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by Kwon Youngho Editor Sung Bumsoo
HAIR&MAKE-UP W퓨리피 STYLIST 서은영
인터뷰 전 머리카락을 잘랐다.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김아중과의 만남을 깔끔하게 이끌어보려는 의도였다. 공격적인 커팅이 에디터의 외모를 조폭 영화에서나 본 듯한 험악한 스타일로 변모시켰다. 타고난 인상과 미묘한 조화를 이루며 얼굴은 한층 더 험악해 보였다. 편안한 인터뷰를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자를 써볼까도 했지만, 화엄사 동자승 같아 보였다. 이것도 저것도 맘 불편한 가운데 인터뷰 날은 결국 찾아왔다. 에디터와의 만남에 경직된 것처럼 보였던 그녀는 다섯 번째 질문부터 여유를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했던 김아중의 모습 그대로 복귀한 거다. 통속적인 질문이 아닌 지나친 질문에도 웃으며 시원하게 답해줄 학교 후배처럼 차분히 말하고 있었다.
양해를 구하겠다. 내 외모에 겁먹지 말고 편하게 답했으면 좋겠다. 그럼 질문을 시작하겠다. 오늘 촬영을 두 개나 했다. 피곤하진 않나?
아니다. 그렇진 않다.
매일 줄넘기 2천 개를 했다고 들었다.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들었는데 체력도 좋아졌겠다. 요즘도 줄넘기를 하나?
요즘은 스케줄 때문에 잘 못한다. 짬이 나면 줄넘기하고 차에 덤벨을 싣고 다니며 운동하려 한다.
남자들은 김아중 하면 ‘다리’를 가장 많이 얘기한다. 또 사적인 거 하나만 밝히자. 난 여자를 볼 때 다리부터 본다. 만나서 반갑다. 옛날엔 지금보다 뚱뚱했다고 들었다. 그때도 다리는 예뻤나?
하체 비만인 분들은 줄넘기를 해선 안 된다. 다리는 유전적 요인이 크다고 들었다. 우리 엄마 다리가 굉장히 얇으시다. 그 덕분인 것 같다.
외로움을 느낄 만한 위치가 된 것 같다. 외롭나?
나의 위치를 잘 모르겠다. 내가 원래 사서 외로워 하는 편이다. 가을이 되면 혼자 힘들어 하고 그랬다. 요즘은 특별히 외롭다거나 하지는 않다. 원래 그래온 거라 잘 견디는 편이다.
시간은 별로 없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좀 나아지고 그렇지 않나?
약속을 먼저 잡지는 않는다. 선뜻 말을 못한다. 소심한 A형이라 그런 것 같다. 누구를 좋아하게 돼도 짝사랑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말겠지, 하고 그냥 넘기는 편이다.
내가 당신을 처음 본 건 어떤 미팅 프로그램에서였다. 그리고 <해신>에서 눈여겨보았다. 그때는 그냥 고만고만한 여자 연예인이라며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를 보고 김아중이 ‘배우’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주연급 배우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사람들은 베드신과 몸매를 얘기하지만 난 당신의 연기가 좋다. 평소에 연습 좀 하나?
<광식이 동생 광태>는 <해신> 드라마 촬영 중간에 찍은 영화다. 작품이 끝난 후의 발전된 모습이 아니라 잠도 못 자고 피곤한 몸으로 동시에 촬영한 거였다. 내 생각엔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내가 아닌 다른 연기자가 했어도 주목을 받았을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이 당신을 두 번째 보는 거다. 압구정에서 선글라스 낀 당신을 본 적이 있다. 그땐 솔직히 누군지 몰랐다. 같이 있던 친구가 말해줘서 겨우 알았다. 실물이 훨씬 좋다.
실물이 더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는 하는데 칭찬 같진 않다.
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들으면, “도대체 모니터에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그렇다.
시구 잘했다.
잘 던지게 생기지 않았나?
작년 한국 시리즈 때 시구하기로 했는데 못했다.
맞다. 5차전에 던지기로 했는데 그전에 경기가 끝났다.
1년 동안 연습한 거 아닌가?
그건 아니다.
뚱뚱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의 이상형에 ‘뚱뚱하다’는 말은 제외돼 있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발을 걸치고 있나?
뚱뚱하고 안 뚱뚱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난 외모를 따지지 않는다. 진짜 심각하게 2세가 걱정될 정도만 아니면 상관없다. 오히려 목소리를 듣는다. 중저음의 목소리 같은 걸 말하는 건 아니고 그 사람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좋다. 그리고 말투가 단정한 사람에게 끌린다.
<미녀는 괴로워>의 뚱뚱한 분장을 하고 신사동을 거닐었다고 들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외모에서 생기는 ‘차별’이라는 걸 제대로 배웠을 것 같다.
