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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윤을 알면 알수록

양파 같다. 예상치 못한 매력이 가득했다.

UpdatedOn August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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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로브는 오앨, 흰색 슬리브리스는 사이미전, 목걸이와 반지는 모두 판도라 제품.

분홍색 로브는 오앨, 흰색 슬리브리스는 사이미전, 목걸이와 반지는 모두 판도라 제품.

 

“고요하고 차분한 게 좋아서 걷고 하늘 보고 차 마시고 아로마테라피 하고. 쇼핑도 혼자 다니고 밥도 혼자 먹는다.”

 

송하윤은 큰 눈을 깜빡이며 또박또박 말했다. 〈쌈, 마이웨이〉 백설희처럼 수줍음이 많을 거란 예상을 뒤엎고 차분히 그리고 또렷하게. 자신이 누군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확신이 가득해 보였다. 그렇게 송하윤은 송하윤의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 분출할 에너지를 안으로 꾸역꾸역 눌러 쌓아둔다는 그녀의 이야기에는 그간의 경험이 퇴적되어 쌓인 단단함이 있었다. 의외였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으니까. 최근 그녀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외모와 운 때문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참, 여러모로 예쁜 배우다.

 

 

흰색 레이스 드레스는 런던클라우드 제품.

 

“말의 힘을 믿게 된 것?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면 더 힘들어지듯이 행복하다고 말하면 더 행복해지더라. 주변 사람들도 나를 보는 인식이 달라지고. 또 누군가에게 건네는 응원 한마디가 삶을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 지금 나를 버티는 힘 같은 거겠지.”


꽃무늬 오프숄더 드레스는 스테이위드미 제품.

꽃무늬 오프숄더 드레스는 스테이위드미 제품.

꽃무늬 오프숄더 드레스는 스테이위드미 제품.

〈쌈, 마이웨이〉 초반부 설희는 한국 드라마에 흔한 순애보적인 여자 캐릭터였다.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는데 회차가 지날수록 설희한테 감정 이입하게 되더라. “주만이는 그냥 남자친구 아니고, 내 세상이야” 하는 장면을 보면 전형적인 캐릭터라기보다는 사랑을 앓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입할 수밖에 없는, 공감형 캐릭터더라.
시각적으로만 봤을 때 설희는 어느 드라마에나 나오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지만, 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정선이 굉장히 특이한 캐릭터다. 말투도 그렇고. 처음 시놉시스 받았을 때부터 확 와 닿았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구나’ 하고. 전체 내용을 본 뒤에는 설희 캐릭터가 품은 걸 느껴 펑펑 울었다. 설희는 나뿐만 아니라 남자든 여자든 다들 공통적으로 간직한 시간과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겪을 때는 몰랐지만 설희를 보고 ‘아, 그때 내가 그랬지’ 하면서 내 일부를 발견하는 것. 그래서 많은 분이 함께 울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준 거 같다.
맞다. 그래서 은근히 설희 비중이 늘기를 바란 이들도 있다. 그리고 설희처럼 좋은 엄마, 좋은 아빠를 꿈꾼다고 하면 요즘 사람들은 촌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에는 ‘빨리, 빨리’ 정서가 있다. 아픔이나 스트레스를 빠르게 지우려고 일에 몰두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서 사는 거 같다. 반면에 설희는 남들보다 천천히 걷는 캐릭터인 거지.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 계발해야 돼? 나 하나 정도는 그냥 식구들 위해서 살아도 되는 거잖아. 그거 니들보다 하나도 못난 거 없잖아”란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설희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하나하나 유심히 보고 가치를 두는 캐릭터다.
전에 한 인터뷰를 찾아보니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 채로 생활한다고 했던데, 연기하면서 힘들진 않았나?
12부 찍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방송에는 주만이와 헤어진 뒤 모든 걸 체념한 채 덤덤한 듯 비쳤지만 현장에서 나는 대본도 제대로 못 읽을 정도였다. 얘기하니까 또 눈물이 나온다.
아, 안 된다.
벗어나야 한다.(웃음) 그때는 현장에서 ‘주만아’ 이 한마디만 해도 눈물을 보이니까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달래줬다.
설희뿐만 아니라 배역을 맡을 때마다 그렇게 몰입하면 힘들지 않나? 집에 있는 나는 계속 방치된 채 다른 배역으로 사는 것일 텐데.
그렇긴 한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전에 작품 할 때는 촬영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나는 누구지?’란 생각을 굉장히 자주 했다. 역할을 위해서 시간을 썼지만 나를 위해서, 정작 송하윤을 위해서 시간을 쓸 수 없으니까. 나한테 감정을 쓰면 에너지가 빠져나갈까 봐 아무것도 아닌 무의 상태로 지내려고 하는 편이거든. 재밌어도 웃지 않고 슬퍼도 울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놨다가 연기할 때 풀어낸다. 설희는 역할이 확정되기 전부터 나한테 스며들었던 것 같다. 시놉시스 보자마자.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희한하게도 힘들지 않았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촬영 다 마치고 어릴 때부터 친하던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번에 너 진짜 설희였나 봐. 한 번도 힘들다고 한 적 없어. 보통은 작품 시작하면 힘들다 외롭다 말하는데. 행복해 보였어.” 화면에선 울기도 했지만 생활에서는 한 번도 우울한 기분으로 지내지 않았다.

