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갈수록 ‘갈비’야.” 열세 살 난 조카 녀석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 최근 다이어트 실패로 인한 요요현상으로 주체할 수 없이 살이 찌고 있건만, 갈수록 ‘갈비’ 같다니. “요즘 삼촌이 얼마나 살이 쪘는데 갈비냐?”라고 말하자 조카는 도리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갈비! 갈수록 비호감이라고. 그것도 모르냐?” 요즘 십대들 사이에서는 ‘갈비’가 갈수록 비호감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모양이다.
사실 세대 간의 언어 장벽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내가 십대였을… 그러니까 꼭 10년 전에는 무선 호출기를 사용하면서 암호화된 ‘숫자 언어’가 있었다. 예를 들면 486(사랑해), 7942(친구 사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내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말 줄임 현상이 일어났다. 이는 80자로 제한된 문자 메시지에 보다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서였는데, 그때 등장한 것이 글고(그리고), 들가(들어가)와 같은 것들이다. 그래, 어찌 보면 요즘 십대들이 뻐정(버스정류장), 문상(문화상품권)과 같이 한글을 줄여 말하는 것은 우리 세대에 대한 답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십대들의 언어 파괴는 우리 세대보다 훨씬 심각하다. 우리말을 짧게 줄여 말하는 축약어는 물론이거니와 영어, 일본어를 버무린 정체 불명·국적 불명의 ‘외계어’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언어는 진화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황당할 때 쓰는 감탄사인 ‘헉’은 ‘헐’에서 최근 ‘헐랭’으로 진화되었다.
‘그저 인터넷 용어겠지’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십대 청소년들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누어 보면 이 무분별한 신조어가 그들의 일상 속으로 얼마나 깊게 침투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작 그들보다 10년 오래 산 나 역시 그들의 말은 도저히 통달 불가니까. 이처럼 신세대들과의 언어 장벽이 높아만 간다면 조만간 우리는 그들의 언어를 사전 속에서 만나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본디 국어사전이란 현대 국어를 망라하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최신 개정판 국어사전에는 한때 십대들의, 그러니까 우리 세대의 신조어였던 ‘짱’과 ’초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후덜덜, 깜놀과 같은 단어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터넷이 십대 언어에 끼치는 영향 최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인터넷(38.6%)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평소 맞춤법을 알면서도 잘 지켜 쓰지 않는다는 초등학생들이 과반수 이상(53%)이었는데, 그 까닭으로는 인터넷 채팅 등에서 버릇이 되어서(78.4%)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이어 귀찮아서(10.1%), 친구도 안 지키기 때문(6.8%)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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