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염창동
1 염창산
염창산의 해발은 대략 55m.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걷다 보면 15분이 흘렀을 즈음 정상에 도달한다. 초심자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산책로 덕에 염창산은 어쩌면 산이라기보다 언덕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나무들로 빼곡히 둘러싸인 등산로는 언제나 신선한 공기로 가득하다. 또 한강을 지척에 둔 덕에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 무엇보다 인적이 아주 드물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가볍게 운동하고, 사색의 시간을 가질 공간을 찾는 사람에게는 염창산이 제격이다. 물론, 데이트 장소로도 좋다.
2 영진목욕탕
누구나 어린 시절 부모님 손에 이끌려 묵은 때를 밀고 나와 커피 우유 한잔에 행복감을 찾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느끼고 싶을 때면 영진목욕탕을 찾는다. 37년간 염창동 터줏대감으로 운영되는 영진목욕탕은 과거 부모님과 찾던 대중목욕탕의 모습 그대로다. 뜨거운 탕 안에서 시원하다는 말을 연발하시는 어르신들, 서로의 때를 밀어주기 위해 나란히 앉은 가족들, 삶은 달걀과 우유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 이런 풍경이 가득한 영진목욕탕은 잠시나마 어릴 적 나로 돌아가 부모님과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다.
3 유림
염창산을 등지고 한강을 바라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유림은 닭볶음탕으로 유명한 집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수십 가지 재료로 만든 특제 소스, 근엄한 자태의 토종닭만을 사용하는 것이 이 집의 비결. 토종닭과 1차 전투를 끝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찰밥에 양념을 쓱쓱 비벼 먹는다. 마지막으로 볶음밥까지 격파한 뒤 수저를 내려놓는 것으로 게임은 종료. 두둑해진 배를 보고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하더라도 겁먹을 필요 없다. 유림은 그 뒤로는 산책하기 좋은 염창산이, 앞으로는 한강이 펼쳐진 ‘배산임수’ 음식점이니까.
4 목동깨비시장
관광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재래시장이다. 그러다 보니 주민 인심이라든지 정이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통용된다. 덕분에 주머니에 달랑 5천원만 있어도 한 끼 배불리 해결할 수 있다. 푸짐한 잔치국수 한 그릇은 단돈 1천원이고, 옛날식으로 투박하게 튀긴 탕수육은 2천원이다. 남대문시장이나 광장시장만큼 화려하거나 크진 않지만, 시장 안 작은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면 ‘삶’이란 것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5 마을카페
목2동시장 인근에 위치한 카페. 커피와 그림책, 나무 책걸상으로 가득한 카페에 들어서면 어린 시절을 보낸 초등학교 교실이 떠오른다.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그림책을 읽고 있으면 철수, 영희와 함께했던 초등학교 국어 시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시끄러운 음악과 사람들로 복잡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달리 소소하지만 낭만이 있는 이 카페가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 말을 가장 잘 대변하지 않나 싶다.
용산구 용산동 2가
1 팻캣
해방촌 초입에 위치한, 브런치 먹기 좋은 곳. 인테리어와 음식이 이국적이라 이곳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가끔 지나가는 길에 들르면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니까. 시그너처 메뉴는 타이거 비프 샌드위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질 페스토 랩이나 볼을 선호하는 편이다. 내부에 머물러도 좋지만 주택가 길목이 보이는 테라스에서 햇빛을 쬐며 혼자 조용히 있는 것도 좋다. 특히나 요즘 같은 가을에는 더더욱.
