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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동네를 산책하다 발견하는 역사와 문화의 조각들. 요즘 배우고 익히느라 정신없는 <동네의 사생활> 남자들과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UpdatedOn February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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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주호민 | 웹툰 작가, 백성현 | 배우, 딘딘 | 뮤지션, 다니엘 | 방송인, 정진영 | 배우, 김풍 | 웹툰 작가

(왼쪽부터) 주호민 웹툰 작가, 백성현 배우, 딘딘 뮤지션, 다니엘 방송인, 정진영 배우, 김풍 웹툰 작가

(왼쪽부터)
주호민이 입은 옅은 흑색 핀 스트라이프 스리피스 수트는 반하트 디 알바자, 흰색 줄무늬 셔츠는 바톤 권오수, 자줏빛 페이즐리 패턴 타이는 메멘토모리, 검은색 윙팁 슈즈는 헤리티지 제품.
백성현이 입은 남색 핀 스트라이프 더블 버튼 수트는 일레븐티, 아이보리 터틀넥 톱은 비슬로우, 갈색 몽크 스트랩 슈즈는 자라 제품.
딘딘이 입은 회색 체크무늬 재킷과 팬츠는 모두 자라, 흰색 드레스 셔츠는 브룩스 브라더스, 회색 하트 패턴 타이는 S.T.듀퐁 클래식, 검은색 옥스퍼드 슈즈는 헤리티지 제품.
다니엘이 입은 빅 헤링본 수트와 흰색 셔츠는 모두 바톤 권오수. 카키색 물방울무늬 타이는 메멘토모리, 검은색 옥스퍼드 슈즈는 푼크트 제품.
정진영이 입은 남색 스리피스 수트는 니들 앤 스티치, 파란색 줄무늬 셔츠는 바톤 권오수, 남색 스퀘어 패턴 타이는 메멘토모리, 갈색 옥스퍼드 슈즈는 헤리티지 제품.
김풍이 입은 헤링본 스포츠 코트는 폴로 랄프 로렌, 검은색 뿔테 안경은 뮤지크, 검은색 터틀넥 톱·검은색 슬랙스·검은색 몽크 스트랩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녹색 체크 재킷은 가브리엘레 파시니 by 신세계인터내셔날, 회색 캐시미어 터틀넥 니트는 일레븐티 제품.

정진영

항상 변함없는

영화 <왕의 남자>로부터 최근 <판도라>까지. 그리고 골목길 인문학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교양 예능 프로그램 <동네의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정진영은 한결같았다. 열정적이면서도 지성적이라는 점에서.

영화 다음 행보로 예능 프로그램을 골랐는데 테마가 인문학이다. 그것도 골목길 인문학. 왠지 딱 어울려 보였다.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도대체 뭘 하는 프로그램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여행을 하면서 여행지에 깃든 역사를 이야기한다는 것 아닌가? 내가 여행도 좋아하고 역사도 좋아하니 뭐, 할 만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첫 녹화부터 무지막지하게 왕창 찍는 걸 보면서 “어이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웃음)

10회째를 맞는 동안 꽤 많은 지역을 다녔고,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지금껏 방송한 곳 중에 웬만한 곳은 다 가봤는데 유독 군산을 못 가봤다. 군산은 일제 시대 건축물이 잘 보존돼서 그 풍광이나 외양에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 있어서 특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동대문 창신동도 재미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 중 하나인 골목길 여행, 아니 골목길을 산책하는 와중에 알 수 있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무분별한 재개발 시대의 허와 실도 볼 수 있었고, 최근 새롭게 문화적으로 재생하는 현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았다.

사실 다른 출연진과 비교하면 나이 차이가 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실제 녹화 현장을 보면 그렇게 화기애애할 수가 없더라.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글쎄… 나이 차이라는 건 나이 차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 되는 것 같다. 나이 차이가 없다고 자위하며 이런저런 행동을 하는 게 더 억지스러운 거고. 왜냐면 나이라는 건 계급 서열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이 서로 살아온 세월이 다르다는 것 아닌가? 그걸 인정해야 상대방의 삶을 인정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팀의 제일 막내는 딘딘일 텐데 래퍼라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낯선 문화다. 이번에 같이 여행 다니고 얘기하면서 정말 재미있는 간접 체험을 마음껏 하고 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항상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것 같은 인상이다.(웃음)
공부는 별로 안 한다.(웃음) 역사는 원래 좋아했는데 요즘은 의도적으로 소설을 많이 읽으려 한다. 어릴 때 세계문학전집 등을 읽은 이후로 나이 먹고서는 한참 소설을 읽지 않은 것 같아서. 내가 찍는 영화나 드라마는 대중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르인데 소설은 그렇지 않다. 자기만의 세계가 분명한 장르라 할 수 있다. 최근 등장하는 젊은 작가들만의 감성을 접하면 배울 점도 많을 것 같다.

