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희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고원희는 스무 살 이후로 부모님께 용돈을 받은 적이 없다. 스스로 돈을 모아 등록금을 냈다. 1년이면 천만원에 가까운 거액이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고, 연기에 몰두했다. 일과 학업을 모두 충실히 할 수 없기에 내린 결정이다. 그래서 동기들은 졸업반이지만 그녀는 아직 2학년이다. 자부심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편히 연기하고,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아쉬운 점은 더 있다.
신입생 때 드라마 출연 시기가 겹쳐 대학 생활의 꽃인 1학년 1학기를 제대로 못 누렸다. 추억이라면 당시 ‘화사모’라는 학과의 극장 관리 소모임 활동이다. 현재 연기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기왕 시작한 것 배우든 스타로서든 가장 빛나야 할 20대 중반까지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겠다는 것. 당찬 그녀는 대중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단아해 보이는 고원희에게는 의외의 구석이 더 있다. PC방 정액제 회원으로서 ‘리그 오브 레전드’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홀로 드라이브를 즐기며, 모터쇼도 찾아다니는, 페라리 458이 드림카인 여배우다. 다음 봄,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10명 중 3명이 저를 알아봐주신다면, 내년에는 10명 중 8명은 저를 알아봐주시면 좋겠어요.”
김고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김고운이 다니는 학교는 학기 중 외부 활동이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외부 활동을 병행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 그녀는 활동을 위해 휴학을 신청했다. 학교는 그녀를 천진난만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밤늦게 연습하고, 새벽에 치킨을 시켜 먹고,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과 위로하며 믿음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그녀는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학교 밖은 다르다.
기회는 한 번이기에 잘해야 하고, 타인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한다.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직은 무섭다고 말한다. 사극 판타지를 좋아하는 그녀는 <왕좌의 게임>과 <태왕사신기>의 팬이기도 하다. 그래서 에밀리아 클라크가 연기한 대너리스와 문소리가 연기한 서기하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천천히 말했다. 그녀는 스스로 느리다고 소개했다.
“느리지만 스펀지처럼 잘 흡수해요. 그리고 흡수했을 때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어요. 지금은 평범하고 부족할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것을 흡수할 테고,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어요.”
이다인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이다인은 공연이 끝나면 울었다. 학교의 워크숍 공연을 위해 밤새워 무대와 의상을 만들었다. 못질이 자신 있는 그녀이지만 힘쓰는 건 주로 남학생 몫이었고, 그녀는 메이크업을 담당했다. 무대에서는 진한 화장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꽃뱀을 연기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해보지 못한 상반된 역할이었다. 그래서 더 즐거웠다. 그녀는 공연을 무대에 올릴 때가 가장 행복했다, 공연이 끝나면 다 함께 손잡고 행복해서 울었다. 연기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마음 편한 곳은 여전히 학교다. 배우 생활이 사회인이라면, 학교에서 그녀는 평범한 학생이 된다.
동기들과 어울리고, 엠티도 가며 학과 행사에도 참석한다. 그러면 압박감이 줄어든다. 그녀가 처음부터 연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연기자지만 연기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고2 때 취미 생활로 우연히 접한 연기에 매력을 느꼈고, 연기를 전공하기로 결정했다. 재학 중 무대 청소를 마치고 참가한 오디션에 캐스팅되어 웹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녀만의 강점은 뭘까? “여성스럽고 청순한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저는 여러 가지 색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은빈
서강대학교 사회과학부 심리학과
박은빈은 신중하다. 그녀는 늘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었다. 완벽주의를 선호하는 그녀는 학업과 연기 활동을 병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면 휴학을 했고, 재학 중에는 학교에 집중했다. 꼼꼼한 성격이라 조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학업에 충실했다. 지난 학기에는 다섯 개의 ‘팀플’을 했고, 1년간 42학점을 이수했다. 전공은 심리학이다. 학과에서는 50년만에 배우가 지원했다고 했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그녀가 심리학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적성이 맞고, 배우고 싶었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또 어려서부터 연기를 하며 인접 학문을 배워 소양을 넓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대학에서는 폭넓게 친구들을 만났다. 과별로 성향이 다르고, 출신도 다양했다. 입학과 동시에 학교 활동에 집중했다.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잠깐 몸담았고, 신입생 맞이와 행사 사회도 봤다. 캡스톤 디자인을 통해 인턴 사원 같은 경험도 했다. 학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았다. 연기와는 다른 쾌감이었고, 학교 생활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자신과 너무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건 벅찬 일이었다. 그때 선생님 중 한 분이 연기는 빙의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 그 뜻을 이해했다. 내 안의 다른 사람을 극대화해 표현하는 게 어쩌면 빙의가 아닐까. 지금은 무엇보다 인정받고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야만 연기를 지치지 않고 할 것 같아요. 변화를 시도하면서 사람들이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렇게 되고 싶어요.”