2 보니스피자
외국인이 운영하는 피자집. 해방촌 초입에 위치한다. 처음 이곳에 들락거릴 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줄 서며 먹을 정도로 유명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미 많이 알려진 가게였지만, 피자를 좋아한다면 한 번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특히 치즈가 듬뿍 든 치즈 피자를 좋아한다면. 개인적으로 페페로니 피자와 하와이안 피자를 ‘하프 앤 하프’로 먹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한 가지 팁. 미리 전화로 주문하고 20분 뒤에 찾아가면, 줄 서지 않고도 따끈한 피자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3 별주부전
더 래빗 홀. 한마디로 토끼굴이다. 건물 지하에 있는 별주부전에 처음 들어섰을 때를 기억한다. 번쩍이는 네온 조명과 생전 처음 봤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황당한 복장을 한 외국인들의 공연. 다분히 이색적이었다. 화려한 공간에는 과거 오락실에나 있던 오락기와 콘솔 게임기가 가득하다. 편안한 소파에 몸을 뉘여 오락을 즐기며 술 마시기에 좋다. 참, 공연은 주말에만 열리는 듯하다. 놀다 보면 꿈꾸는 듯 묘한 기분에 휩싸이는 공간이다.
4 야채가게
이름만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다. 해방촌 끝자락, 간판 하나 없이 호젓한 골목길에 숨어 있는 야채가게는 조용히 술 마시기 좋은 주점이다. 작은 가게이다 보니 많은 인원이 우르르 몰려가는 것보단 둘, 셋이서 가는 것이 훨씬 좋다. 주문과 동시에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시작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그 정성과 맛은 무시할 수 없다. 메뉴는 해산물, 그중에서도 성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음악 선곡도 좋다.
5 르카페
해방촌이 떠오르며 골목 구석구석에 많은 가게가 생기고 없어졌다. 르카페는 내가 해방촌으로 이사 오기 전인 2009년 문을 열어 아직까지도 운영되는 카페다. 계속 머무르며 묵묵히 손님을 맞이하는 장발의 사장님, 이국적인 분위기와 아늑한 인테리어 때문인지 카페는 언제나 외국인 손님으로 붐빈다. 커피 맛도 언제나 좋다.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차이티 라테를 정말 추천한다. 사장님도 추천하신 메뉴다.
용산구 경리단
1 우리 집 옥상
나와 동생, 친한 친구 세 명이 처음으로 마련한 경리단 집엔 널찍한 옥상이 있다. 가끔 친구들 만나 맥주 한잔하기 위해 올라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올라가 경리단의 사람들, 가게들, 하늘 등을 보곤 한다. 그럴 때면 ‘진해에서 올라와 내가 이곳에 살고 있구나’ 하는 묘한 생각을 한다. 그래서 간혹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답답할 때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겨울만 아니라면 무작정 올라가 멍하게 앉아 있기 제격이다.
2 Park_flor
경리단에서, 아니 서울에서, 아니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집이라 할 수 있다. 친동생이 운영하는 꽃집이거든. 하하. 우리는 경리단 형제다. 날 좋고 할 일 없을 때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동생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동생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형같이 느껴질 정도로 성숙하다. 나를 닮아 외모도 출중한 동생이자 사장. 간혹 마땅히 갈 술집이 없으면 동생 가게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집이다.
3 서울살롱
서울살롱은 내가 3년 전 처음 경리단에 왔을 때 가장 먼저 가본 곳이면서 동시에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곳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일하는 직원들이 나를 본 체 만 체하며 플레이스테이션에 빠져 있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여기는 뭐지?’ 싶었다. 물론, 일을 하게 되면서 나도 함께 플레이스테이션을 했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제2의 고향 같은 곳. 경리단 초입에 있으니 편한 분위기에서 시원하게 진토닉 한잔하는 걸 추천한다.
4 PBA
경리단길 초입에 있는 큼지막한 피자집이다. 경리단에서 새벽 2시까지 하는 몇 안 되는 피자집이라 클럽에서 음악 틀고 새벽에 귀가할 때 잠시 들러 ‘피맥’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밖에 테라스가 있어 날씨가 좋을 때는 사람 구경하며 ‘피맥’하기 좋은 곳. 특히 머쉬룸 피자, 라구치즈피자와 사과를 슬라이스해 넣은 코울슬로는 자다가도 생각나는 맛이다.
