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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진심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기를 바라는 정신이 곧 창의력이 된다는 것을 조기석을 통해 목격한다. 그는 경계 없이 다양하게, 비주얼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스물다섯의 비주얼 메이커다.

UpdatedOn November 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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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메이커 조기석 이미지 메이커, 디렉터, 포토그래퍼, 그래픽 디자이너, 세트 디자이너. 조기석은 이 모두이기도 하고 이러한 타이틀의 경계와는 무관한 사람이기도 하다. 젠틀몬스터 캠페인 작업을 수차례 이어오고 있으며 혁오의 ‘Ohio’ 뮤직비디오 및 아트워크, 뮤지션 딘의 앨범 <130 mood TRBL> 아트워크 등을 작업했다. 지난 1월에는 브랜드 쿠시코크를 만들었다. chogiseok.com

비주얼 메이커 조기석

이미지 메이커, 디렉터, 포토그래퍼, 그래픽 디자이너, 세트 디자이너. 조기석은 이 모두이기도 하고 이러한 타이틀의 경계와는 무관한 사람이기도 하다. 젠틀몬스터 캠페인 작업을 수차례 이어오고 있으며 혁오의 ‘Ohio’ 뮤직비디오 및 아트워크, 뮤지션 딘의 앨범 <130 mood TRBL> 아트워크 등을 작업했다. 지난 1월에는 브랜드 쿠시코크를 만들었다. chogiseok.com


재미없는 미대생

나는 사실 재미없는 사람이다. 미술 대학을 다니던 학생일 때도 그랬다. 미술 대학에 입학한 건 선생님들이 나에게 “그림 잘 그린다”는 이야길 했고,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취향이나 적성에 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미술의 길로 이끈, 매혹적인 아티스트도 당시에는 없었다. 나는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의 미술 대학 입시생일 뿐이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그럭저럭 지내고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ffffound’라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핀터레스트 혹은 비핸스와 비슷한 이미지 포트폴리오 사이트다. 우연히 발견한 이 사이트에 며칠을 꼬박 바쳤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는 이런 이미지도 있구나 싶었다. ffffound를 발견하면서 이미지에 관한 태도가 달라졌다. 만들고 싶은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했고, 자유롭게 생각하게 됐다. 그때부터 멋진 이미지를 접할 수 있는 사이트를 ‘디깅’하는 일에 몰두했다. 이제는 조금은 질린 것 같기도 하지만.

브랜드 쿠시코크
여러 비주얼 작업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이 시대에 큰 의미를 남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별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생성한 시각적 결과물은 결국 흐름 위에 놓이게 될 테니까. 잘 만들고 싶다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얄팍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완성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1월부터 쿠시코크(KUSHKOHC)라는 이름으로 옷을 조금씩 만들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한 일종의 브랜드다. 아직 각종 오프라인 숍에는 납품하지 않았다. 제의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쿠시코크는 지금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유의미한 일이다. 쿠시코크만큼은 어떤 흐름 위에 띄워두고 흘러가게 두지 않을 생각이다. 팔아서 돈 버는 일이 절대로 목적이 될 수 없다. 길게 보고 갈 것이다. 지금은 옷이 중심이긴 하지만 나중에는 그냥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그냥, 브랜드. 첫 시즌은 강렬한 색감의 패턴을 찢거나 이어 레이어링한 옷들이 많았다. 주제는 ‘학생 시위’였다. 나는 미술 대학을 중퇴했다. 성장기의 나는 한국 교육에 불만이 많은 학생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우리 모두가 살고 자라며 느낀 이야기를 소재로 전복적인 메시지와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다시 사진
세트 스타일링부터 그래픽 디자인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비주얼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요즘 다시 흥미를 느끼는 일은 사진 작업이다. 맥락 없이, 시류와도 상관없이,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비주얼의 다양한 질감에 빠져 있다. 지난달에는 <보그>와 패션 화보 작업을 했고 최근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바로 사진 작업이다. 다시 사진에 집중한 것은 지난해와 올해에 맞은 가장 큰 변화다. 나도 내가 사진을 하게 될 줄 몰랐다.

미술 대학에서 공부할 때, 사진 수업에서는 평점 D를 맞았다. 그때는 무엇을 찍는 일을 왜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학교에서는 현상법까지 알려줬는데, 더 이해가 안 됐다. 그때는 배우기 위한 배움이었기 때문이겠지. 지금은 사진으로 만들고 싶은 이미지가 분명히 있고 그 이미지로 확장하고 싶은 작업 형태가 분명히 있다 보니 열성적으로 달려드는 거다. 

쿠시코크의 이미지 작업에 사용한 정물들. 석고상에 원하는 프린트를 붙여 만들었다.

쿠시코크의 이미지 작업에 사용한 정물들. 석고상에 원하는 프린트를 붙여 만들었다.

쿠시코크의 이미지 작업에 사용한 정물들. 석고상에 원하는 프린트를 붙여 만들었다.

