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January ‘Tokyo Tourist’
잡지를 지속적으로 만드는데 있어 에디터마다 진행 방식과 색깔이 있기 마련이다. 이 화보는 나만의 방식과 색깔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서울 스튜디오에서 1차로 화보를 찍고 사진을 출력해 도쿄로 가져갔다. 정식으로 출장 기안을 내고 떠난 것도 아니었다. 어떤 지원이 있지도 않았다. 사진가와 난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서 화보를 찍었다. 누군가는 뭐하러 그렇게까지 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잡지를 만드는 사람이 하고 싶은 걸 할 때 얼마나 큰 힘이 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는지를 말이다. editor 이광훈
2013 April ‘남자여 기타를 들어라’
이 기사를 읽고 마음속 한구석이 꿈틀댔다. ‘밥벌이가 안 된다, 취미로 즐겨도 충분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한 ‘드러머’의 꿈이. 실용음악과를 포기하겠다고 결심한 날 아쉬운 마음에 혼자 낙원상가에 가 하염없이 울며 거닐던 날도 있었다. 아, 남자라면 한번쯤 기사 속 5명의 기타리스트처럼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현실의 벽 앞에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위해 밥도 굶어보고, 손에 피가 나도록 밤새 연습도 해보고 말이다. 비록 지금은 매주 일요일 교회에서 드럼을 치고 있지만 나도 언젠가 이들처럼 음악으로 세상을 바꿔보련다. 그러기 전에 일단 마감부터 해야겠지. editor 김장군
2016 July ‘서핑 앤 더 시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매번 서울에 있는 어떤 것, 어떤 곳, 어떤 사람을 소개하곤 했다. 2016년 7월은 좀 달랐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그리고 드물게 서울을 벗어나 사람과 도시를 담았다. 서핑과 도시를 주제로 ‘서핑 앤 더 시티’를 완성하기 위해 사진가와 돌아다닌 곳은 모두 세 군데. 파도를 기다리며 사는 경주, 부산 그리고 양양의 바다 사내들은 ‘서핑이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줬다. 파도가 칠 땐 서핑을 하고, 그렇지 않은 날엔 파도를 기다리며 사는 남자들. 그래서 2016년 7월호는 평일엔 바다에 갈 수 없는 서울의 주말 서퍼들을 위해 문을 연 ‘서프스 업 서울’과 무척 잘 어울린다. editor 서동현
2012 March ‘아레나, 시네마테크 10년과 조우하다’
잡지는 지면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싸운다. 지면으로 표현하지만, 지면 이상의 것과 맞닿기를 원한다. 5년 전 딱 이맘때, 그러니까 2012년 3월 창간 기념호를 만들 때 마음도 그랬다. 시네마테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판을 벌였다.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감독과 배우들을 불러 모았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방대해질지 몰랐다. 한 명씩 마음이 모이다 보니 서른 페이지가 넘는 거대한 작업물이 완성됐다. 특집에 참여한 사람들의 말로, 사진으로 그 가치를 되새겼다. 지면에 담겼지만, 지면에만 담기진 않았으리라. 당시 특집을 보면 아직도 고전 영화 한 편 본 듯한 아련함이 있다. 그 감정을 놓아두기에 실제 시네마테크만큼 어울리는 공간이 있을까? editor 김종훈
2014 June ‘여행의 영감’
한때 나는 사람들을 두 부류로 인식했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와 같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나누는 첫 번째 기준은 언제나 이것이었다. 나는 전자다. 나에게 여행은 삶의 거창한 이유였지만, 내 여행의 시작은 늘 거창하지 않았다. 작은 책방의 쇼윈도에 꽂혀 런던행 티켓을 산 경험도 있으니까. ‘여행의 영감’은 내가 진행하지 않은 기사다.
