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illy Chavarria
윌리 차바리아는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그는 작년에 디키즈와 협업해 컬렉션을 내놓았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룩북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전문 모델이 아닌 실제 뉴욕 소호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현실 속 워크웨어가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듯했다. 그의 뚜렷한 색깔은 이번 2018 S/S 컬렉션에도 이어졌다. 미국의 상징적인 브랜드 로고와 질 좋은 가죽 소재, 대담한 실루엣 등의 결합은 하위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머잖아 패션계에 ‘브라운 파워’가 불어닥칠지도. EDITOR 이광훈
2 Sean Suen
숀 수엔은 2017 S/S 컬렉션부터 런던에서 파리로 쇼의 본거지를 옮겼다. 그 후 눈에 띄게 신선해진 분위기가 이번 시즌에 확실히 자리 잡은 듯 보인다. 독일 현대 미술가에게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에서 바짓단을 펄럭이며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모습은 그래픽과 회화를 오갔다. 목걸이처럼 분리된 와이드 칼라와 모든 착장에 신은 페이유에 흰색 운동화, 허리춤에 슬쩍 묶은 스카프까지 다분히 쇼적인 요소와 현실적인 스타일링이 거리낌 없이 어울렸다는 점 역시 마음에 든다. GUEST EDITOR 이상
3 GmbH
‘게엠베하.’ 독일어로 ‘유한책임회사’라는 뜻이다. 왜 이렇게 딱딱한 이름을 지었을까? 디자이너가 한 명이 아닌 데다 평범한 듯 비범한 옷을 소개하는 걸 보면 초창기 ‘베트멍(프랑스어로 ‘의복’이란 뜻이다)’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 브랜드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지난봄, <판타스틱 맨>에 실린 기사를 보고서부터. 아주 차분하고 간결한 가운데 약간의 스포티즘과 아방가르드한 감성이 스며들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한 달 전, GmbH의 첫 번째 런웨이 쇼가 파리 남성 컬렉션에서 열렸다. 뉴트럴 컬러의 세련된 매칭, 복고적이며 넉넉한 실루엣,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링이 단연 압권이었다. 게다가 스테파노 필라티가 모델로 런웨이에 섰다! 더 이상의 설명은 무의미하다. EDITOR 안주현
4 Y/Project
베트멍은 파리가 더 이상 영감의 도시가 아니라며 떠났지만, 와이/프로젝트는 예외인 듯하다. 이번 시즌 디렉터 글렌 마틴은 파리 길거리 곳곳에서 일반인 모델을 캐스팅했고, 빈티지 상점에서 수집한 신발을 런웨이 위에 올렸다. 여기에 이들의 장기인 해체와 조합을 아우르며 컬렉션 전체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낸 것. 소위 말하는 ‘보는 맛’을 선사했다. 대개 기성 디자이너는 시즌이 지날수록, 이념적인 ‘무언가’를 보여주려 애쓴다. 반면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더,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노력이 엿보인달까? 사실 와이/프로젝트가 신예라고 하기엔 경력이 애매하다. 하지만 더 이상 신예다운 신예가 나오지 않는 파리 컬렉션에서 여전히 주목해야 할 신성임은 확실하다. EDITOR 노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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