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S 90D
김성환 〈에보 코리아〉 기자
세상의 모든 탈것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미국산 전기차는 모두 우락부락한 얼굴에 한 덩치 하는 차인 줄 알았다. 적어도 새빨간 테슬라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모델S는 섬세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시선을 훔친다.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굳게 다문 그릴은 매혹적이고, 얇은 사이드미러와 매끈한 지붕선은 요염해 보이기까지 한다. 앞과 옆에 비해 뒷모습은 수수하다. 네모반듯한 테일램프와 램프 사이를 연결하는 두툼한 크롬 도금 장식이 눈에 들어온다. 엠블럼과 모델명 배지도 알맞게 나눠 붙였다. 모델S는 전기차라고 해서 특별함을 내세우기보다는 균형을 강조한 디자인을 택했다. 덕분에 첫인상이 부담 없이 다가온다. ★★★★
+ INSIDE 문을 열고 들여다본 실내는 춥고 휑하다. 이것저것 눌러볼 버튼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직선과 곡선으로 대충 그은 비대칭 센터페시아가 눈에 띈다. 시동을 거니 17인치 크기의 세로형 모니터가 켜지면서 썰렁한 실내를 안락하게 채운다. 차를 다루는 모든 기능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진다. 터치만으로 선루프를 열거나 서스펜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LTE 서비스를 지원해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과정이 즐겁긴 한데 정은 가지 않는다. 단지 누르고 돌리는 맛이 사라져서인 것 같지는 않다. 감성이 부족하다. 생각 없이 최신형 대화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느낌이다.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그 이상으로 끌리지는 않는다. ★★★
+ Performance 가속페달에 작은 힘만 줘도 차는 거침없이 튀어나간다. 최고출력 417마력의 숫자는 큰 의미 없다. 시종일관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이 질주한다. 전기모터의 강한 힘이 내연기관 차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5m에 달하는 길이와 2.2톤의 무게를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 고속에서도 힘은 꾸준히 유지한다. 보통 전기차는 처음에 무지막지한 힘을 쏟아내고 뒤로 갈수록 힘겨워하는데 모델S는 그렇지 않다. 다만 빠르게 떨어지는 배터리 퍼센트를 보면 자연스레 페달에서 힘을 빼게 된다. 대부분 전기차에서 느껴지는 회생제동 반응은 모델S에서도 여전히 이질감이 높다. 뒤에서 강하게 끌어당기는 느낌인데 불쾌하다. 전기차를 탄다면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주행 성능에는 불만이 없다. 스피드를 즐긴다면 타봐야 할 차다. ★★★★★
+ Attraction 괴짜 CEO가 만든 미국산 전기차는 생각보다 정교했다. 깔끔한 디자인과 군더더기 없는 실내 인테리어는 얼리 어답터를 겨냥하기 제격이다.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화려한 그래픽 구성도 마음에 든다. 복잡해 보이던 조작법은 한 번 익히고 나면 손쉽게 다룰 수 있다. 빈틈없는 달리기 실력은 물론 무지막지한 성능을 안전하게 제어하는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도 믿음이 간다.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과 차가 주는 감성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만 빼면 참 좋은 차다. ★★★☆
+ UP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가는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
+ DOWN 대형 모니터로만 가득한 운전석은 눈의 피로가 상당하다.
조진혁 〈아레나〉 피처 에디터
작지만 빨라야 하고, 연비는 출중해야 하며, 실내 공간은 넉넉한 차를 선호하는 실용주의자.
+ Look 준수한 외모다. 시선을 끄는 것은 길이 4,979mm, 너비 2,187mm의 거대한 차체와 곳곳에 자리한 카메라들 그리고 테슬라 엠블럼 정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기존 전기차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강조하거나, 실리콘밸리 특유의 ‘쿨’함으로 괴상한 형태를 선보였다. 심지어 전기차라고 큼직하게 써놓은 모델들도 제법 있다. 그런 노력은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모델S는 기존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쉽게 다가갈 수 있고, 편안하다. 쉬워 보인다고 쉬운 차는 아니지만. ★★★
+ INSIDE 운전석에 앉으면 허전한 기분이다. 있어야 할 게 없다. 소금사막처럼 휑하다. 스티어링 휠도 단순하다. 버튼 몇 개가 전부다. 주행 중에는 디지털 계기반에서 조작을 할 수 있다. 디지털 계기반은 간결하게 정보를 보여주고, 깔끔한 UX 디자인으로 제작해 직관적이다. 그리고 17인치 터치스크린이 있다. 차량의 모든 기능은 여기서 제어한다. 선루프를 몇 퍼센트만 열 것인지, 헤드라이트는 자동으로 할 것인지 등. 시트 포지션과 같은 운전자 정보도 여기에 저장하면 된다. 큰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과 동일하다. 조작이 쉽고 편해서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 없을 정도다. 심지어 LTE 유심 카드도 들어 있다. 5m짜리 스마트폰 안에 들어온 기분이다. ★★★★★
+ Performance 폭우주의보가 발령된 날 밤이었다. 올림픽대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 차가 없는 국도변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생겼다. 그리고 모델S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테슬라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이었다. 앞뒤로 설치된 모터가 전륜과 후륜에 대한 토크를 디지털 방식으로 제어한다. 2개의 모터가 집중 과외하듯 휠을 다뤄 트랙션 시스템이 정교했다. 그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변속 충격 없이 순식간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쉼표 없이 가속되는 경험은 생경하고 매력적이다. 빗물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차선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디지털 계기반에는 차선이 표시됐다. 사람 눈에는 안 보여도 모델S 눈에는 차선이 보였다. ★★★★
+ Attraction 가까운 미래의 자동차는 이런 모습일 것이다.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스마트폰 다루듯 차를 제어하고, 오토파일럿이 내비게이션에 지정된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국내 법규 때문에 완벽히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오토파일럿은 참 똑똑하다. 앞차와의 거리, 속도, 차선을 읽으며 회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에서 두 손을 놓으면 운전대를 잡으라고 신호도 준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그 방향으로 차선도 변경한다. 앞, 뒤, 옆의 차량을 인식하고, 끼어드는 차량도 잘 인식한다. 모델S가 인식하는 것은 계기반에 그림으로 표시된다. 앞차의 움직임과 그 앞차의 움직임 그리고 좌우 차량들의 움직임까지. 후방 카메라도 켜둔 채 달릴 수 있다. 마치 차의 머릿속을 엿보는 것 같다 ★★★★☆
+ UP 마침내 미래의 자동차가 현실로 도래했습니다.