5 ‘장진우거리’ 뒤편 집 앞 계단
낮에는 경리단을 찾는 많은 사람들 또는 산책하는 동네 주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퇴근 후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휴식처 같은 조용한 집 앞 계단. 얼마 전엔 쇼핑몰 모델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이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봤는데 ‘굳이 여기서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공간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나에게는 허름한 동네 계단이자 여름 동안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앉아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성동구 용답동
1 답십리 고미술상가
뭔가 비밀스러운 거래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복도는 항상 어둡고 계단에선 눅눅한 냄새가 난다. 누아르 영화처럼 당장이라도 총격전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지만, 분위기는 분위기일 뿐. 약 1백40여 개의 점포가 밀집한 상가는 고미술품과 독특한 소품들이 상점 안과 밖에 나열해 있다. 이곳에서 나만의 심벌(Symbol)을 하나 구입하는 건 어떨까. 옛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 그것은 곧 나의 의미가 된다. 고미술이란 바로 그런 것. 상가를 둘러보다 눈에 띄는 물건이 있다면 곧바로 상인에게 문의하면 된다. 상인이 들려주는 물건의 이력과 사연도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2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사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에는 이 육교가 촬영지인 줄 몰랐다. 내게는 그저 ‘동네의 흔한 육교’였으니까. 어느 날부터 관광객이 많아져 그제야 알았다. 드라마에서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장소로 나오지만 사실 그보다는 육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육교 가운데 서서 탁 트인 청계천 정경을 바라보는 게 좋다. 특히나 밤이면 도시의 불빛들과 전철 소리가 한데 엉켜 절로 감성이 풍부해진다. 특히나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는 시기면 ‘멍때리기’ 좋은 곳이다.
3 청계천 용답 나들목
가끔 글이 안 풀리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가는 곳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주로 천천히 걷거나 한 군데 앉아 그들을 구경하는 게 좋다. 몰래 캔맥주를 마신 적도 있다. 남쪽으로 걷다 보면 서울숲이 나온다고 하는데 가본 적은 없다. 낮에는 맑은 청계천 물을 바라보고 밤에는 내부순환로 밑을 바라본다. 기둥을 휘감고 올라가는 넝쿨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이것저것 하염없이 바라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4 노가리슈퍼
일명 ‘가맥집’. 부담 없이 한잔 마시기 좋은 곳이다. 스케일이 큰 요리보다는 간단한 안주거리가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딴 동네의 가맥집과 다른 점은 술집치고는 조용하다는 것이다. 동네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기 좋다. 용답역과 가까워 집에 가는 길에 간판만 봐도 술 생각이 난다. 안주로는 문어다리가 맛있다. 먹자골목의 시작점이라 장소를 옮기기에도 좋다. 그래서 이곳에서 술자리가 끝나는 법은 없다.
5 빅터 커피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이다. 주로 글 쓰러 간다. 커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빵도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향긋한 냄새가 난다. 동네 분들이 자주 와서 그런지 정감 있는 대화도 엿들을 수 있다. 차분하고 따뜻한, 그런 곳이다. 사장님이 직접 배치한 찻잔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카운터에는 사장님이 취득한 커피 관련 라이선스가 있는데 단순히 보여주기가 아니다. 정말 맛이 좋다. 커피 맛에 대해 일가견이 없는 나도 맛있다고 느낄 정도다. 또 저녁 이후에는 한산한 편이다. 테이블이 적고 간격이 넓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좋다.
용산구 한남동
1 한남 나들목
한강까지 걸어 5분 내로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은 한남동에 살며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다. 정기적으로 자연 친화적이며 탁 트인 공간에 가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공간은 넓으면 넓을수록, 그리고 조용하면 조용할수록 좋다. 그런 의미에서 한남 나들목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공간이다.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할 때면 털썩 앉는 순간 사방으로 한강이 훤히 펼쳐지는 장소로 향한다. 비로소 이곳에서도 차분해지지 못하면 내면적으로 보다 불안하게 서울의 삶을 살고 있진 않았던 걸까, 생각한다.
