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디스이즈네버댓
스트리트 신을 벗어나더라도, 현재 20대 젊은 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로컬 브랜드는 명실 공히 디스이즈네버댓이다. 인정하는 바다. 이번 시즌 무성의하게 툭툭 찍은 룩북을 보니, 역시나 이 브랜드가 보통이 아니라는 게 더 깊이 느껴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이라는 게 있다. 공부로 익힐 수 없는 타고난 무엇. 디스이즈네버댓은 참 그 감이 좋다. 이런 말이 칭찬이 될지 모르겠지만, 언뜻 미국 남부 태생의 탄탄한 브랜드 같기도 하다. 진짜 잘하긴 잘한다.
2 파퓰러 사이언스
아무것도 없이 벽만 세워놓은 룩북의 첫 컷. 가끔은 이런 사진이 좋다. 특히 텁텁한 색감이 참 반갑다. 물 한 방울 없이 채워 넣은 듯한 빽빽함. 이제 갓 생겨난 브랜드라 잘 알 수는 없지만, 룩북의 첫 이미지만 봐도 파퓰러 사이언스가 어떤 옷을 선보일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꽉 찬 색감에 딱 떨어지는 라인, 더도 덜도 없이 적당한 정도. 줄지어 등장하는 옷을 보니, 예감은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3 에이카화이트
말갛고 새하얀 이미지. 이번 시즌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은 에이카화이트는 불필요한 것은 모두 덜어내고 완벽하게 정제된 옷을 추구한다. 군더더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룩북에 에이카화이트의 성격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 온통 흰색인 사진에선 소재의 우수함, 단단한 봉제 등 사소하고 핵심적인 부분을 온전히 강조한다. 한번쯤 입어보고 싶다기보다는 매일같이 입고 싶다는 마음이 동한다. 딱 이 이미지처럼,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하게.
4 클리프웨어
마치 옛날 잡지에서 뜯어낸 한 장면처럼 누렇게 바랜 농도 짙은 이미지를 보다가, 뉴욕 브루클린의 어느 피자집에서 마주칠 법한 주근깨 많은 소년의 눈빛에 시선이 멈췄다. 클리프웨어의 주특기인 밀도 높은 자수로 그린 큼직한 여우나 럭비공, 키치한 레터링이 명랑하게 뒤섞인 옷들을 참 무심하게도 입었다.
5 쿠시코크
괴상한 녀석이 나타났다. ‘녀석’이라는 표현이 참 어울리는 브랜드. 아직 낯선 이름인 쿠시코크는 올해 1월 첫발을 뗐다. 강렬한 그래픽과 색감의 천들을 찢고, 다시 잇기를 반복한 뭔가 사나운 분위기. 그 안에 뭔지 모를 내공이 가득하다. 정적인 룩북 이미지는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맴돈다. 아트 디렉터 조기석을 비롯해 패션 디자인, 주얼리, 그래픽, 웹 디자인을 하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쿠시코크를 만들었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그들이 살아오면서 느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학생 시위’. 앞으로 이들이 무엇을 보여줄지 꽤나 기대되는 바다.
6 비바스튜디오
볕이 좋은 일요일 오후와 한없이 늘어지는 나른한 시간이 주는 호사스러움이 잔뜩 묻어 있는 사진의 연속이다. 어떤 하나의 컷을 콕 집어 말하는 것보다, 사진 너머 일상이 참 탐난다.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풍요로운 그 순간, 그들이 입고 있을 비바스튜디오의 새로운 옷들도 왠지 한결 부드럽고 편안할 것 같은 기분이다. 햇살이 빛나는 날엔 꼭 이렇게 단정하고 예쁜 옷을 입고, 눈부신 시간을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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