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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악의 챔피언 5

`비난은 순간이요, 기록은 영원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래의 리스트를 면밀히 살펴보길 바란다. 가끔, 곧 사그라질 것이라 생각했던 비난은 언론과 세인의 입을 스피커 삼아 증폭되어 승리의 월계관을 그들에게서 빼앗아버린다.<br><br>[2007년 3월호]

UpdatedOn February 21, 2007

photography 연합뉴스 Editor 김현태

19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불쌍하지만 박시헌을 우리의 리스트 맨 상단에 놓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대놓고 박시헌을 욕할 수도 없다. 그동안 우리는 스포츠정신을 논할 때 이 죄 없는 선수에 대해 너무 많이 얘기해왔고, <인간시대>류의 다큐멘터리에서 자신도 원하지 않았던 금메달을 딴 후, 박시헌이 감내해야 했던 불행에 대해 수없이 조명해왔기 때문이다. 대강의 요지는 이렇다. 1988년 안방에서 24회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우리나라는 대회 성적에 사활을 걸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 소련과 동독 그리고 미국에 이어 세계 4위에 빛나는 결과를 도출해냈지만, 찜찜한 구석을 감출 수는 없었다. 바로 동·하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카타르와 중국 못지않은 홈 텃세를 부린 것. 그 대표적인 예가 라이트 미들급에 출전한 박시헌의 우승이었다. 당시 박시헌은 결승전 상대인 로이존스 주니어에게 변변한 펀치 하나 뻗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렸다. 마지막 공이 울리고, 당연히 승리를 예상한 미국 선수는 의기양양한 반면, 무수한 펀치를 얻어맞은 박시헌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예정된 수순처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심판들은 모두 경기는 안 보고 집에 있는 아내와 통화라도 했는지, 승리자는 홈 링의 박시헌이었다. 금메달을 딴 박시헌도 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로이존스 주니어는 길길이 날뛰었다. 그 뒤 로이존스 주니어는 프로로 전향해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다. WBC, WBA 그리고 IFB 등 세계 주요 복싱 타이틀을 체급을 가리지 않고 수집한 것. 그런 그가 다시 한번 붙고 싶은 상대로 박시헌을 지목했다고 한다.

2003~2004 시즌 3점슛 왕 문경은·우지원

만화 <슬램덩크>가 모든 학생들의 책꽂이에 꽂혀 있고, 우리들의 청순한 다슬이가 왕눈이 장동건과 알콩달콩 연애하던 시절, 우지원과 문경은의 인기는 대단했다. 연세대학교 숙소는 항상 소녀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그들의 모습이 잠시라도 보이면 여고생들은 자지러지곤 했다.
이 둘의 특기는 바로 3점슛. 특히 2003~04 시즌은 이 둘의 3점슛 왕 쟁탈전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문제는 그 열기가 너무 높아 둘의 욕심에 부채질을 한 것. 결국 마지막 날 우지원과 문경은은 각각 초유의 기록을 만들고 말았다. 우지원은 3점슛 21개 포함 70득점을 기록했으며, 문경은은 3점슛만으로 66점을 득점한 것이다. NBA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이 기록은 아쉽게도 상대편의 눈감아주기와 소속팀의 한 선수 몰아주기가 있어 가능했다. 난감해진 KBL은 이들에게 기록은 인정하되 시상은 하지 않는 임시방편으로 이 사고를 매조지했다.

사상 최고의 배당률 경주마 ‘흑광’

경마에는 마칠인삼(馬七人三)이란 격언이 있다. 그만큼 능숙한 기수라도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은 말에 그것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말이다. 당연히 경마에는 이변이 속출하게 마련이고 속칭 ‘꾼’들은 고배당을 꿈꾸며 무모한 배팅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역대 최고의 이변은 1998년 12월 5일 국산마 1000m 제4경주에서 벌어졌다. 14마리가 출주한 이 경기에서 1~3등을 차지한 말은 인기순위 12, 13 그리고 14위의 말. 덕분에 복승식 7328.8배의 초고배당이 터진 것이다.
그날 경마장을 찾은 수십만 명 중 적중자는 총 26명. 특히 2만원을 배팅한 한 명은 1억4천6백만원을 그 자리에서 수령하는 횡재를 하기도 했다. 어떻게 통산 승률 3.3%에 불과한 체중 392kg 흑광이 우승할 수 있었을까? 마치 일반인이 100m 트랙에서 칼 루이스를 이긴 것과 같은 이 기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뒤 어떤 순위표 상단에서도 흑광을 발견할 수 없었으나, 이날의 흑광은 말 그대로‘검은 빛’그 자체였다.

1984년 한국 시리즈 우승 롯데 자이언츠

구도 부산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롯데는 지금까지 1984년과 1992년 두 차례 우승했다. 이 두 차례 우승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우선 우승 당시 모두 롯데의 수장은 강병철이었고, 그의 계약 두 번째 시즌이었다. 또 안경잡이 에이스 투수가 폭풍 같은 투구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도 그렇다. 1984년의 최동원, 1992년의 염종석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이 둘의 우승에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1992년의 우승은 100% 롯데의 힘으로 이루어낸 것이다. 물론 정규 리그 4위에 불과한 성적이었지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 시리즈를 거치는 동안 그들은 놀라운 팀워크를 발휘했다.
8개 팀밖에 없는 한국 프로야구 사정상 4위도 우승할 수 있었으니, 완벽한 우승이라곤 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우승을 일구었다. 하지만 1984년의 롯데는 다르다.
그해 최강팀은 삼성과 전년도 우승팀 OB였다.
먼저 한국시리즈에 진출을 확정한 삼성은 당연히 그들이 상대해야 할 OB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져주기 게임을 했다. 결국 그들의 의도대로 상대하기 쉬운 롯데를 파트너로 골랐고,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전무후무한 최동원 혼자 4승을 기록한 이변으로 그해의 한국 시리즈가 끝이 났다. 챔피언은 누구의 도움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1984년의 롯데는 상대방의 배려로 챔피언에 올랐다.

2006 시즌 N리그 챔피언 고양 국민은행

내셔널리그(일명 N리그) 결승전을 앞둔 고양 국민은행은 시합이 벌어지기 전부터 온 축구팬의 열성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었다. 김포 할렐루야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이유는 국민은행이 승리한다면, 오랜 축구계의 숙원이었던 프로리그 승강제가 가능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전력상 우위에 있던 국민은행은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가 바쁘게 말을 바꾸기 급급했다. 금융법을 들먹거리기도 했고, 운영진의 이해관계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 바뀌지 않는 사실은 바로 그들이 축구팬을 농락했다는 것. 국민은행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을 뿐 아니라, 맘만 먹으면 프로 축구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탄탄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그들 때문에 멍든 이들의 상처는 누가 치료해줄 것인가? 불행히도 무능한 축구협회는 그걸 고쳐줄 수 없는 돌팔이 의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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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연합뉴스
Editor 김현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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