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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있다

압구정 카페 `매니땡스`에 가면 알바 알토의 의자가 있다. 마치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고 조신히 앉아 기다리는 듯한 그것이. <br><br>

UpdatedOn May 27, 2009

구정 거리 뒤편에 위치한 카페 ‘매니땡스’에는 1965년, 핀란드 작가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의자 Chair 66이 있다. 이 의자를 처음 보았을 때 웃음부터 먼저 나왔다. 귀가 큰 토끼와도 같은 그 생김새가 무척 귀여웠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재기 발랄한 모습으로 잠시 잠깐 여유로움을 건네주는 친근한 매력의 Chair 66은 그 모양새 외에도 주목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거장 알바 알토 작품 고유의 특징을 이 의자 하나만 보아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일단 등받이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곡선 실루엣이 그렇다. 또 앉았을 때 느껴지는 탁월한 편안함, 그리고 똑똑하리만치 콤팩트한 사이즈는 그가 만들어온 모든 작품을 종합하고 있다. 알바 알토의 의자 시리즈는 동시대에 활동한 디자이너 찰스&레이 임스 부부와 이에로 샤리넨에게 미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생산 기술 면에서도 구체적인 모범답안을 제시해 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20년대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그의 의자는 디자인 컬렉터들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널리 보급될 만큼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으니 말이다. 좋은 가구들이 가득 찬 공간 속, 디자이너의 작품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몇만원이라도 아깝지 않다.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잠시 잠깐 하고 돌아온 셈이니. 

글쓴이 김명한은 aA디자인뮤지엄 대표이자 국내 최고의 빈티지 가구 컬렉터다. 그에게 컬렉션은 일상이자 여행이며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재미있는 모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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