+ DOWN 가격은 1억이 껑충 넘습니다.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포니부터 테슬라까지 하품하며 시승한 ‘무색무취’의 자동차 저널리스트.
+ Look 사실 생긴 건 별로다. 독창적인 색깔도 없고, 느낌도 없다. 공기저항 덜 받도록 둥글둥글하게 깎아냈을 뿐이다. 그나마 부분 변경을 통해 앞모습을 ‘심플’하게 다듬으면서 좀 볼 만해졌다. 바닥에 배터리가 깔려 있고, 앞뒤에 전기밥통 크기의 모터가 달린 차다. 기계 장치가 적고 배치도 자유롭기 때문에 더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차로 디자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전기차는 일단 ‘튀지 않게’ 디자인하는 게 안전하다. 내연기관 차가 정한 법규 내에서 만들어야 하고, 자동주차장, 자동세차장 등도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세계적인 천재가 만든 1억짜리 전기차라는 느낌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
+ INSIDE 커다란 터치스크린이 파격적이다. 버튼은 거의 없고 터치스크린으로 대부분 조작하는데, 불편한 건 없다. 그런데 여기저기 메르세데스-벤츠 부품들이 지나간다. 파워윈도 버튼이나 기어 레버, 방향지시등 레버 등을 신형도 아닌 구형 벤츠에서 가져왔다. ‘왜 그랬을까?’ 따지고 들어가고 싶지만, 한눈팔 시간 없다. 통풍 시트 얘기가 급하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S에는 통풍 시트가 없다. 추가 품목에도 없다. 구형 모델엔 통풍 시트가 있었다는데, 신형은 억만금을 줘도 넣을 수 없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통풍 시트 빼라고 했단다. 통풍 시트가 요즈음처럼 더운 날 얼마나 기특한데…. ★★
+ Performance 모기 소리만 내면서 4.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강력 전기모터 2개로 네 바퀴 모두 힘차게 굴리는 ‘사륜구동’이다. 네 바퀴가 땅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수준이 아주 높다. 운전대를 마구 돌리며 괴롭혀도 타이어가 ‘찍’ 소리 내지 않는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와 서킷에서 붙어볼 만한 게임이 될 듯하다. 격한 주행만 능한 게 아니다. 슬슬 달리는 일반 도로에서도 전혀 낯설지 않다. 자동변속기 차들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슬슬 앞으로 나가는 ‘클리핑’ 현상도 켜고 끌 수 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자동 감속되면서 발전기 돌리는 정도도 설정할 수 있다. 어제까지 내연기관 차 타던 할아버지도 별다른 위화감 없이 테슬라를 탈 수 있겠다. 하나도 낯설지 않게. ★★★★☆
+ Attraction 전기차로 넘어간다는 건 아직 낯설다. 게다가 가격이 엄청나다. 기본 모델도 1억이 넘고, 웬만한 거 챙겨 넣으면 1억5천만원을 호가한다. 사소한 것에도 추가금이 붙는다. 컬러만 해도 검은색만 기본일 뿐, 다른 색은 모두 1백20만원 정도 추가한다. 게다가 전기차 살 때 정부지원금도 못 받는다. 배터리 용량이 너무 커서 제외됐다고 한다. 또 테슬라만의 매력 포인트인 ‘자율주행’ 기술도 우리나라에선 쓸 수 없다. 정부 허가가 나지 않아서 비활성화된 채 출고된다. 물론 법이 바뀌면 간단한 업그레이드해 자율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보조금은 받을 수 없지만,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기에서 평생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 그래도 테슬라에게 다가가기엔 아직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 ★★
+ UP 모기 소리만 내면서 4.4초 만에 시속 100km. ‘신세계’다.
+ DOWN 보조금도 못 받고, 자율주행도 못 쓰고, 통풍 시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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