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S/S 지방시의 남성 룩들.
10월 1일 오전 10시, 파리의 대법원이 북적였다. 평소라면 개미 한 마리 없을 일요일 아침, 지방시의 쇼장으로 변한 이곳엔 기대와 흥분의 기운이 가득했다. 참고로, 이 장소가 패션쇼 무대로 쓰인 건 파리 패션위크의 역사 이래 처음이다. 루니 마라와 줄리언 무어, 케이트 블란쳇,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등 쟁쟁한 셀러브리티들이 프런트 로를 채웠다. 그중에는 한국 대표로 참석한 배우 이동욱도 있었다.
조명이 바뀌며 쇼가 시작됐다. 컬렉션은 여성복 반, 남성복 반으로 구성됐다. 다소 종교적이며 강렬했던 리카르도 티시의 것과는 극명히 달랐다. 호리호리하고 유약한 분위기의 모델, 그에 어울리는 유연하고 날렵한 실루엣이 영국 뮤지션들을 연상시켰다. 모던한 뉘앙스가 강했는데, 자세히 보니 지방시의 유산이 매우 세심하게 녹아 있었다. 위베르 드 지방시가 사랑했던 블랙, 네이비, 화이트 컬러에 버밀리언 레드와 민트 컬러를 더한 것, 지방시의 1961년 컬렉션에서 힌트를 얻은 클로버 프린트와 스크래치 프린트(마치 고양이가 할퀸 듯한 무늬), 레오퍼드 패턴 등이 그 증거. 남자 모델들이 계속 신고 등장한 부츠와 단검, 손 모양의 펜던트 목걸이 역시 새로운 지방시 컬렉션에 은근한 매력을 더했다.
같은 날 저녁엔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첫 번째 지방시 컬렉션을 기념하는 애프터 파티가 열렸다. 시끌벅적한 파티라기보단 아늑하고 소소한 애프터눈 티 이벤트에 가까웠다.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영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파티에는 볼링과 크리켓, 퍼팅, 탁구 등의 간단한 게임과 포토 부스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자매 밴드인 하임의 짧은 공연이 이어졌다.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가져온 변화는 요란스럽지 않았지만 의미 있었다. 지방시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모던한 감각을 잃지 않은 것. 일부는 그녀의 지방시를 두고 지나치게 안전하거나 상업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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