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lyx
알릭스는 급진적 성향의 브랜드다. 그런 기질의 아이템들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띈 건 2000년대 초반 유행한 모토 부츠. 알릭스는 모토 부츠의 형태를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바이크웨어 브랜드 스피디와 협업해 제대로 만들었다. 마치 당시의 레이브 신을 회상하게 만드는 아이템 같았달까.
2 Thaddeus O’Neil
어그는 고유의 뭉툭한 생김새가 곧 놀림감이 되다가도 주기적으로 불쑥 패션 영역에 속하기도 하는 기묘한 신발이다. 그 명맥도 오래 이어지고 있으니까. 타디우스 오닐은 어그를 남성복으로 옮겨왔다. 아메리칸 캐주얼이 주를 이룬 미국적인 옷들과의 조합이, 글쎄 생각보다 괜찮지 않나.
3 You As
얼마 전 크리스토퍼 케인이 쇼에 올린, 대리석 무늬에 보석 장식을 한 여성용 크록스가 한 차례 난리 났다. 어찌 될지 모를 이 유행이 여자만의 것이 될까? 아니다. 뉴욕 브랜드 유애즈도 룩북에 크록스를 등장시켰다. 하와이안 풍의 쇼츠엔 흰색 크록스를, 흰색 컷아웃 데님 쇼츠엔 검은색 크록스를 신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살짝 움직인다.
4 Hood by Air
셰인 올리버는 세계 최대 포르노 사이트인 포른 허브와 기존의 관념을 전복시킬 만한 협업을 했다. 포르노와 섹스, 페티시가 전부였던 쇼에 얼굴과 머리에 바셀린을 범벅한 모델이 포른 허브 로고가 쓰인 톱과 속옷을 입고 나온 것. 단순히 로고를 프린트한 것이 전부인 이 옷은 1990년대 혹은 2000년대 초반의 ‘판촉물’스러움을 물씬 풍긴다.
5 Gosha Rubchinskiy
고샤 루브친스키의 새로운 컬렉션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이젠 누구도 입지 않는 1990년대 스포츠 브랜드들을 불러 모은 것. 트랙 수트와 스니커즈 등을 카파, 필라 같은 브랜드의 로고를 얹어 현대적인 재가공 없이 그대로 재현했다. 놀라운 건 명맥이 끊긴 줄 알았던 이탈리아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의 등장. 카파와 필라를 넘어서는 존재감이란.
6 Vetements
베트멍 쇼에선 18개 브랜드의 아이템들이 뎀나 바잘리아의 손을 거쳐 재가공되는 광경을 지켜봤다. 2000년대 초반 패리스 힐튼과 니콜 리치가 입던 쥬시 꾸뛰르의 벨루어 트랙 수트의 재등장을 어느 누가 기대했을까. 게다가 사진의 폴 해멀린이 입은 것처럼, 남자들이 이 바지를 입을지도 모를 일.
7 Modern Man
가수들의 얼굴을 프린트한 투어 티셔츠 혹은 콘서트 티셔츠로 불리는 이 괴악한 티셔츠가 꾸준히 유행 중이다. 베트멍, 피어 오브 갓부터 저스틴 비버, 제인 말릭 등의 가수들도 직접 제작할 정도. 모던 맨은 뎀나 바잘리아, 고샤 루브친스키, 피비 필로, 릭 오웬스 등 패션 디자이너의 얼굴과 난데없는 폰트를 허술하게 집어넣은 패러디 티셔츠를 만든다. 장당 90달러, 놀랍게도 대부분은 이미 품절이다.
8 Alexander Wang×Adidas
그간 아디다스의 협업 시리즈가 요란한 구석이 있었다면, 알렉산더 왕과 만든 컬렉션은 좀 더 본질적이랄까. 과도한 시도 없이 간명한 아이디어와 복고적인 가치를 주입했다. 눈에 띄는 디테일은 뒤집어 입은 듯 줄무늬를 스티치로 장식하고, 트레포일 로고를 뒤집어 표현한 것. 1990년대식 안티패션의 광풍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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