2 웝트샵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라도 두 오너의 기준에 도달하면 들여와 판매한다. 잘 팔리는 브랜드보다 멋진 브랜드를 들여와 소개하는 확실한 기준이 있는 숍. 한남동에서는 특히 전무했던 스트리트 패션 전문 숍이다. 훌륭한 인테리어, 넓은 유리를 이용한 라디오 방송과 DJ 플레잉 등으로 숍을 찾은 이들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고 즐긴다. 오프라인 숍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마음껏 뽐내는 멋진 공간이다.
3 한남오거리 떡볶이 가게
한남오거리 하나은행 근처에는 10년째 같은 자리에서 떡볶이를 파는 가게가 있다. 떡볶이를 필두로 기본기 탄탄한 분식을 주문할 수 있는데, 영업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새벽 4~5시까지 영업하는가 하면 날씨가 더운 날에는 과감히 문을 닫기도 한다. 7, 8월에는 가게 문을 닫고 긴 휴가를 가기도 한다고. 가게 앞에 옹기종기 서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친근하게 대화하는 사장 아주머니의 모습은 아마 오로지 한남동 주민만이 포착할 수 있는 포근한 풍경일 것이다.
4 호머 피자
피자보다 치킨을 2천억 배 정도 더 좋아한다. 아마 이 사실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치킨은 페리카나 양념 치킨이 최고이기 때문에 큰 고민이 필요 없다. 하지만 피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남동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피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호머 피자에서 내는 피자를 선택할 것이다. 배달식 피자 이상의 무언가를 원한다면 단연 호머 피자를 추천한다. 이곳의 인테리어와 센스 있는 음악 선곡 역시 완벽하다. 오늘 저녁에는 호머 피자를 또 먹어야겠다.
5 공간만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만화방에 간 적이 없다. 뭔가 무서운 장소라는 편견 때문이다. 비로소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만화방에 가서 느낀 것은, 만화책으로 빼곡하게 둘러싸인 공간에 있는 기분이 꽤나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한남오거리에는 24시간 운영하는 만화방이 있다. 으레 만화책을 보며 짜장면을 주문해 먹는 그런 만화방. 또 근래에 보기 드물게 보증금 1만원을 맡기면 만화책을 대여할 수도 있다. 만화책을 대여할 경우 사장 아주머니가 노트를 펼쳐 이름이며 전화번호 같은 정보를 손으로 직접 받아 적는다. 그 풍경이 아주머니만큼 정겹고 풍요롭다.
관악구 신림동
1 신원시장
신원시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간다. 시장이라고 해서 흔히들 아저씨나 아주머니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 막 식을 올린 듯한 30대 부부나 자취생이 눈에 띄게 많다. 전반적으로 오래된 건물이 많아 옛 느낌이 강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가게도 심심찮게 들어서 있다. 그러니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간혹 어린 시절의 편안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 시장길을 걷는다. 남들처럼 근사한 산책로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어린 시절 걷던 길을 찾아가는 안식처 같은 곳이다.
