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전체로 웃는다. 스튜디오에서 만난 정진운이 보인 첫 움직임. 5년 전에도 그랬다. 그때와 지금은, 2AM 속 정진운과 그냥 정진운의 위치만큼이나 변했을까? 주변 시각은 확실히 그럴 테다. 정진운의 시각도 그럴 테지만,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하다. 어쩌면 태도와는 상관없는 얘기일지 모른다. 열정이라는 달달한 말이 어울릴까. 재지 않고 있는 힘껏 뛰어드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밝은 기운. 정진운에겐 그게 보인다. 정진운은 이제 홀로 섰다. 무엇보다 자기 이름이 앞선다. 자기 이름으로 밴드를 내고, 자기 이름으로 배역을 맡는다. 그 과정에서 분명 정진운은 달라질 거다. 하나 달라지지 않는 게 있다. 얼굴 전체로 웃듯 자기 전부를 쏟는 천성. 그 대상이 음악일 수도, 연기일 수도, 예능 속 모습일 수도 있다. 결과물이 무엇이든 보는 사람은 느낄 테다. 그와 마주하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5년 전에도, 지금도.
설 연휴인데 지방에서 드라마 촬영한 후 돌아와서 인터뷰 두 건 하고 있다. 이런 생활, 어떤가?
난 되게 좋다. 어차피 바쁘려고 시작한 일이니까. 이 일을 하는 이상 안 바쁘면 그것도 서운하거든, 사실. 어중간하게 바쁠 바에는 아예 정말 쉴 틈 없이 바쁘고 싶다. 힘들게 일하는 거 되게 즐기고, 그래야 쉴 때 좀 쉬는 기분이 든다.
상사가 되면 힘든 형태인데?
맞다. 그래서 매니저 형이 힘들어한다, 하하. 일이 없으면 일부러 만들어서 한다. 매니저 형과 같이 스케줄처럼 할 만한 일을 만들어 교류하려 한다.
역동적인 모습이, 어떻게 보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과 통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도 있겠다.
엄청 많이 받는다. 일부러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는 편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편하면 얼굴이나 몸, 결과물에 다 안 좋게 드러나더라. 편할 때는 곡들도 확실히 안 나온다. 뭔가에 쫓겨야, 압박감이 있어야 그 안에서 그동안 품은 화나 스트레스가 음악으로 표출되면서 빵!
이번에 세 번째 드라마다. 아직 연기가 익숙하다고 하기엔 그렇지만, 할 때마다 스스로 달라지는 걸 느낄 듯하다.
지금까지 맡은 세 역할 모두 사실 비슷하다. 넉살 좋고 낙천적이면서 쾌활하다. 그렇지만 연기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거 같다. 나 스스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느낀 점들이 계속 늘어나잖나. 쾌활하더라도 조금씩 다르다. 사람들은 쟤 저런 캐릭터 많이 해서 이제 잘하지 않겠어? 할 수도 있겠지만, 할 때마다 새롭고 어렵다. 만날 스트레스 받는다.
비슷한 역할이지만 맡은 시기가 다르니까 받아들이고 표현할 때 달라지긴 하겠다.
맞다. 지금 맡은 역할이나 이전 배역은 나이대도 나와 비슷하다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거나 지금 생각하는 것들을 실제 대사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연기할 때 굉장히 많이 공감했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감독님은 단순하고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것들이 있어서 그걸 버리며 표현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세 번째 연기해보니까 어떤가? 연기의 맛이 느껴지나?
연기라는 게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실적인 점부터 이상적인 점까지 많이 생각하게 한다. 우선 일적으로 계속 활동해나가고, 많은 분야에 도전하고 싶으니까. 연기와 음악을 함께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오기가 생긴다. 잘해야 하니까. 난 내가 촬영한 걸 잘 못 본다. 너무 객관적으로 보인다. 콤플렉스도 많이 보인다.
콤플렉스?
생긴 거나 목소리도 그렇고. 걷는 거, 서 있는 거 다 마음에 안 든다, 사실.
녹음된 자기 목소리 들으면 소름 끼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하하. 노래할 때 내 목소리가 진짜 좋다. 그런데 연기할 땐 힘이 들어가서 말할 때처럼 소리가 안 나오더라. 밝은 캐릭터라 더 높이, 더 세게 내려다 보니 예쁜 소리가 안 나온다. 시청자에게 나에 대한 오해를 심어주는 거 같아서 좀…. 다음엔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많아진다. 오기가 생겨 더 잘하고 싶고. 음악은 내가 방향성을 잡으면 그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섰는데, 연기는 신인이니까.
<마담 앙트완>에서 맡은 역할은 재밌지 않나? 작정하고 누군가를 유혹하는 상황이잖나. 작정하고 유혹해본 경험도 있겠지?
있다. 난 최승찬이라는 역할과 정말 비슷하다. 어릴 때 누나들에게 어필할 때 말 놔버리고, 하하. 정말 그랬다. 지금 생각하니까 정말 부끄러운데 그랬다, 하하하. 드라마 속 ‘난 여자한테 그냥 말 놔’란 대사도 실제로 해봤다, 하하. 대본 볼 때 진짜 웃었다. 실제로 나도 운동선수 하다가 그만뒀고. 여러모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요새 따로 연기 배우나?
조금씩 배운다. 예전에는 안 배웠다. 연기 처음 배우는 애들과 같이 배운다. 같이 대본 읽고 문제점도 찾고, 목소리 톤, 발음도 차근차근 배운다. 회사 옮기면서 레슨 받게 해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이제 정말 활동해야 하고 못하면 그대로 끝이기 때문이다. 혼자 나왔으면 더 잘해야 하잖나. 게다가 2AM이 해체된 게 아니니까. 거기에 먹칠하면 안 된다. 그런 부담감도 크다.
