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나비효과처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필재(김명민)는 사형수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재벌가 며느리 살인 사건의 범인 순태(김상호)가 필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필재는 순태의 딸 동현(김향기)과 사건 전말을 파헤친다. 전직 경찰 필재가 ‘갑질’하는 대기업 ‘금수저’ 여사와 한판 승부를 펼치는 이야기는 다분히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필름 누아르 <차이나타운>(1974)을 떠올리게 한다. 김명민이 사립탐정 잭 니콜슨처럼 코를 칼에 베이는 장면뿐만 아니라 냉혹한 세상을 무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유사하다. 다만 <특별수사>는 “잊어버려. 여기는 차이나타운이야!”라는 식의 비정함 대신 한국적 따뜻함(‘아재’들의 포옹)을 에필로그로 내놓는다. 여전히 김명민은 이름값을 한다. 그는 최민식, 송강호, 김윤석처럼 폭발적 에너지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괴물형 배우가 아니지만, 그의 존재감은 언제나 빛난다. 그의 영화를 보고 나면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다소 평범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지닌 그의 연기법은 ‘허허실실’에 가깝다. 변함없이 그는 캐릭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이번 영화에서도 김명민은 명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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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1-1> 2008
권력과 돈으로 갑질하는 거물들과 ‘맞짱’ 뜨는 것은 강철중의 주특기다. 일찍이 1980년대 <인간시장>의 장총찬이 그러했듯 시대적 울분을 담아낸다. 강력반 꼴통 강 형사의 ‘인지상정’은 <베테랑>의 서도철(황정민)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다시 강철중의 구성진 대사를 들을 수 있을까?
<베테랑> 2015
<베를린>처럼 액션이 화려하지 않다. <부당거래>처럼 짜임새 있는 사건도 아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은 전작들의 성공을 뛰어넘었다. 재벌 3세의 갑질에 대해 관객이 한마음으로 분노한 덕분이다. 류승완은 사회적 이슈를 읽기 시작했고, 유아인은 불멸의 캐릭터(조태오)를 탄생시켰다.
이 감독을 좋아한다면
〈S 다이어리〉 2004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전에 김선아의 전성기를 장식한 로맨틱 코미디. 요즘 단어로 얘기하면, ‘썸’과 ‘밀당’의 모든 것을 다룬다. 바람둥이 돈(빌 머레이)이 과거 여성들을 찾아가는 <브로큰 플라워>의 여성 버전이다. 수컷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정작 여성들에게 큰 교감을 일으켰다.
<새드 무비> 2005
<러브 액츄얼리>(2003)의 성공 이후, 여러 인물들의 연애담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루는 것이 인기를 모았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모아 ‘다다익선’ 시대를 열었다. <새드 무비> 역시 사랑, 이별, 아픔의 섬세한 감정을 아름다운 터치로 담아내면서 ‘여심’을 파고들었다. 다시 봐도, 너무 착하다.
이 배우를 좋아한다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 꽃의 비밀> 2011
영국에 <셜록>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조선명탐정>이 있다. 탐정 캐릭터의 뻔뻔함과 익살스러움이 이 영화의 원동력이며, 김명민의 ‘허당끼’가 웃음을 책임진다. 또 김명민과 오달수 콤비는 한국 영화에서 버디 무비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속편도 나왔다. 속편 역시 둘의 호흡은 맛깔스러웠다.
<간첩> 2012
<연가시>로 2012년 여름, 4백50만 흥행을 책임진 김명민은 곧 <간첩>에서도 ‘헬조선’에 사는 생계형 간첩들의 애환을 그렸다. 코미디지만 김명민의 페이소스 강한 연기 덕분에 오히려 쉽게 웃을 수 없다.
Must See
제이슨 본
총상 입은 채 지중해를 표류하던 한 남자는 딱 세 편으로 첩보물의 새 장을 썼다. 그가 기억을 찾을수록 액션 세공력은 상승했다. 관객은 열광하며 호응했다. 2007년, 마지막 승부 이후 흔적을 지웠다. 근 10년이 지나 그가 다시 활동한다. 짧고 굵은 전설을 새로 쓰려 한다.
부산행
<부산행>은 공유가 출연하는 재난 영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대로 설명하진 못했다. 몇 가지 단서가 붙는다. 연상호 감독과 좀비. 그는 <돼지의 왕>으로 ‘다른’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그 감성과 견해가 한국에선 귀하다. 배우를 움직여 그린 그의 새로운 영화는, 그래서 그냥 그런 재난 영화가 아니다.
아이 인 더 스카이
영화는 때론 점쟁이처럼 예측한다. 단지 상상이 아닌 미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현실보다 딱 반 발짝 앞서 둘러본다. 드론으로 전쟁하는 시대에 얽힌 도덕적, 전략적 부침. 각종 드론이 나오지만, 결국 사람의 문제다. 헬렌 미렌이 살과 숨을 불어넣는다.
인천상륙작전
한국만큼 극적인 전쟁을 겪은 나라는 드물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전세를 바꾼 상륙작전도 있었으니까. 2000년대 한국 블록버스터가 유행할 때 만들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전부터 소문은 많았다. 이제야 나온다. 이정재와 리암 니슨도 참여했다. 묵은 만큼 깊게 익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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