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신정인(런던 통신원) Editor 이지영
반드시 한국적일 필요는 없다. 아니, 차라리 한국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미술은 이제 식상하다. 요즘은 ‘동시대성’이 대세다. 영국 런던에서 11월 23일부터 펼쳐지고 있는 ‘거울 나라 앨리스 - Through the Looking Glass’ 는 한국적이지 않아서 외려 시선이 간다. 그동안 고전미를 강조하는 것만이 한국 미술을 알리는 통로였다면, 이젠 달라졌다. 이번 전시에서 ’오로지 한국적인 것‘이란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정연두, 최정화, 신민경 등 10인의 초청 작가는 현재
베니스나 상파울로 등 국제무대에서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이들은 본인들의 ‘멀티’에 가까운 감성을 십분 발휘했다. 조선백자를 내놓더라도 비누로 실물처럼 다시 만들어 독창성을 드러냈으며, 동양의 꽃으로 알려진 연꽃을 전하더라도 플라스틱 방수천으로 만들어 전시장 지붕 위에 설치하는 유동성을 꿈꿨다.
‘거울 나라 앨리스’라는 타이틀 역시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영국의 국민 작가인 루이스 케롤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편의 원제를 차용했다는 것만 봐도, 이번 전시의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영국 국민 도서를 주제로 차용했다는 것은, 이번 전시를 최대한 편안하게, 그리고 가깝게 즐겨달라는 의도다. 뉴욕의 모마(MoMA)와 견줄 만한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존재하고, 세계 3대 아트 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 아트 페어(Frieze Art Fair)가 진행되는 영국 런던. 그곳에서 무려 3개월이나 되는 장기 전시를 따낸 한국의 현대 미술 전시회.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한국과 유럽의 정서가 어우러져 더욱 매력 있다. 21세기 한국 미술의 현주소는, 공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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