2 카페 시벳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카페 시벳은 신림의 작은 휴식처다.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나는 이곳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간다. 직접 로스팅을 하고 핸드 드립으로 내려주는, 신림에 몇 없는 드립 커피가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푸근한 향이 퍼지는데, 커피와 한방 차 그리고 수제 쿠키의 향이 어우러져 마음이 편안해진다. 또 대중가요가 아닌 클래식 음악이 나오기 때문에 음악 프로듀서를 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다. 커피나 차를 마시며 하루 일과를 정리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3 시즈
산책을 마치고 작업실로 돌아올 때 자주 들르는 카페다. 이 카페는 심플한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아담한 공간이 마음에 든다. 거기에 깔끔한 음료와 디자트까지. 불필요한 복잡함을 선호하지 않는 나의 성격과 닮은 곳이다. 베이킹도 사장님이 직접 하시고 계절별로 다양한 티 음료도 개발해 판매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아메리카노치고는 블랜딩을 깔끔하게 하는 편이라 좋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단정하고 미니멀한 내 생활과 성격을 닮은 곳. 그래서 매일같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4 보라매공원
도림천을 쭉 걷다 보면 보라매공원이 나오는데, 이곳은 도림천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큰 규모지만 인공적이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공원. 자연 속에 있으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니, 생각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자연처럼 나도 고요해진다. 굳이 도림천의 한쪽 끝까지 걷는 이유다. 신림이라는 인파 가득한 공간을 피하고 싶을 때는 보라매공원이 제격이다. 큼지막한 나무와 호수 그리고 운동장 같은 편의 시설도 구비돼 있다. 도림천에서 걸으며 생각을 털어냈다면, 보라매공원은 나머지 여분의 생각을 흘리는 장소다.
5 도림천
워낙에 산책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일정이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서 걷는다. 도림천은 그런 나에게 산책 필수 코스 중 하나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도림천과 각자의 방향으로 걷는 사람,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 주인을 향해 달려가는 강아지, 운동복을 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뛰는 남자 등 이곳을 보고 있으면 ‘다들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묘하다. 어느 것 하나 멈추지 않으니 말이다. 밤에 그레고리 포터의 ‘Take Me to The Alley’를 들으며 걸어보길 바란다. 그 느낌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다. 평화, 그 자체거든.
은평구 신사동
1 불광천
불광천은 응암역에서 시작해 은평구 신사동과 서대문구 북가좌동, 마포구 성산동을 거쳐 홍제천과 합류해 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 9.21km. 그 짧은 거리에 나의 주거사가 있다. 나는 북가좌동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할 때가지 성산동에 살았고 응암동 자취방을 거쳐 신사동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물론 그런 감상적인 이유로 불광천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천변을 걷다 보면 오리와 왜가리와 산책 나온 개들을 볼 수 있고, 신응교 아래에서 에어로빅 하는 중년 여성들과 바둑을 두는 중년 남성들을 볼 수도 있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는 다뉴브 강을 따라 걸으며 <다뉴브>를 썼다. 나는 언젠가 <불광천>을 쓰고 싶다.
2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은 이상한 사람이다. 존 레넌을 닮은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한다. 여러 소품들과 손때가 탄 헌책들이 가득한 예쁜 책방이다. 그곳에서 그는 자기가 읽은 책만 판다. 처음에 헌책방은 내 자취방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횟집 건물 지하에 있었다. 지금은 10분 거리에 있는 횟집 건물 2층에 있다. 그가 회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예전에도 헌책방에 자주 가지 못했지만 (책방과 나 우리 둘 다) 이사한 지금은 거의 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서점이 우리 동네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3 PHO358
한때 매일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었다. 직장인이 점심을 먹은 다음 조금 한가해진 오후에 혼자 가서 먹었다. 하루는 무뚝뚝한 얼굴의 직원이 내게 물었다. “늦은 점심이에요, 이른 저녁이에요?” 그러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은 또 있다. “PHO358은 맛집이에요, 맛집 아니에요?” 나는 늘 소고기 쌀국수와 가리비 롤을 주문하는데, 특별히 맛있다고 생각하고 먹은 적은 없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하자면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하듯 매일 가서 먹을 수 있는 맛이다.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는 나는, 그냥 ‘은평의 맛’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4 봉산
나이를 먹은 걸까? 바다보다는 산이 좋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산은 오르지 않아도 좋은 산이다. 산은 거기에 있고, 나는 여기에 있다. 그 정도가 딱 좋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봉산 자락에 있는데, 작은 방 책상에 앉아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봉산을 볼 수 있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낮과 밤의 산은 모두 달라서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가끔은 나도 봉산에 오른다. 아파트와 연결된 등산로를 따라 우리 집이 보이는 지점까지 걷는다. 한 5분쯤? 그곳에서 작은 방 창문을 바라보다 내려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내와 나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가 제일 좋다.