 

검은색 줄무늬 셔츠와 어깨에 두른 베이지 컬러 니트 톱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옅은 흑색 헤링본 팬츠는 브루노 바피, 검은 뿔테 안경은 뮤지크 제품.

김풍

질문의 용사

김풍은 원래 잘 돌아다니지 않는다. 작가니까, 자극을 얻기 위해 돌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보통은 집에 머문다. <동네의 사생활>에는 순 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출연했다. ‘여기에 출연하면 어쨌든 나도 좀 움직이지않을까’ 하면서.

어느새 이런저런 예능 프로그램에서 블루칩으로 쓰이고 있다.
솔직히 예능에 특별한 흥미를 느끼는 건 아니다. 뭔가를 하거나 보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지점이 생기는 걸 좋아하는데 방송이란 ‘인풋’이 없는 게 일반적이니까. 그런 면에서 <동네의 사생활>은 달랐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탐방한 동네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어디였나?

군산. 군산에는 처음 가봤는데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고 사는 동네라는 점이 이색적이더라. 아픈 역사를 있는 그대로 안고 살아온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인적이 드물다. 그 적적한 느낌이 좋더라.

<동네의 사생활>에서는 질문을 담당하고 있더라.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에도 김풍은 ‘왜?’라고 자꾸 묻는다.
자꾸 궁금하니까. 특히 군산 이야기처럼 아픈 역사에 대해 말할 때면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

원래 인문학적 호기심이 강한 편인가?

그렇다. 독서를 썩 즐기지는 않지만 서점에 가면 꼭 인문학 책을 집어 든다. 독서보다 더 즐기는 건 인문학 강좌나 프로그램이다. EBS에서 방송하는 콘텐츠나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주로 미디어가 한 번 씹어서 넘겨주는 것을 받아 소화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냥 접하는 게 다가 아니라, 잘 소화하고 싶으니까. <동네의 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인문학은 식재료다’라는 정의를 내렸다. 인문학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딱 보고서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힘든 존재. 그러니까 인문학은 잘 요리해서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자신에게 어떤 식재료,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는 거다.

인문학이 인간의 정신적 생존을 위한 최고의 식재료인 셈이네.

맞다. 필수적인 식재료다. 각자의 삶에는 통찰이 필요하다. 많이 통찰할수록 실수와 잘못, 두려움이 줄어든다. 그 통찰을 가르쳐주는 것이 인문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인을 이해하는 데,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학문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아무튼 인문학을 교육 과정에 필수 교과목으로 넣어야 한다.

 

회색 수트 재킷과 팬츠는 모두 바톤 권오수, 베이지 컬러 터틀넥 니트는 시스템 옴므 제품.

다니엘

한국 탐구 생활

지금 다니엘은 한국을 다시 알아가는 중이다. 추사 김정희의 제주도부터 계동의 3.1운동까지 동네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이제 자신 있게 말한다. 역사를 알아야 진짜 한국의 매력을 아는 거라고.


또한 번 교양과 예능을 결합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비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다.
일단 나와 잘 맞을 것 같았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합류했다. <비정상회담>은 내가 독일에 관해 많이 알려주는 입장이었다면 <동네의 사생활>은 한국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역사와 동네 인문학을 배우고 있는 기분이다. 이 프로그램 아니었으면 절대 어디에서도 못 배울 내용이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이 있었다면?
추사 김정희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도에 있는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를 찾아간 것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 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들은 바가 없었다. 언젠가 ‘사라지는 것들’을 주제로 토론한 것도 좋았다. 우리는 왜 사라지는 것을 그리워할까? 하는 철학적 질문을 나눴다. 혼자서는 절대 하지 않았을 법한 고민과 질문을 이곳에서 하게 된다.

<동네의 사생활> 출연진 중 유일한 외국인이다. 방송 시작 전에 염려하거나 기대한 부분이 있었나?

<비정상회담>은 출연진 모두 외국인이었는데, <동네의 사생활>에서는 내가 유일한 외국인이다. 그런데 방송을 하다 보니, 어디 가든 사람은 다 똑같구나 싶다. 광주 대학교에서 독일인 교수님 한 분이 강연하셨다. 그분이 말씀하셨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 중국은 스케일, 일본은 예술, 한국은 역사를 알아야 그곳만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동네의 사생활>에 출연하면서 그 말씀이 계속 생각났다. 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한국이 가슴에 와 닿는다.

