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과 좋은 무대를 만들어서 우승자를 배출하는 게 목표다. 평화롭게, 재미있게 하면서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 그런 태도는 우리 팀 애들이 더 싫어한다. 우리를 믿고 선택해준 참가자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을 테니까.”
다이나믹 듀오를 만나러 홍대로 향했다. 주차장 골목에 다다를 때까지 그들이 프로듀싱하고 넉살, 조우찬, 한해, 라이노가 래퍼로 참여한 신곡 ‘N분의 1’을 정확히 6번 들었다. 길거리뿐 아니라 음원 차트도 가뿐히 석권했다. 그렇다. 다시 또, <쇼미더머니>다. 금요일 밤 자발적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모두를 TV 앞에 앉게 만드는 ‘래퍼들의 전쟁’이 찾아왔다. 이번 시즌엔 다이나믹 듀오도 합류했다. 1시즌부터 꾸준히 프로듀서로 러브콜을 받아온 이들은 무려 6년의 고심 끝에 드디어 ‘엠넷’의 손을 잡았다. 다이나믹 듀오가 혹시 이런 ‘신식 방송’에 적응을 못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기우였다. 18년 지기이자 현역 래퍼인 이들은 처음부터 ‘힙합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자’고 뜻을 모았다. 이왕 전쟁에 참가했으니, 이기고 지는 것이 우리 뜻은 아니더라도 뭔가는 얻고 가자는 ‘해피 엔딩’이 이들의 목표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꽤 잘 흘러가고 있다.
“이기고 지는 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설사 지더라도, 최대한 스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승패에 상관없이 주목받고 인기를 얻었으면 한다.”
<쇼미더머니>에서 다이나믹 듀오를 가만뒀을 리 없다. 매년 러브콜을 했을 텐데,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 어떤 이유가 있나?
최자 시즌 6까지 계속 러브콜 들어온 게 사실이다. 힙합의 선정적인, 거칠고 자극적인 부분만 강조돼 자칫 힙합 자체가 희화화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쭉 지켜봐왔다. 힙합 신에서는 새로운 스타가 없으면 물이 고인다. 그런데 <쇼미더머니>를 통해 스타가 발견되더라고. 또 힘든 환경에 처한 재능 있는 친구들이 이 쇼를 통해 오래 음악을 하게 되는 일도 많아졌다. 그런 걸 보면서 ‘그림자만 커지는 게 아니라 빛도 같이 커지는구나’ 느꼈다. 지금 제작진과는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대로 진행이 잘돼가는 것 같다. 오래 얘기해보고 오래 고민해보고 결정한 거다.
개코 <쇼미더머니>에 참여하지 않은 데는 다이나믹 듀오가 매년 앨범을 제작하고 발표한 이유도 있었다. 마침 올해 앨범 계획이 없어서 이왕 할 거면 여기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고 우리 주장이 어느 정도나 먹힐까, 하는 것들 말이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좋은 음원 성적도 내고, 스타도 만들고, 그리고 다이나믹 듀오도 프로듀서의 영역까지 브랜드를 확장하고 싶다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출연을 결정했다.
프로듀서 팀 공연 얘길 안 할 수가 없다. 방송으로 봤을 때는 당연히 다이나믹 듀오가 1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4위나믹 듀오’가 된 건가?
개코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투표를 하는데, 어쨌든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거 같다. 원래부터 가고 싶었던 팀이 있었을 테니까.
최자 근데 여기서 뭐라고 덧붙일수록 뭔가 추접한 느낌이다. 하하. 그냥 ‘현장의 래퍼들 취향이 우리가 아니었나’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고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나?’ 자문해보면 그건 또 아니다. 진짜 최선을 다했다.
개코 우린 할 만큼 했다. 실제로 현장 반응은 좋았다. 사실 1등이 아니라면 꼴찌가 낫겠다고 생각했다. 2, 3등은 별로 감흥이 없으니까 차라리 꼴찌를 한 다음에 1등으로 치고 올라가는 게 더 드라마틱할 것 같더라.
최자 우리가 4위를 했기 때문에 음원 미션을 좀 더 열심히 한 것도 있다.
개코 더 이상 망신당하기 싫었다. 하하.
초창기 <쇼미더머니>는 1등을 뽑는 경연대회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힙합 쇼 같다. 다이나믹 듀오에게도 우승자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나?
개코 프로그램의 콘셉트니까, 당연히 누군가 우승해야 하고 우리도 그 룰을 지키려 한다. 좋은 음악과 좋은 무대를 만들어서 우승자를 배출하는 게 목표다. 평화롭게, 재미있게 하면서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 그런 태도는 우리 팀 애들이 더 싫어한다. 우리를 믿고 선택해준 참가자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을 테니까.
최자 딱 이거다. “형들은 재미있게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우린 이기려고 왔어요.”
개코 그래서 좀 더 파이팅을 해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물론 추접스럽고 비겁하게까지 해서 이기고 싶진 않다. 이기기 위한 음악은 만들지 않지만 이기기 위한 무대는 만들려고 한다.
최자 이기고 지는 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설사 지더라도, 최대한 스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승패에 상관없이 주목받고 인기를 얻었으면 한다.
같은 팀원을 미션에서 떨어뜨려야 했을 때, 너무 괴로웠을 것 같다.
