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브라운을 떠올리는 동시에 연상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절도 있게 놓인 1960년대 스타일의 책상과 옷걸이, 그 사이로 같은 옷을 입은 모델들이 정렬해 앉아 있던, 2009년 F/W 시즌 피티 워모 쇼의 단상이다. 이 광경이 최근 뉴욕 쿠퍼 휴이트 박물관에 펼쳐졌다.
쿠퍼 휴이트 박물관에서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Selects’ 시리즈의 13번째 큐레이터로 톰 브라운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Selects’는 쿠퍼 휴이트 박물관이 소장한 21만 점 이상의 컬렉션을 게스트 큐레이터가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다. 톰 브라운은 박물관 소장품 중 거울 컬렉션에 매료되어 ‘반사와 개인성’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빈티지한 책상과 타자기, 서류 가방과 50켤레 이상의 윙팁 슈즈 등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오브제를 모두 니켈 도금해 배치하고, 박물관 소장품 중 18세기 프랑스 풍 금박 구리 액자와 엑토르 귀마르의 목제 프레임, 에드가 브란트, 짐 다인 등이 디자인한 거울 등을 골라 벽에 걸었다.
바닥과 벽을 덮은 홀로그램 벽지는 오스본 앤 리틀의 작품으로, 쿠퍼 휴이트 박물관이 최근 획득한 것이다. 공간은 모든 것을 비춘다. 보는 사람 역시 거울이나 톰 브라운의 오브제에 반사된다. 감상하는 사람들도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