박지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학과
박지현은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공부했고 지금은 스페인어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에 가고, 언어 공부에 열중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아 현재는 휴학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실 스페인어학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연기에 대한 꿈은 없었다. 오히려 무역 업종과 아나운서에 대한 막연한 생각 정도만 했을 뿐이다.
연기와의 인연이라면 연극을 좋아한다는 점과 배우를 꿈꾼 어머니 정도다. 아역 배우였던 사촌을 따라 재미 삼아 연기학원을 다니다 적성을 발견했다. 연기 레슨을 받을 때 우울한 감정에 능숙했다는 평과 달리 실제 그녀는 개그 욕심이 많고,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도맡는다. 1학년 때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방송국에서 활동하며 가요제와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내일’의 표지 모델도 하며 잠시 학교에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직업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은 못했다. 생계 유지가 목표였을 뿐이다. 하지만 연기를 하다 보니 점차 욕심이 생겼다. 어려서 외국에 거주한 경험도 있어, 영어에 자신감도 있다. 기회가 되면 외국에서 활동하겠다는 꿈도 생겼다.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중의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에 대한 갈증을 제가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문가영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문가영은 공상을 즐긴다. 그녀는 무인도에 가면 영화와 음악 그리고 책을 챙기리라 상상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단테의 <신곡>과 뮤즈와 스타세일러의 곡들이다. 2005년 팝 음악을 즐겨 듣는 그녀는 첫 후배를 만나는 일이 기대되는 15학번이기도 하다. 그녀는 촬영 현장보다 학교에서 더 소속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열 살 때부터 연기 활동을 한 그녀는 언제나 스케줄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신입생 때만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촬영 중 잠시 짬을 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장기자랑을 했고, 축제 때는 학과 주점에서 잡일도 거들었다. 공강 시간에는 캠퍼스 잔디밭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로망’도 이뤘다. 그녀가 현장보다 학교에서 더 큰 즐거움을 찾은 이유는 그녀의 고민에 공감하는 또래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역 배우 시절에는 미성년자라서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꿈꾸던 스무 살 성인 연기자가 되어 역할의 폭이 넓어지자 조심스러워졌다. 대중에게 보이고 싶은 것은 많지만, 무엇부터 보여야 할지 고민되어서다.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꿈꿨던 액션 연기는 항상 하고 싶고요.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원톱으로 나오는 액션 영화를 찍는 게 목표예요.”
신세휘
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신세휘는 16학번이다. 그녀는 곧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된다. 연기는 하고 있으니 대학에서는 다른 것을 준비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아버지가 사진 일을 하고, 포토그래퍼들의 개인 작업에도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사진예술학과를 선택했다. 그녀는 대학에서 같은 꿈을 꾸고,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리라 기대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교수님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대학의 매력이라 강조했다.