최자 경쟁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직접 뽑은 사람을 다시 떨어뜨려야 하니까 괴롭지. “아무래도 네가 떨어져야 할 거 같아”라고 말한 다음에 위로해주기도 애매하고.
개코 근데 이 방송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탈락하더라도 많이 뽑아먹고 나갔으면 좋겠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든지, 인기를 얻든지 뭔가 얻는 것이 있었으면 한다.
최자 만약 경쟁에서 떨어져 우는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다가가서 말해준다. “야, 이 타이밍에 잘 울었어. 이건 방송에 나갈 거야”라고. 하하. 멋지게 지는 것도 중요하다.
“현역 플레이어기도 하지만 후배들을 이끌고 만들어주는 롤을 겸해야 한다. 우리의 새로운 역할을 평가받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누군가 “형, 저 <쇼미더머니> 참가해볼래요”라고 하면 어떤 조언을 해주겠나?
개코 도박을 좀 해야 한다. 커리어가 있는 애들은 더욱 조심스러울 거다. 커리어 잘 쌓아가고 있는 사람도 허무하게 한 번에 끝날 수 있다. 왜냐하면 프로듀서들의 취향이 다 달라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운도 중요하게 작용하겠지. 모험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자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원래 자기가 잘하는 걸 보여준 친구들이 우세했다. 뭔가 몸에 익지 않은 새로운 걸 보여주려는 시도가 아직까지는 크게 안 먹혔다. 사실 엄청 긴장되기 때문에 자기만의 것을 보여주기도 힘든 무대거든.
개코 태도 자체도 열정적이어야 한다. ‘그냥 여기 돈 벌러 나왔어요’ 혹은 ‘나 되게 잘하는데 한번 보여주러 나왔어요’라는 태도는 좋지 않다.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한 잘 안 먹힌다.
최자 이제 그런 것조차 굉장히 식상하다. 1백 명 중 60명 정도가 저런 태도니까. 좀 일찍 떨어지긴 했지만 마이크로닷 같은 친구는 탈락을 하더라도 굉장히 멋있게 나오지 않았나. 보기 좋더라고. 어느 정도 내가 이 바닥에서 명망이 있다 싶은 친구들일수록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와야 한다.
개코 시청자 입장에선 예능에 가깝겠지만 참가자에겐 일종의 올림픽 같은 느낌이 있다. 스포츠맨십 같은 게 발휘되곤 한다.
방송이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중간 점검을 한번 해보자. <쇼미더머니>를 통해 다이나믹 듀오의 득과 실을 따져본다면?
개코 정확한 건 끝나봐야 알 것 같다. 다만, 우리는 음악을 한 지 20년이 됐고 프로듀서 역할로 포지션을 전환해야 하는 나이다. 현역 플레이어기도 하지만 후배들을 이끌고 만들어주는 롤을 겸해야 한다. 우리의 새로운 역할을 평가받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회가 방송되고 나면 다이나믹 듀오가 프로듀서로서 잘해냈는지 평가해줄 것 같다.
최자 힙합 신에서 우리는 ‘시니어’다. 어린 친구들과 무언가를 하려 해도 실제로 얼굴 맞댈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강제로라도 같이 만드는 상황이 되니까, 내 취향과 맞지 않던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것도 막상 해보면 재미있구나’ 싶은 것이 많았다. 사회에서 만났다면 선후배의 벽이 있었을 텐데 대회 안에서 만나니까 허물없어서 좋았다.
다이나믹 듀오식 리더십도 눈에 띈다. 초등학생 우찬이와도 눈높이를 맞춰 회의를 하더라고?
개코 음원 미션과 디스 배틀에서는 우리가 서로의 합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나이와 실력, 경력을 기준으로 파트를 분배하진 않았다. 우찬이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있고, 그 애의 목소리로만 낼 수 있는 감성이 있다. 최대한 각자의 매력을 보여주되 부족함 없이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최자 멤버들 구성이 좋았다. 누구 하나 욕심 내서 앞에 서려 하는 친구가 없다. 서로 양보하고 존중해줬다. 넉살이가 그중 가장 형인데 모든 멤버를 엄마처럼 안아줬다. 넉살이 우리 팀에 와준 게 정말 행운이다.
개코 그 친구는 대가족 속에서 자라서인지, 자기가 주인공이 돼야겠다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을 챙기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우리 팀의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넉살과 최자의 역할이 컸다.
얼마 전 배우 소지섭이 <쇼미더머니> 애청자로서 넉살의 우승을 예측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누가 우승할지 빤히 보이나? 아니면 오히려 예측이 더 어려운가?
개코 지난 시즌은 현장 분위기를 몰라서 ‘비와이가 무조건이야’라는 생각을 했을진 모르겠다. 이번 시즌엔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떨어졌고, 의외의 복병도 많았다. 현재까지 센 래퍼들만 남아 있어서, 결국은 누가 더 ‘버프’를 많이 받느냐의 문제 같다.
최자 우승도 중요하지만 사실 길이길이 남는 영상을 많이 만들자는 게 목표다. 그걸 가지고 또 그다음 커리어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개코 어떻게 보면 우승은 잠깐의 영광일 뿐이다. 미디어 주목도 오래가지 않더라. 다음 시즌에도 스타는 또 나온다. 오히려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고 커리어를 더 쌓는 것이 우승보다 중요한 문제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