하나씩 다른 회사와 계약하며 나갔다. 그 과정에서 기분이 묘했을 듯하다. 해체도 아니었고.
해체였다면 슬프지. 회사를 나가서 각자 활동하다 또 뭉치려는 의도였다. 처음에는 별로 실감하지 못했다. 2AM은 계속 있는 거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스케줄러에 점점 내 이름만 있고, 활동 나가도 나만 있는 걸 실감했다. 대본 보면 그냥 정진운이라고 적혀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대본에 없는 ‘2AM의 정진운입니다’라고 붙이기도 하고. 그런 과정들이, 조금 뭐라 그럴까, 생각보다 어색하더라.
각기 회사가 달라 함께하기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까. 결국 각자 마음이 중요하겠다. 한 명만이라도 시들하면 안 된다.
그렇다. 한 명이 시들해지면 다른 세 명이 기운 북돋워줘야 한다. 그게 팀워크니까. 이제는 계약서를 벗어나서 정말 우리 마음속에, 우리 머릿속에 ‘우리는 팀이다’가 박혀 있는 시간을 보낸다. 서로 2AM의 콘셉트나 음악을 한시라도 빼놓질 않는 거 같다. 만나면 각자 음악을 하고 있지만, 다음 번에는 새로운 장르로 이걸 해서 이 부분은 네가 부르고 저 부분은 내가 불렀으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한다. 나만 해도 곡 쓰면서 2AM 곡을 따로 계속 쓴다. 모두 다른 회사와 계약하면서도 ‘2AM 활동은 보장해달라’가 전제였다.
안전장치는 둔 셈이다. 따로 나온 지금도 함께하려고 많이 노력하나?
생각보다 난 많이 노력하진 않는다. 도리어 지금까지 해왔는데 굳이 지금도 노력해야 하나? 한다. 떨어져 있어도 만나면 반가우니까. 각기 따로는 자주 본다. 근데 개인 활동 때문에 네 명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다. 모이자고 할 때 내가 많이 펑크 냈다. 드라마도 있고, 이래저래. 엄청 욕먹었다, 하하. 미안하다.
멤버들이 계약한 소속사를 살피니 각자 방향이 보이는 거 같아 재밌었다. 미스틱과 계약한 건 좀 더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반영된 듯하다. 5년 전에 우리가 인터뷰할 때 하고 싶은 음악을 꼭 할 거라 했는데, 진짜 하네.
기억해주니 고맙다. 세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음악도 자유롭게 하고 싶고, 연기도, 예능도 해야 했다. 음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았는데, 배우로 활동하긴 좀 힘들었다. 또 배우의 삶을 가자니 음악을 컨트롤해줄 사람이 없었고. 너무 자유롭게만 하면 발전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딱 한 군데밖에 생각나지 않더라. 예능도 활발하게 할 수 있고.
정말 다양한 예능에 참여했다. 특히 몸으로 경험했다. 젊은 연예인에게 부족한 다양한 인생 경험을 예능으로 했다고 할 정도다.
예능 하면서 함께한 형들한테 얘기 듣고, 함께한 경험들이 생각보다 인생 공부가 많이 된다. 결국 따지면 끼워 맞추기지만, 함께 어려운 일들 겪으니 특별하고 행복하고 재밌었다. 또 그런 프로그램이 내 성격과 맞다 보니까 힘들어도 많이 배웠다.
맞다. 성격에 맞아 보인다.
요즘은 그냥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잖나. 성격에 맞아야 한다. 특이하게 감독님들이 내 그런 모습을 잘 봐주시더라. 다행이다, 진짜. 어쨌든 내게 여러 모습이 있을 텐데, 그중에서 가장 예쁜 모습들만 찾아서 잘 골라주시니까 너무 다행이다.
그래도 착한 모습으로만 보이는 건… 어떤가?
그건 재미없다. 사회생활 하면서 어떻게 착하기만 하나. 착하기만 하면 호구다, 호구. 정말 싸울 때는 싸워야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나 대중이 앞에 계시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진짜 재미없는 거 같다. 사람들이 날 보고 좋아해주는 모습이 그런 게 아니니까. 그러지 못해 좀 아쉬울 때가 있다.
언제까지 웃고 살 수만은 없잖나.
웃고만 살면 안 되더라. 할 일도 못하고, 만들 것도 못 만들고. 내가 확 쥐어잡고 해야 할 때도, 끌려가야 할 때도 있다. 혼자 나와서 그런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무섭기도 하다. 혼자 정글에 딱 떨어진 느낌이었다, 하하.
이젠 중요한 결정도 스스로 내려야 한다.
맞다. 밴드에서 형들이 나와 열몇 살씩 차이 난다. 그럼에도 내가 결정해야 한다. 너무 무섭더라. 이게 프런트맨이고 ‘정진운 밴드’의 정진운인 거다. 최대한 신중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재밌으면서도 버겁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버겁다. 늘 버겁다. 혼자 된 이후로 계속 버겁다. 모든 짐이 정진운이라는 이름 위에 다 쌓여버리니까. 굉장히 힘들지만, 재밌기도 하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니까, 어쨌든. 아직 어른 되려면 한참 멀었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을 만큼 되어야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힘들지만, 그래서 더 좋다. 쉬우면 나중에 내가 진짜 나이 더 들었을 때 철없는 어른이 될 거 같다. 지금은 힘든 게 내게 좋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