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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확장

뉴멘/포 유즈는 우리가 알던 공간을 전혀 모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테이프, 실, 그물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동여매고 얽어서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펼쳐낸다. 관객이 할 일은 두 가지다. 골똘히 생각하지 말 것. 그저 뛰어들 것.

UpdatedOn May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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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멘/포 유즈는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아티스트 그룹이다. 스벤 욘케, 크리스토프 카츨러, 니콜라 라델코빅으로 구성되었는데, 각자 설치 미술, 무대 미술, 산업 및 공간 디자인 분야의 디자이너였던 독특한 경력이 있다. 예술대학 학생으로 만난 이들은 ‘뉴멘/포 유즈’라는 이름 아래, 모더니즘적 전통을 기반으로 형식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실험을 한다. 그중에서도 공간을 초현실적 모습으로 창조하는 작업에 특히 집중한다. 

파리 팔레 드 도쿄와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특별전 등에 초대되며 이름을 알려온 뉴멘/포 유즈가 한국을 찾았다. 이태원 ‘스토리지’에서 열리는 첫 한국전을 위해서다. 전시의 메인 작품은 ‘보이드’. ‘빈 공간’이라는 뜻의 단어 ‘Void’를 썼다. 방대한 양의 하얀 천과 이를 지탱하는 구조적인 장치를 사용해 바닥과 천장 사이의 빈 공간에 다른 차원의 미로를 만들어냈다. 관객은 입구에 놓인 작은 계단을 올라, 뉴멘/포 유즈가 만든 하얀 터널로 들어서야만 한다. 예측 불가능하고 초현실적인, 예술적 감각과 지각을 열어젖히는 경험이 그 안에 있다. 그저 지켜보는 일만으로는 일말의 관람도 할 수 없다.

 

 

  • ‘보이드(Void)’
    뉴멘/포 유즈는 실험적인 건축과 상품 디자인 및 설치 미술 활동을 넘나든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인 ‘보이드’는 공간이 가진 여러 제약을 반영한 ‘장소 특정적’인 작품이다. 사람이 들어서면 공간이 생기고, 움직이면 공간의 형태가 달라지며, 빠져나오면 공간은 사라진다.

 

‘뉴멘/포 유즈’를 구글링하면, 박스테이프로 만든 거대한 설치 작업 시리즈 ‘테이프(Tape)’가 가장 많이 검색된다. 이번 전시의 중심작 ‘보이드(Void)’는 그로부터 파생된 것처럼 보인다. 

‘테이프’는 실외 혹은 실내의 어떤 공간에 박스테이프를 수없이 감아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그것은 무용수들이 춤을 추며 움직인 모양을 테이프로 추적하며 완성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안을 누비며 움직인다. 그 구조물이 작품으로 치환되는 경계에 ‘사람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 작품도 그러한 맥락과 비슷하다. ‘사람의 움직임’이 우리의 작품을 규정한다.
이번에는 천을 소재로 삼은 점이 특별한데.
늘 패브릭으로 작업하고 싶었다. 이번에 사용한 패브릭은 무대 디자인이나 연극에 많이 쓰는 특수 제작 패브릭이다. 사람의 무게를 충분히 지탱할 만큼 힘이 좋다. 우리는 모두 무대 디자인을 해본 디자이너다. 천 구조물 작업은 처음 해보지만, 사실 천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재료다.
가장 익숙하고, 잘 아는 재료를 쓰고 싶었던 것인가?
작품 안에서 패브릭은 결국 텍스타일이다. 기존에 사용한 박스 테이프나 매트 역시 텍스타일이 된다. 우리는 결국 항상 텍스타일을 사용해온 것 같다. 단단한 것들은 모양이 변형되지 않지만, 텍스타일은 매우 가능성이 많은 소재다. 변형 가능하다는 점. 이것이 우리가 텍스타일을 소재로서 즐겨 사용하는 이유다.
‘스토리지’ 전시장은 뉴멘/포 유즈가 작업을 펼치기에 제약이 많다. 천고가 낮고, 중간 구조물 따위도 없다. 여러모로 당신들이 늘 해오던 작업을 하기에 까다로운 조건이다.
모든 환경적 제약은 언제나 자극제가 돼왔다. 우리는 여러 공간에서 작업해봤다. 이번 작품도 역시 현장에서 시작해 완성했는데 하루가 걸렸다. 이야기한 대로 천장이 낮고 기둥 등의 중간 구조물이 없어 패브릭을 고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뉴멘/포 유즈의 작품 앞에서는 공간을 재인식하게 된다. 기존의 공간 혹은 ‘비어 있다’고 인식한 공간에,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몸으로 경험한다. 공간을 가지고 노는 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어떤 공간을 사라지게 했다가, 변형시키는 등의 변화를 통해 ‘공간’이 가진 개념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공간’ 자체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작업을 거듭한 것은 그래서다. 최근에는 운동하는 움직임에 관심이 생겼다. 이번 작품은 그 두 가지 키워드에 총체적으로 접근한 결과다.
세 사람은 모두 다른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종사했다. 각자의 경험이 뉴멘/포 유즈로서 하는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실제로는 각자의 역할이 없다. 다른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할 것 같지만 우리는 언제나 어떤 과정에나 동등하게 참여하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조금씩 합쳐 작업을 완성한다. 다만 작업마다 메인을 맡는 친구는 있다. 각각의 프로젝트를 돌아가며 총괄한다. 우리는 공부하는 학생 시절, 친구 관계에서 시작한 그룹이다. 학생으로서 함께 작업하며 지금까지 왔다. 재미로 시작했고, 여전히 재미를 위해 한다.
지금까지 뉴멘/포 유즈의 진짜 소재는 ‘공간’이었다. 또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의 움직임’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공간과 사람의 움직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
인간은 행동한다. 가장 기본적인 행동은 걷거나 달리기다. 이러한 굉장히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인간의 행동을 공간 안으로 옮겼을 때 새롭게 인지하는 부분에 관해서 말하고 싶었다. 우선 자신이 평소 인지하던 행동, 움직임을 조금 더 새롭게 경험하고 지각하고 인지하게 만들고 싶었다. 또 작품 안에는 당연히 여러 관객이 들어가는데 이때 어떤 사람의 움직임에 다른 사람의 움직임이 영향을 받는 일이 벌어진다. 상호의존적인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러한 맥락 역시 만들고 싶었다.
‘보이드’ 안에 들어선 관객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가?
우리는 하얀 패브릭 구조물 위로 따뜻한 색의 빛을 투과했다. 아마 빛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통과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다. 기존의 뻥 뚫린 공간보다는 작고 좁지만, 무한한 공간성을 느끼길 바랐다. 불확정성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새로운 공간 안에 들어서면 인간은 원래 알던 공간 이상의 것을 느끼고 감지한다. 그때에 감각적으로 밀려오는 ‘불확정성’을 많은 관객이 경험하길 기대한다.

 

 

〈보이드(Void)〉

전시 제목 ‘보이드(VOID)’는 비어 있는 공간을 뜻하는 건축 용어이자,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명이다. 보이드라는 작품명은 관객이 전시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는 실마리 역할을 할 것이다.

기간 2017년 3월 24일~6월 18일
장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문의 02-2014-7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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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경진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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