<아레나>에 들어오기 전, 독자의 눈으로 열렬히 탐독한 기사다.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기사가 실린 <아레나>를 말아 쥐고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찾아갔고, 사무실이 답답해 도망치듯 떠난 호텔 방에서도 이 기사를 읽었다. 독자를 움직이게 하는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누군가 단 한 권의 책으로 또 한 번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레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레나>를 만들어야지. editor 이경진
2013 October ‘New York Style’
참 오래, 열심히 준비했고, 진행이 즐거웠던 기사다. 왜 그렇게 목숨 걸었던가 돌이켜보면 이렇다. 삶 자체가 멋져서 그것이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것도 뉴욕에서(실은 도시별 시리즈 기사로 만들고 싶었지만 다른 도시는 여전히 불발인 상황). 어쨌든 사무실 책상에 앉아 그럴싸한 뉴욕 남자들을 찾기 위해 두 달여간 고군분투했다. 물론 현지에서 섭외를 도와준 실장님 두 분과 함께.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뉴욕에 가 10명의 남자들을 만났다. 힘든데 신이 났다. 체력은 점점 고갈되었지만 심적인 에너지는 점점 차올랐다.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들은 여전히 멋지게 잘 살고 있겠지. editor 안주현
2014 July ‘Zoo’
어린이대공원에서 찍은 동물원 화보다. 페이지마다 귀여운 모자를 눌러 쓴 모델과 함께 영양과 낙타, 코끼리, 사자가 능청스럽게 등장한다. 꽤나 일상적인 소재에 보통 옷들로 이어지는 이 화보는 종종 생각나서 찾아보거나, 우연히 다시 볼 때마다 항상 비슷한 파장으로 신선한 여운을 준다. 그저 페이지마다 전해지는 7월의 정취와 그날의 날씨가 기분 좋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다른 화보들과는 감상이 다르기도 하고.
이달로 두 번째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하면서 내 예상을 빗나가는 변수와 마냥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벌써 파티션 높이만큼 쌓였다. 다시 펼친 동물원 화보에는 감회가 새로웠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렇게 천진한 표정이 남는 화보라니, 촬영장 분위기는 얼마나 좋았을지 상상이 간다 .Guest Editor 이상
2015 July ‘백남준에 대한 사적인 기억’
카페나 서점에서 <아레나>를 펼치고 읽는 독자를 만나면 도망치고 싶다. 내가 감히 윤동주는 아니지만…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이 부끄럽다. 그래서 내가 만든 것도 부끄럽다. 매달 20일에 세상에 나오는 내 기사는 그러니까 나를 많이 괴롭힌다. 언제나 기사에 적힌 내 이름 석 자가 너무 선명하게 느껴진다. 차마 오래 쳐다볼 수 없다. 글자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서.
언젠가는 언뜻 곁눈질할 수 있을 정도의 기사를 만들고 싶다. 갑자기 목이 메지만, 어쨌든 그럴 때마다 이우성 기자가 남긴 ‘백남준에 대한 사적인 기억’을 펼친다. 무언가에 부딪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순간마다 이 기사가 나와 함께했다. 그러니까 ‘백남준에 대한 사적인 기억’은 나에게 빨간 줄은 좍좍 그은 교과서 같은 존재다. GUEST EDITOR 전여울
2012 September ‘계속 박근형을 우러러보다’
아무래도 어르신이다 보니 프라다 런웨이 룩이 과연 사이즈가 잘 맞을까, 혹여 본인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고 성내시는 건 아닐까, 촬영 전까지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본래 잡지 촬영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딸이 이번 촬영은 꼭 하라고 해서 나왔다며 너털웃음을 보여주셨다. 당연히 깡마른 유럽 모델들이 입은 옷이 온전히 잠겼을 리 없지만, 재킷을 풀어헤친 그대로의 모습은 새파란 남자들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신사의 풍모였다. 아주 오래간만에 사진 촬영에 임하는 기념으로 힘들게 끊은 담배도 무는 척해주셨다.
TV에서 보던 차갑고, 매서운 느낌이라곤 전혀 없었다. 고작 몇 시간의 만남, 한 번의 촬영에도 진심으로 존경스러운 어른, 멋진 남자였다. 책이 나오고, 얼마 후 밀라노의 프라다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박근형의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며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가 친히 자필 편지를 보내왔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 모든 과정이 지금까지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Editor 최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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