5 지름길
나는 택시를 좋아한다. 모든 택시 기사님들이 신사동이라고 하면 강남구 신사동을 떠올리시는 탓에 매번 은평구 신사동이라고 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매일 택시만 탈 수는 없는 법. 많은 경우 나는 버스를 타고, 그때마다 이 길을 걷는다. 네이버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좁은 골목길이다. 특별할 것도 없다. 하지만 늦은 밤 은평터널을 통과한 버스에서 내려, 혹은 신사동 고개를 넘어온 버스에서 내려 그 길에 들어설 때면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마치 어딘가의 입구로 발을 내딛는 느낌이랄까. 어딘가가 대체 어디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광진구 능동
1 리틀톡스
출근길이나 휴일 오후에 자주 들르는 동네 카페다. 사장님이 혼자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카페로 우선 조용하고 깔끔해서 좋다. 요즘엔 카페가 시장 바닥보다 시끄럽고 더러운 법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커피 맛이 좋다.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도 자주 들르는 곳이다. 각진 콘크리트 건물의 느낌이 좋아 외출할 때 굳이 리틀톡스가 있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정말 우연히 지나다 발견한 카페인데, 자주 갈 때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찾는 것 같다.
2 능동곱창
능동곱창은 능동 먹자골목을 오랫동안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오래전 그 자리, 그 인테리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시설도 그대로인지라 곱창 굽는 연기가 다소 과한 편이지만, 맛있어 정신없이 먹다 보면 연기고 뭐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녁이면 대기 줄이 꽤 길었다. 최근에는 전에 비해 한가한 편인 듯하다. 이럴 때 가서 맛봐야 한다. 먹자골목 입구에 새로 생긴 곱창집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 같지만, 나는 언제나 능동곱창이다.
3 아차산
주말 오후 늦게, 해가 지기 두세 시간 전이면 나는 아차산으로 향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동네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정상을 찍고 돌아오기까지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나무 냄새 맡으며 땀을 흘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전부 개운해지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서울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라 매년 해맞이 행사가 있지만, 아차산에서 보는 일몰도 일품이다. 하지만 나는 해가 지기 두세 시간 전에 오르는 걸 가장 선호한다. 그때의 자연광과 냄새, 분위기가 최고거든.
4 백합베이커리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있던 빵집이다. 검색해보니 25년 됐다고 하는데, 아마도 더 오래된 듯하다. 대부분의 제과점이 프랜차이즈로 바뀌는 와중에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그만큼 맛있다는 의미겠지? 그런데 자주 가서 맛을 봐도 딱히 뭐가 백합베이커리의 시그너처 빵인지 모르겠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 전부 기대 이상의 맛이기 때문. 옛 이름은 백합제과였다고 한다.
5 중랑천
의정부에서 시작해 한강으로 흘러 나가는 중랑천 옆으로는 공원 시설과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어렸을 때는 ‘뚝방’이라고 해서, 하천 옆으로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유지됐다. 친구들과 개구리, 메뚜기를 잡던 추억이 많다. 지금은 정비되어 그때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산책과 자전거 타기에 좋은 장소가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한강으로 연결된다.