을지로3가역 주변 상가의 옥상에 위치한 조기석과 쿠시코크의 작업실에는 그들이 흡수하고 내뱉는 영감들이 빼곡하다.

을지로3가역 주변 상가의 옥상에 위치한 조기석과 쿠시코크의 작업실에는 그들이 흡수하고 내뱉는 영감들이 빼곡하다.

을지로3가역 주변 상가의 옥상에 위치한 조기석과 쿠시코크의 작업실에는 그들이 흡수하고 내뱉는 영감들이 빼곡하다.


아시아 플랫폼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유럽과 뉴욕에서 몇 차례 작업을 해봤다. 자연스럽게 한국에서의 작업과 비교하게 되었는데, 유럽과 뉴욕 등에 비해 한국에서의 작업은 확실히 전반적인 소스가 적고 좋은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부족하다. 여기서 말한 소스에는 인적 자원도 포함된다. 지금 이곳에서 아쉬운 것들을 메울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을 찾고 싶다. 유럽에서 만든 화보들이 멋져 보이고, 그들이 한 작업을 흉내 내는 일이 줄었으면 좋겠다. 줄어서 영영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시아 단위로 뭉쳐서 서로의 소스를 좀 더 적극적으로 교차할 수 있는 아시아적 플랫폼이 그 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잡지를 만들 것이다. 아시아 잡지. 물론 꼭 어떤 형태의 잡지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고, 중국, 일본 등을 비롯한 나라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비주얼 콘텐츠를 창작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그런 장을 형성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브랜드 쿠시코크가 이 잡지를 후원할 만큼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닉 나이트
닉 나이트가 알렉산더 맥퀸과 함께한 포트레이트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했다. 요즘에는 그의 작업 중 꽃을 찍은 정물 프로젝트와 스킨헤드 시리즈에 꽂혀 있다. 닉 나이트는 아직 만나본 적도 없고 그에 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다. 40년의 경력을 이어오는 동안 계속해서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를 이어올 수 있었던 창의력과 무궁무진한 열정을 사랑한다.

지인 중에 런던에서 닉 나이트를 인터뷰한 기자가 있다. 닉 나이트에 관한 이야길 조금 들었는데 지금도 주말까지 일만 한다고 하더라. 일에 치인다는 느낌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고. 그렇게 40년 동안 다른 사람들보다 신선한 방향을 찾아온 그는 정말 멋진 아티스트다. 의미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길을 걸어오다 보니 의미가 생긴 것 같다. 자신의 일을 지속하는 것, 그렇게 오래 일을 하다 보면 도달하는 경지가 닉 나이트에게서 보인다.

오래 하는 일, 오래 하는 사람들

학생 때부터 오랫동안 품어온 목표이자 정신은 바로 좋아하는 무엇이든 ‘오래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오래 지속하여 얻는 의미의 가치를 생각한다. 40년 동안 비주얼 메이킹의 바운더리를 확장해온 닉 나이트처럼 말이다. 혹은 브랜드 꼼 데 가르송이나 언더커버처럼. 이들은 유행을 좇는 일이 결코 없다. 유행이 어떻게 흐르든 상관 않는다. 돈 욕심도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많이 벌지만 말이다. 멋있지 않은가? 성장을 위해 달리는 이들은 앞으로, 위로 뛴다. 반대로 옆으로 면적을 늘려가는 쪽은 오랫동안 여러 뿌리를 두고 키운다. 브랜드 꼼 데 가르송과 언더커버는 그렇게 지속해왔다. 매출이 어떻고, 순익이 어떤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나 역시 그렇다. 성장보다는 오래 하기를 추구한다.

프라이머리 X 오혁 앨범 <Lucky You!> 아트워크.

프라이머리 X 오혁 앨범 <Lucky You!> 아트워크.

프라이머리 X 오혁 앨범 <Lucky You!> 아트워크.

조기석이 참여한 브랜드 9 By 91,2 룩북.

조기석이 참여한 브랜드 9 By 91,2 룩북.

조기석이 참여한 브랜드 9 By 91,2 룩북.

카메라로 촬영한 데이터를 인쇄한 뒤 그 위에 다시 손으로 물감을 덧칠하며 시각화한 아트워크들.

카메라로 촬영한 데이터를 인쇄한 뒤 그 위에 다시 손으로 물감을 덧칠하며 시각화한 아트워크들.

카메라로 촬영한 데이터를 인쇄한 뒤 그 위에 다시 손으로 물감을 덧칠하며 시각화한 아트워크들.

조기석이 완성한 앨범 아트워크. 뮤지션 딘의 앨범 <130 mood TRBL>, 프라이머리의 앨범 등이 놓여 있다.

조기석이 완성한 앨범 아트워크. 뮤지션 딘의 앨범 <130 mood TRBL>, 프라이머리의 앨범 등이 놓여 있다.

조기석이 완성한 앨범 아트워크. 뮤지션 딘의 앨범 <130 mood TRBL>, 프라이머리의 앨범 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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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경진
PHOTOGRAPHY 김종훈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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