겠다고 말이다.
회사를 관두고 독립적으로 자기 일을 하기에 적합한 성향이 있다고 보나?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면 어려울 것 같다. 걱정이 많으면 행동에 제약이 오니까. 행동을 멈추게 된다. 회사를 다닌다는 건 대개 거대한 시스템 속에 있는 일이다. 그 안에서 ‘놀면’ 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회사 밖에서 내 일을 하는 건 모든 걸 나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모험심이 강한 편이라면, 조금 더 수월하게 그런 과정을 헤쳐갈 수 있을 거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한 다음 잘해나가는 사람들은 이미 이전에 작은 일탈을 해봤을 것 같다. ‘주어진 삶을 조금 벗어나도 큰일이 나진 않는구나’라는 것을 몸으로 겪어본 사람들. 그런 작은 순간이 있어야 직장을 관두고, 직업을 바꾸는 큰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건축에서 광고로, 광고에서 요리로 왔다. 다음 행보는 무엇이 될까?
물 흐르듯이 사는 편이다. 일단 부딪히고 보는 편이다. 억지로 뭘 바꾸려고 한 적은 없었다. 건축 전공하고 건축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아는 친구가 ‘광고 잘할 것 같다’고 해준 말에 광고 회사에 지원을 해봤다. 그렇게 광고 업계에서 일하게 됐다. 밤새워 일하면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지만 언젠가부터 이게 내 삶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젠틀키친’을 시작했다.
현대 그룹에서 퇴사한 후 본인의 사업체인 소셜팩토리를 만들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처음에는 교육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자본이 없는 상태였으니까. 교육을 하다가 점차 교육할 공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사무실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아예 내가 공간 대여 사업을 하면서 필요한 공간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소셜팩토리를 만들었다.
퇴사 시에 가장 고민했던 점은 무엇이었나?
당연히 먹고사는 문제다. 직장을 다니며 퇴사라는 키워드를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 확보해두면 좋다. 스스로 먹고살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두면 지금 당장 퇴사하지 않더라도, 다른 길을 선택하고 싶은 순간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당신은 먹고살 방법들을 여럿 마련한 상태에서 퇴사한 경우였나?
교육하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다. 대학교에 다닐 당시, 나는 회계사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학교는 회계가 필수 교양 과목이었다. 회계 공부 좀 도와달라는 후배들을 몇 명 만나 알려주다가 아예 기말고사 특강을 열게 됐다. 3시간 안에 기말고사 범위를 끝내준다는 강의였는데 학생 1백20명이 찾아왔다. 강의를 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2만원을 받고 강의를 한다면, 2백40만원을 벌 수 있겠구나. 이런 시장이 있구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에도, ‘강의’를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네.
강의는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사가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그냥 학자보다 잘 이야기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다. 모든 게 강의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면서 처음 진행한 주제는 ‘실행력’에 관한 것이었다.
퇴사학교에서 ‘월급 외 10만원 벌기’라는 수업도 열고 있는데.
수업은 아이템을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세상에는 어떤 아이템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 판매될 수 있으며, 이때 본인이 지닌 인프라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퇴사학교에서 강의하며 만난 퇴사 희망자들에게, 직장을 관두기 전에 뭘 준비하라고 말하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전시켜 역량을 키우라는 말을 한다. 어떤 회사를 다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대기업일수록 직장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대부분 관리직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치킨 튀기는 것밖에 없다고 하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회사라는 이름표를 떼고 봤을 때 너의 생산 기반이 무엇이냐는 것. 퇴사를 생각해본 사람들에게 묻는 부분이다.
회사라는 이름표를 떼고 봤을 때 할 줄 아는 게 전혀 없다는 사람들은 무엇부터 해야 할까?
최우선의 인프라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겠지. 내 생각에는 여러 ‘기술’이 이에 속하는 것 같다. 아주 작은 노하우, 기술부터 쌓아가야 한다. 삶 속에서 내가 가진 인프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회사라는 이름표를 떼고 나를 봤을 때 할 줄 아는 게 없다면, 절박하게 찾아봤으면 좋겠다. 그건 위기니까. 30년을 넘게 살았는데, 회사를 걷어낸 나에게 아무것도 없을 수 있나. 그건 심각한 문제다. 뭐든 찾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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