꽃무늬 로브는 시에로, 노란색 톱과 스커트는 모두 디와이에스, 흰색 스니커즈는 케즈, 반지는 판도라, 목걸이와 발찌는 모두 제이에스티나 제품.

꽃무늬 로브는 시에로, 노란색 톱과 스커트는 모두 디와이에스, 흰색 스니커즈는 케즈, 반지는 판도라, 목걸이와 발찌는 모두 제이에스티나 제품.

꽃무늬 로브는 시에로, 노란색 톱과 스커트는 모두 디와이에스, 흰색 스니커즈는 케즈, 반지는 판도라, 목걸이와 발찌는 모두 제이에스티나 제품.

드라마 종영하고 배역을 떼어내야 할 때는 어떻게 하나?
억지로 떼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어릴 적에는 벗어나려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울기도 해봤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더라. 오히려 두 달 동안 느낀 이 감정과 여운을 계속 마음에 쌓아두고 다음 작품에서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게끔 다스리는 게 연기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답인 것 같다. 송하윤의 감정을 체화한 채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게.
그 때문인가? 배역을 맡을 때마다 연기가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 같다. 나름 강단도 있고.
과한 칭찬인 거 같다.(웃음)
잠시 삐그덕거리던 시간이 있었다. 2009년부터 2년간 일이 없었지? 당시 연기를 그만둘까 고민까지 했다던데, 어떻게 이겨냈나?
나 자신한테는 잔인한 짓이지만, 그간 출연한 작품을 계속 봤다. 너무 힘들었는데 보면 볼수록 내 문제와 일이 없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일이 잘 들어오는데 나는 왜 없어?’와 같이 남 탓으로 돌렸던 모든 화살을 나에게로 돌린 순간이었다.
정면 돌파를 한 건가?
모든 잘못이 나에게서 시작됐다고 느꼈다. 그리고 작품을 쭉 봤더니 이유는 역시 나. 부족함을 몸소 깨우친 시간이었달까.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2년이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다. 이후에 성격과 성향도 크게 달라졌거든. 많이 걷고 생각도 많아지고, 묘한 감정선을 유지한 채 주변 사람한테는 일절 표현하지 않고 무의 상태로 지내는 법을 알게 됐다. 너무 기쁘면 ‘하윤아 참아야 해 참아야 해’ 하면서 붕 뜬 감정을 억누르는 것. 배출하지 않고 담아둔 채 다음 작품에서 꺼내면 희로애락이 다 표현되더라. 경험해보니 ‘이때 가지고 놀아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슬픈 일 있을 때 울면 당장에야 시원한데 두세 번째에는 눈물이 나오지 않듯이 말이다. 감정을 담아두고 쌓아두면 연기할 때 편하다. 내가 연기 기술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배운 적도 없고.
외유내강!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동안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서른둘인데. 어떤가, 생각했던 30대의 모습과 비슷한가?
어릴 적 생각한 모습과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서른이 됐을 때 못 버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잘 살고 있다. 서른을 지나며 겪은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말의 힘을 믿게 된 것?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면 더 힘들어지듯이 행복하다고 말하면 더 행복해지더라. 주변 사람들도 나를 보는 인식이 달라지고. 또 누군가에게 건네는 응원 한마디가 삶을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 지금 나를 버티는 힘 같은 거겠지.
그간 연기 말고 평소에는 뭐하고 지냈나?
고요하고 차분한 게 좋아서 걷고 하늘 보고 차 마시고 아로마테라피 하고. 쇼핑도 혼자 다니고 밥도 혼자 먹는다. 집에서 강아지와 놀거나 부모님하고 시간 보내려고 했다. 사람은 기분이 좋을 때 실수를 한다. 업되어 있으면 괜히 실수를 저지르는 거지. 직업이 항상 업되어 있는 분위기에서 일하다 보니 배우로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차분하고 고요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이 쏟아지는 곳이니까. 설희를 연기하면서도 주변에서 많이 응원해주고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들어도 ‘그래요?’ 정도로 마음먹으려고 노력했다. 다음 작품을 위해서. 감정을 다루는 게 직업이니까 평정심이 중요하다.
내적으로 탄탄한 거네?
계속 노력해서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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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김민수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서래지나
HAIR 현경금
MAKE-UP 이미영

201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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