사진이 그녀의 선택이었다면, 연기는 우연한 계기였다. 친구 따라 연기학원에 갔고, 학원에서 추천받아 연기를 배웠다. 또 다른 우연으로 방송에도 출연했다. 덕분에 소속사에 들어갔다. 상상치도 못한 일이 빠르게 벌어졌다. 스스로도 왜 주목받는지 모른다. 예쁜 사람은 많고, 큰 작품에 출연한 것도 아니다. 방송에 잠깐 나갔을 뿐인데 ‘실검’ 1위를 했다. 그녀는 혹시 콧등에 있는 작은 점이 주목받는 기운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연기는 아직 그녀에게 낯선 분야다. 예술은 통합되어 있다고 믿는 그녀는 사진과 그림, 노래, 춤이 연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른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가며 연기도 하는 만능인이 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연기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의 특출한 매력을 알아봐주는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혜미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나혜미는 진한 배우를 꿈꾼다. 그녀는 사람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대학생활을 돌이키면 가장 즐거운 기억은 1, 2학년에 머무른다. 무대 작업을 많이 하던 시절이다. 새벽까지 학교에 남는 경우가 잦았고, 동기들과 망치질과 페인트칠을 하던 순간들을 즐거운 기억으로 꼽았다. 그녀는 망치질의 요령으로 스냅과 박자를 강조했다. 동아리 활동이 제한된 학과였기에 주로 학회 연습과 작업에 몰두했다.
시험은 발표 형식이라 거의 연습실에서 살며 준비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취업을 앞둔 동기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있다. 조급해하지 말자. 그녀가 반복하는 말이다. 마음 졸이며 들어온 대학이었다. 대학에 가면 끝날 줄 알았지만, 대학은 과정의 일부였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다. 원하는 학교에서 방송 연기와는 다른 연극 연기만의 매력을 느꼈다. 무대 세팅과 소품 준비 등 연기 외의 것들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대해 배웠다.
그녀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어 했다. 이제는 조금 사랑에 대해 알 것 같다며 말이다. 그녀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저 보기보다 사납지 않아요. 새침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둔하고 순진한 모습이 반전 매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송재인
건국대학교 영화과
송재인은 문제점을 찾는다. 촬영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연기를 배우고, 학교에서 연기 수업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한다. 그녀는 연기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 말했다. 그녀가 대학 생활을 자신했던 것은 아니다. 술을 못 마셔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즐거웠던 시간으로는 동기들과 함께 보낸 1학년 시절을 꼽았다. 이제는 다들 군대 가고 학교에 많이 없어서 외롭기도 하지만 후배들과 어울리는 즐거움도 있다고 한다.
지금 그녀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찾고 있다. 리즈 위더스푼이나 드루 배리모어처럼 대표작이 연상되는 배우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녀에게선 또래 배우들에게는 없는 독특함이 느껴진다.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나긋한 목소리로 낭랑하게 웃고, 조곤조곤 말한다. 예고 출신인 그녀에게 연기는 일찍 결정한 진로였다. 연기는 그녀를 즐겁게 만든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물론 후회할 때도 있다. 벽에 부딪칠 때,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아 발전이 더딜 때면 고민하기도 한다. 무슨 역할을 꿈꿀까? “의사 해보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의사 가운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직업이잖아요.”
김보배
국민대학교 무용과
김보배는 발레를 전공했다. 어느 순간 기계적으로 발레를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짜인 스케줄에 맞춰 연습하고, 생활하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 그때 발레를 위해 연기 레슨을 권유받았다. 말을 안 하는 무용과 달리, 생각과 감정을 입으로 말하는 연기가 즐거웠다. 점차 레슨에 재미를 붙였고, 진지하게 배워보기로 결정했다. 연기를 배운 이후로 살아 있는 기분을 느꼈다. 친구들과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습하는 재미도 찾았다.
학교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했다. 쑥스럽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연기를 전공한 친구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 했고, 무용도 놓칠 수 없었다. 두 가지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막연히 큰 배우가 되는 것이 처음 목표였지만, 이제는 대중이 자신의 연기를 어색해하지 않는 수준이 되는 것, 흠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대학 생활을 언급할 때 그녀는 웃었다.
잔디에 앉아 짜장면을 시켜 먹고, 학교 앞 일명 지하 세계라 부르는 거리에서 술도 마셨다. 오리엔테이션, 엠티 등 학과 행사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봄에는 야외 수업도 하고, 산에 올라 막걸리도 마셨다. 듣기만 해도 즐거워진다. 그녀에게 무엇을 기대하면 될까? “인물을 잘 흡수하는 것 같아요. 무용에서 여러 배역을 해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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