강동구 둔촌동
1 오또상키친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가까운 일본에 가는 걸 즐기는 편이다. 일본에 가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될 때는 오또상키친을 찾는다. 정통 일본식 도시락집으로 사장님이 직접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다 보면 일본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지의 맛이 난다. 가게 인테리어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맛은 보장할 수 있다. 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내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곤 하는데, 그럴 때 ‘혼술’하러 가기에도 좋다. 둔촌동이 인적이 많지 않은 한적한 동네여서 더욱 좋은 것도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1 신미식당
뭔가 맛있고 얼큰한 식사가 당기는 점심시간이면 신미식당에 간다. 제육볶음과 뼈해장국을 주문한다. 날씨 좋은 저녁에도 신미식당에 간다. 그때는 야외 테이블에서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당연히 소주와 함께) 신미식당은 압구정 일대는 물론이고, 꽤 많은 사람들에게 맛집으로 알려진 노포이기에 야외 테이블에서 솥뚜껑 삼겹살을 즐기고 싶다면 오후 6시 전에 가야 한다. 조금만 지나도 금방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다.
2 호화반점
중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압구정동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음식점은 호화반점이다. 호화반점은 특히 짜장면이 맛있다. 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메뉴는 쳐다볼 것도 없이 유니짜장을 주문하기를. 간 고기와 잘게 썬 양파를 짜장 소스와 함께 달달 볶아 만드는데, 일반 짜장면과 달리 간이 심심하고 적당하다. 나는 여기에 탕수육과 연태고량주를 곁들이곤 한다. 그럼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된다.
3 크로스핏 라임라잇
지난 3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온 크로스핏 스튜디오. 장비와 보조 기구를 꽤 잘 갖추고 있으며, 2012년 미국 크로스핏 본사의 공식 지부로 등록된 곳이다. 식당들을 읊어놓고 크로스핏 스튜디오가 웬말이냐 싶겠지만, 나는 오직 맛있는 음식을 내가 원하는 만큼 먹기 위해 운동한다. 많이 먹고, 이곳에서 강도 높게 운동하면서 그나마 보통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3년 동안 아주 조금씩 몸이 좋아졌다는 것을 나 혼자서는 느끼고 있다.
4 에크루
일본 의류 브랜드를 편애한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많은 의류 숍을 다녀봤지만 다양하고 괜찮은 일본 브랜드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에크루만 한 데가 없다. 아마 대한민국을 통틀어 에크루가 제일일 것이다. 에크루는 나에게 아지트와 같다. 집에서도 가까워, 에크루를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찾아간다. 정말 뭘 살 때도 많지만,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아이쇼핑’을 즐기고 싶을 때도 곧잘 들른다.
5 신사 닭한마리·감자탕
포털에 검색해도 꼭 ‘닭볶음탕 잘하는 곳’으로 소개되곤 하는 데다, 간판을 봐도 마치 ‘닭한마리’가 이곳의 메인 메뉴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식당의 압권은 감자탕에 있다. 콩나물을 넣어 감자탕을 내는데, 시원하게 우러난 국물이 끝내준다. 탕 안의 돼지 등뼈에 살코기가 실해서, 한 점 한 점 발라 소주 한잔 곁들이면… 게임 끝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나?
강남구 도곡동
1 카페 프레스카
거의 5년 가까이 찾는 카페다. 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했는데 더치 커피를 정말 잘 만든다. 요즘에는 콜드 브루가 많아져서 어디에서든 맛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흔치 않았다. 그래서 문득 더치 커피를 마시고 싶어지면 항상 이곳을 찾았다. 유리문을 활짝 열고 가을 공기를 그대로 맡으면서 글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장님과도 안면이 있는데 이번에 개봉한 영화 시사회에는 깜박하고 초대를 하지 못했다. 사장님, 암쏘리.
2 도곡1동 주민센터
모든 카페마다 음악을 틀기 때문에 그냥 세상의 소리로 찬 공간에서 잠시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동네 문화센터 앞에 오게 된다. 상당히 실리적으로 잘 지었다. 벤치에 앉으면 사방이 아파트라 마음은 갑갑하지만 이 동네 살면서 시야가 트이길 원하는 것도 욕심이다. 가만히 앉아서 나는 언제쯤 전세금을 다 모을까 고민하다 보면 피로가 더 누적된다. 그러면 마지못해 활자의 무간지옥으로 향한다. 그렇게 끌려가듯 시나리오를 쓰게 만드는 맛이 있다.