방송을 시작하며 ‘인문학은 빛’이라고 정의했다. 어떤 이유로 선택한 단어인가?
유명한 철학책 <소피의 세계>를 아는가? 나는 그 책을 17세에 봤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세상이 토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끼 털 안에서 돌아다니며 사는 거라고. 그런데 철학을 탐구하는 사람들은 그 털에서 나와 토끼 앞에 있는 마술사를 마주하는 거라 했다. 우리는 모두 바쁘게 산다. 인문학 그리고 철학은 살면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세상을 다시 보게 한다. 우리가 일어나 더 밝은 빛을 볼 수 있게 하는 거다.

<동네의 사생활> 시청자가 어떤 것을 얻어갔으면 하는가?

얻어가기보다 같이 질문해봤으면 좋겠다. <동네의 사생활>은 질문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6명의 출연자들과 함께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길 바란다.

 

폴로 니트 톱은 제이리움, 검은색 윙팁 슈즈는 헤리티지, 검은색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주호민

웹툰 작가의 은밀한 사생활

주호민은 원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친구와 대화 나누는 걸 좋아했다. 마침 친하게 지내는 김풍 작가가 ‘동네에 얽힌 역사를 이야기하자’고 하길래 덜컥 출연을 결정했다.


출연을 결심한 뒤 가장 많이 걱정한 점은 뭐였나?

최근 TV 방송 대부분이 그러하듯 우리 프로그램도 패널이 전부 남자더라. 요즘 젠더 이슈가 많아 혹시나 욕을 먹진 않을까 걱정했다. 그 외에는 딱히 없었다.

<동네의 사생활>이 방송되기 전, ‘인문학은 껌이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어떤 의미인가?
티저 포스터에는 ‘인문학이 너무 쉬워서 껌이다’라고 설명되어 있던데, 사실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다.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너무 여기저기 갖다 붙여서 ‘껌’이라고 한 거다. 시기마다 유행하는 단어가 있는데 한 10년 전에는 너도나도 웰빙을 찾았다. 5년 전에는 힐링을 부르짖더니 요즘엔 인문학이다. 여기저기서 유행어같이 사용해 조금 부정적인 의미로 ‘껌’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는 ‘먹방’이 대세더니 지금은 여행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동네의 사생활> 역시 여행이라는 맥락은 같지만 역사와 교양에 특화되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된다.

김풍 작가와 만담을 담당하고 있다.

연출자가 늘 강조하는 것이 편안하고 부담 없이 하라는 거다. 그래서 어떤 역할을 부여받진 않았는데 자연스레 함께 돌아다니는 김풍 작가와 투덕거리면서 웃음을 담당하게 됐다. 하하.

예능인으로서 재능을 발견했나?

내가 엄청 웃기거나 활발하진 않다. 그런데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가운데 웃긴 포인트가 있다고 하더라. 워낙 조곤조곤하게 말해서 그 재미를 살릴 수 없다고, 앞으로 더 크게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긴 했다. 하하.

지금 다시 인문학을 정의한다면 ‘껌’ 말고 다른 단어를 넣고 싶은가?
껌은 껌인데, 아무 데나 붙인다는 부정적 뉘앙스의 껌은 아니다. ‘인문학을 어디에나 갖다 붙인다’가 아니라 ‘인문학은 어디에나 붙어 있다’는 의미랄까? 방송을 통해 다닌 모든 장소에 인문학적인 어떤 것이 붙어 있었다. 그림자라고 해야 하나? 그런 의미를 담은 긍정적인 단어를 넣고 싶다.

주호민 작가가 방문하는 맛집, 미술관은 얼마 안 가 망한다는 속설 때문에 ‘파괴왕’이란 별명이 생겼다. 심지어 청와대 앞에서 ‘셀카'를 찍고 얼마 후에 큰 사건도 터졌고 말이다. 설마 이 프로그램이 망하진 않겠지?
시청률이 조금씩 꾸준하게 상승한다고 들었다. 망하지 않고 오래가길 바랄 뿐이다.

 

갈색 더블 버튼 재킷과 팬츠는 모두 김서룡 옴므, 검은색 터틀넥 니트는 바나나 리퍼블릭, 검은색 첼시 부츠는 푼크트 제품.

딘딘

앞으로 단단해질

딘딘은 요즘 공부 중이다. <무한도전> 역사편에서도 그랬고 요즘 활약 중인 <동네의 사생활>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모범생이다. 걷고 또 때론 뛰며, 딘딘은 백지를 채워나가고 있다.

