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조각이 마구 굴러다니는 주차장, 불가해한 과일 모양의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다른 차를 그대로 모방한 디자인, 역시 그대로 베낀 듯한 자동차 로고와 브랜드 이름, 심지어 쇼 전시장 그 자체도 모방의 흔적이 역력하다. 맞다. 이 우스꽝스런 혼란의 도가니를 슬쩍 들여다보고 나면 중국 자동차 업계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갖게 된다. 신선한 아이디어나 충분한 경쟁력이 결여된 한심한 모방의 장(場)이라는 판단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다. 하지만 그건 그릇된 판단이다.
2009년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판매 시장이며, 매년 9%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구 시장이 불황의 여파로 두 자리 숫자의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경이적이다. 분석가인 JD 파워는 중국이 올해 천만 대 이상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포르쉐와 폭스바겐의 재정부 이사인 한스 디터의 예견이다. “중국 시장은 그야말로 넘버원입니다. 중국 폭스바겐의 매출은 매우 중요합니다. 회사 전체가 이윤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죠.”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제조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GM이다. 두 서구 회사 모두 상하이 자동차(SAIC)와 합작 벤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영리하게도 제조 시설의 50%만을 외국이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했기 때문에 서구 자동차 메이커들은 파트너를 물색해야만 했는데, 결국 중국이 자생적으로 강력한 자동차 산업을 이룩하는 것을 도운 셈이 되었다. 중국판
상하이 자동차는 MG와 로위(Roewe)도 소유하고 있으며, 2005년에 롱브리지가 파산했을 때 난징 자동차를 삼켜 자산의 일부로 만들어버렸다. 상하이 자동차와 난징 합병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최근 추세를 뚜렷이 보여준다. GM 중국 지사 CEO인 케빈 웨일의 말이다. “중국 정부는 합병을 사실상 부추기고 있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회사들은 작은 규모로는 생존할 수가 없다는 판단이죠.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합병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질리(Geely)와 체리(Chery)는 생산 규모가 엄청나며 대단히 커다란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지요.”
아, 또다시 ‘정부’ 얘기다. 2009년 일사분기에 자동차 판매율은 7% 성장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신차 판매는 계속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부양 계획’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1.6리터 이하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들에 대해 물품 구매세를 반으로 낮추는 것, 또 하나는 농부들이 삼륜차와 트럭을 경차로 바꾸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RMB 기금을 50억 모으는 것. 이 정책이 꽤 성공적이라고 케빈 웨일은 말한다. GM은 그 덕에 일사분기에만 17%의 가파른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성장이 투자를 이끌어왔습니다. 시골 지역들에는 5억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은 돈을 잘 쓰지 않습니다. 정부는 그들이 자동차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열기를 바랍니다.”
수억의 잠재적 소비자들! 서구 시장이 수년간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BRIC 경제권(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10년도 채 못 되었으며, 상하이·GM 벤처는 1997년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성장 속도는 놀랍다. 2001년 자동차 판매량은 백만 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판매량은 그 열 배가 될지도 모른다.
포르쉐는 2007년에 그저 수입 지사만을 설립했을 뿐인데도 성장율을 70% 보이고 있다. 포르쉐 중국 지사 CEO인 헬무트 브로에커가 말한다. “그런 성장을 기록할 수 있는 시장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중국은 미국과 독일에 이어 포르쉐에게 세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물론 중국 포르쉐는 몇 년 안에 독일에서 판매되는 수치를 따라잡을 겁니다.”
이러한 기록적인 팽창이 중국 메이커들을 서구 시장으로 수출을 하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인가? 홍하오 왕은 이렇게 진단한다. “가까운 장래에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국 회사들은 급속도로 팽창하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겠죠.”
현재, 중국 자동차에 대한 서구 투자자들의 관심은 그들이 만들어낸 짝퉁을 진품과 구별해 내는 게임을 즐기는 정도에 한정되어 있다. 대우 마티즈의 완벽한 복제품인 Chery QQ는 전설이다. GM이 QQ를 사서 브랜드 로고를 떼어내고 마티즈와 같은 색깔로 전체를 칠했다. 그것은 마티즈와 완전히 똑같았다! 말하자면 중국은 색깔을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 온전히 운행 가능한 혼혈을 창조해낸 것이다.
우울하게도, 이러한 경향은 올해 상하이 쇼에서도 계속되었다. BYD의 FO는 스마트의 헤드램프가 달린 토요타 Aygo의 짝퉁이며, 질리(Geely)는 뻔뻔스럽게도 롤스로이스의 모방작을 내놓았고, 리팡(Lifan)이 선보인 서툴기 짝이 없는 미니는 그토록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았더라면 더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저작권 위반은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M6와 M3의 배지는 BMW와 유사하고 벤틀리의 ‘날개 달린 B’는 ‘리치(Riich)’의 브랜드 로고로 변이되었다. 이보다 더 용감무쌍한 것은 PCM이었는데, 이들의 전시장 세팅은 반대편에 있는 벤틀리와 거의 똑같았다. 벤틀리의 수장인 울리히 에이크혼은 그런 상황을 빼어난 유머 감각으로 웃어넘기며 모방은 아시아 문화의 미덕 중 하나라고 했다. 일단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실적이 안정되고 모방을 통해서 기술을 연마하고 나면, 오리지널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며, 그때부터는 수출을 시작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BYD 자동차는 이미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BYD의 수출분과 책임자인 헨리 리는 이렇게 선언한다. “우리의 타깃은 2011년까지 미국 시장 전체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충돌 강도와 탄소 배출를 규제하는 미국 정부의 조건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와 네트워크 형성에 대해 딜러들과 논의 중입니다. 유럽도 역시 중요한 시장이기는 하지만 미국보다 좀 더 복잡다단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유럽 시장에도 론칭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BYD는 자신들에게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중국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시장에서 GM의 볼트(Volt)를 1년 만에 앞질렀다. BYD는 F3 DM이 100km 범위의 전기 동력을 가지고 있으며, 배터리가 약할 경우 발전기 역할을 하는 1.0리터 스리-실린더를 장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순수한 전기 자동차인 E6도 선보일 계획이다. BYD가 어떻게 GM 기술력을 앞지를 수 있느냐고? 왜냐하면 그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업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워렌 버핏과 같은 투자자들에게 회사 주식의 10%를 사도록 만든 경쟁력이다. BYD는 겨우 2003년에 자동차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즉시 전기 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좀 더 많은 하이브리드카들이 잇따라 출시될 테지만 순수한 전기자동차는 아직 머나먼 미래의 일이다. 그것이 향후 5~10년간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야망에 넘칠 뿐 아니라, 정부의 든든한 후원을 받으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BYD는 ‘네 꿈을 이뤄라(Build Your Dream)’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단언하건대 중국의 꿈이 망상으로 끝나리라는 쪽에는 절대 돈을 걸지 마라.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