성북구 월곡동
1 월곡 인조 잔디 축구장
밤에 산책하며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 몹시 기뻤다. 동네에 이렇게 음습한 기운으로 가득 찬 공간이 있었다니. 축구장은 육상 트랙과 암벽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처음 발견했을 때는 신비로운 고원처럼 느껴졌다. 그 옆으로는 농구 골대가 있고 어딘지 오밀조밀 몸을 자잘하게나마 단련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이 있다. 공놀이를 하면 좋겠지만 나는 주로 육상 트랙을 회전초밥처럼 돌며 걷는다.
2 성북보건소 옆 청과점
성북보건소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는 청과점이 있다. 청과점은 새벽부터 사람들로 붐빈다. 과일이 특A급은 아니지만 맛이 좋고 종류도 다양하며 무엇보다 엄청 싸다. 이곳 덕에 나는 비타민과 섬유질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이 되었다. 때마다 제철 과일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가게 내부 공간만으로는 물품을 다 수용할 수 없어 인도까지 점령했는데 소쿠리에 담긴 과일들이 인도 위에 나앉아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일요일에도 연다.
3 재활용품 집하장 옆 공터
집에는 내가 보옹이라고 부르는 개 한 마리도 있는데 함께 산책할 곳이 마땅치 않다. 집 주변은 술을 겸할 수 있는 가게들이 많아 사람들로 붐비며 전혀 평온하지 않다. 그런대로 그냥 사람들 붐비는 사이로 개와 함께 산책해도 좋으련만 개는 겁이 많아서 모든 움직이는 것들에 과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므로 조용한 곳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좀 멀더라도 결심을 하고 가는 곳이 있다면 e편한세상 아파트 104동과 재활용품 집하장 사이에 있는 공터다. 여러모로 그 근방의 공간 구조가 특이하고 좋은데 말로 설명하긴 어려워 같이 가봐야만 무엇이 특이하고 좋은지 알 수 있다. 최근에 갔을 때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피어 있었다.
4 월곡정
오솔길을 따라서, 지그재그로 설치된 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너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인다. 월곡의 뒷산 같은 곳인데 애기능터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고종의 어린 아들이 묻혀 있었던 곳. 지금 그 묘는 다른 곳으로 이장되었다. 월곡정에 도착해서 낭떠러지가 있는 곳으로 좀 더 가면 평탄하고 넓으며 표면도 매끄러운 바위가 있다. 그곳에 눕거나 앉아서 시내 야경을 바라본다.
강남구 역삼동
1 농민 백암왕순대
평일 한가한 시간에 찾아도 가게 앞이 기다리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참을성 있게 줄을 선 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셔츠를 흠뻑 적시며 순댓국에 수저를 담그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청양고추와 들깨 가루를 팍팍 푼 순댓국도 좋지만, 이곳에선 단연 잡 냄새가 없고 쫄깃한 식감이 느껴지는 ‘토종순대’를 주문해야 한다. 막창으로 만든 왕순대에 머리 고기를 푸짐하게 섞은 모둠순대는 또 어떻고. 술안주로 제격이다. 강남역 신분당선에서 가깝다.
2 칠랑고
멕시코인 요리사가 운영하는 멕시칸 음식점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현지의 맛을 충실히 재현해내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종종 칠랑고에 들르는데, 따끈하게 구운 토르티야에 갖가지 재료를 넘치도록 넣어 먹는 ‘타코 플레이트’를 가장 많이 주문한다. 맥주 또는 멕시코에서나 판매되는 탄산음료를 곁들이면 커다란 접시를 단숨에 비울 수 있다. 테라스도 있어서 요즘같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때 찾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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