불과 몇 달 사이 바이오그래피가 화려해졌다.

그렇다. 작년부터 갑자기 반응이 왔다. 삶의 스타트를 작년에야 끊은 것 같은 기분이다.

음악 활동 외에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래퍼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 그리던 그림과 얼마나 가까워지고 또 얼마나 멀어졌나?
어릴 때부터 랩을 하면서 방송에 출연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래퍼가 방송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게 싫었다. 왜냐하면 외국에서는 그러지 않으니까. 방송하는 데 이질감은 전혀 없다. 원래 하고 싶었던 거다.

그 일환으로 <동네의 사생활>에 출연했다. 기존 예능의 전통적 문법과는 다른, 인문학과 예능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무언가 배워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하지만 출연을 마음먹은 결정적 방아쇠는 정진영 선생님이었다. 무엇이든 허투루 하실 분은 아닐 것 같았다. 그분을 따라가고 싶었다.

<동네의 사생활>이 방송된 지 한 달 반이 됐다. 이 시점에서 인문학을 재정의해본다면.
인문학은 ‘찌라시’다. 재미있더라. 몰랐던 뒷이야기를 알게 되니까.

맞다. 재미있다. 하지만 인문학은 때론 ‘질문’이다. 질문에서 인식이 비롯되니까. 최근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 있나?

내가 잘하고 있나?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칭찬은 의심하고 비판에는 너무 큰 상처를 받는다.

해답은 어느 정도 찾았나?

통장 잔고를 보면 아주 잘하고 있구나, 느낀다.

이 방송은 인문학에 대해 주입식으로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은 아닌 것 같다. 진행자로서 이 방송을 통해 시청자가 어떤 것을 배웠으면 하나?

공부를 해야지, 오늘은 공부하는 날이야, 하고 뭔가를 하면 될 일도 잘 안 된다. 그저 놀듯 아무 생각 없이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하나씩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흰색 더블 버튼 재킷·흰색 와이드 팬츠·러플 장식의 흰색 셔츠 모두 김서룡 옴므 제품.

백성현

니체적인 배우

백성현은 ‘사랑에 의해 행해진 것은 언제나 선과 악을 초월한다’는 니체의 생각에 동의한다. 자율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배우로 스스로 성장하는 중인 그는 요즘 인문학 공부가 재밌다.

얼마 전부터 굉장히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웹 드라마, 독립 영화, 뮤지컬 등을 거쳤다. 지금은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왜 이렇게 바쁘게 사나?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면서 작품을 해오는 것 같다고. 먼 훗날 내 필모그래피를 돌아봤을 때 누군가의 권유로,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해서 선택한 작품들로 채우려고 노력 중이다.

<동네의 사생활>은 어떤 맥락에서 출연을 결심했나?

방송의 주제와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 들으면서, 그간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교양 쌓는 일을 게을리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방송을 통해 공부도 하고 어떤 식으로든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출연하고 싶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인문학은 사랑이다’라는 정의를 내렸다. 좀 더 설명해줄 수 있나?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남녀의 로맨스라기보다, 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감정을 의미한다. 나는 모든 예술은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니체의 격언이 있다. ‘사랑에 의해 행해진 것은 언제나 선과 악을 초월한다.’ 이것이 내가 연기를,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런 맥락에서 인문학도 결국 사람에서 비롯된 학문 같다. 사랑이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포함하는 거니까 인문학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1회가 방송되기 전 가장 염려한 점은 어떤 부분이었나?

바보같이 나갈까봐 겁이 났다. 하하. 너무 아는 게 없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다. 첫 회에 고종 황제 이야기를 다뤘는데 어렴풋이 알기는 했지만 깊이 파고들어 내가 습득한 지식을 나누고 출연자들과 대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에 좀 힘들었다. 지식백과를 거의 외우다시피 해서 갔으니까. 하하.

<동네의 사생활>을 봤거나, 앞으로 볼 사람들에게 ‘이런 점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싶은 게 있나?

방송을 보고 마음에 남는 동네가 있다면 직접 가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제안하는 동네 여행 코스들이 정말 괜찮다. 혼자 가기도 좋고 친구나 연인 그 누구와 함께 가도 좋은 곳들이다.

지금 다시 ‘인문학’을 정의한다면 ‘사랑’ 말고 넣고 싶은 단어가 있나?

그건 나의 철학이라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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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박지호, 서동현, 이경진, 전여울
PHOTOGRAPHY 김태선
STYLIST 이진규
HAIR 이소연, 이민이(에이바이봄, 백성현)
MAKE-UP 채현석, 서미연(에이바이봄, 백성현)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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