물론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뚱뚱해진 사람도 있지만 체질인 경우가 많다. 타고난 것 때문에 멸시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 같은 연예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 그들을 위해 인권운동 같은 걸 할 생각은 없나?
장애아동을 후원한 적은 있지만, 현재 살찐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이번 영화는 성형이 소재다. 영화가 잘되면 보너스도 받고, 그러니까 사회운동을 해볼까도 생각해보았다. 성형은 보험이 안 된다. 미용을 위해서가 아닌 치료를 목적으로 성형 수술을 받으려는 분들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와인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동호회 활동을 했다던데, 크리스마스에 마실 만한 와인 하나만 추천해달라.
크리스마스 때 항상 나오는 보졸레누보는 마셔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을 마시면 침착해지고 처지는 느낌이 있다. 물론 그런 것도 맛있지만 크리스마스 땐 기분을 ‘업’시킬 수 있는 와인이 적당할 것 같다. 보졸레누보처럼 라이트한 와인이나 샴페인처럼 스파클링이 들어간 걸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혹 만화 <신의 물방울>이 영화로 만들어져 출연 섭외가 들어온다면 의향이 있나?
꼭 하고 싶다. 와인을 막연히 좋아한다. 원래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얼굴 빨개져 남들이 말려도 와인은 계속 마신다.
김아중을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가슴, 다리, S라인 등 모두 몸매에 관련된 내용이다. 아쉽거나 서운한 면은 없나? 혹 당신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라는 감정은 없느냐는 말이다. 당신 몸매를 보고 코피를 흘릴 정도라며 인터넷에 글을 올린 여자도 있었을 정도니까.
항상 그런 수식어가 붙는다. 나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렇지만, 내가 연기자의 모습으로 신뢰를 얻으면서 벗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카피는 저하고 멀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건 억지스럽다.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연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지 않겠나.
분장한 채 36시간 동안 그렇게 있었다고 들었다. 화장실은 어떻게 했나? 중세 귀족 부인처럼 하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겠다. 뭐,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부끄럽다면 말이다. 아니다. 그냥 답하지 마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아니다. 답하겠다. 영화팀에 소속된 스타일리스트 두 분과 함께 갔다. 한번 가면 30분씩 걸렸다. 그래서 물도 자제하고 음식도 조절했다.
CSI와 X파일 쪽 분장을 했던 사람들이 영화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과 기술은 우리나라와 얼마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분장 기술도 그들 못지않다. 시체를 만드는 작업은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하니까. 이번 영화처럼 얼굴 미용에 관한 부분은 발전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실력이나 능력은 한국과 비등하나 이번에 작업해주신 분들은 시간과 열의를 좀 더 투자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 해주는 편이고, 그들은 연기자의 입장에서 일을 진행한다. 피부가 상할세라 여드름 하나하나까지도 신경 써줬다. 영화 제작부와 확실하게 선을 긋고 완벽한 분장을 위한 시간을 담보받고 일을 진행했다고 한다.
놀라게 해주겠다.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내 몸은 진짜 내 몸이 아니다. 분장한 거다. 나 원래 되게 마른 사람이다. 그냥 당신이 했던 거 체험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했다. 뭐, 농담이다.
(그녀 좀 많이 웃었다).
얼마 전 화장품 광고에서 중독이라는 주제로 촬영을 했다. 중독돼본 적이 있나? 난 한때 ‘짜파게티’에 중독된 적도 있다. 커피도 약간 중독이고, 통닭과 맥주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중이다.
나도 커피 중독이다. 촬영할 땐 와인 중독이었다. 짧은 시간에 빨리 자야 하니까. 와인을 데워 마시고 그랬다. 촬영이 끝나면 청주 데워 마시듯 했다.
지금까지 많은 인터뷰를 했을 거다. 인터뷰하면서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오늘 내가 질문한 것 중 왜 이런 걸 물어볼까? 뻔한 답이 나올 텐데, 하는 거 있었으면 말해달라. 내일모레 김사랑 씨 인터뷰가 있는데 참고 좀 하려고 한다.
아, 김사랑 씨. 그분도 S라인이잖나?
맞다. 난 S라인 담당 에디터다.
특별히 그런 질문은 없었다. 모든 질문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고맙다. 그럼 물어봤으면 싶은 것은 없나?
특수 분장을 했을 때의 연기 노하우는 어떤가?
그래, 그럼 묻겠다. 특수 분장을 했을 때의 연기법은 무엇인가?
분장을 하면 울고 있어도 내가 울고 있는지 모른다. 한동안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는 모니터를 보고 내 뜻대로 연기가 되지 않아 딜레마에 빠졌었다. 자신이 모니터에 나오는 게 익숙해지면 어떤 각이 더 예쁘게 나오고 아닌지를 알게 된다. 특수 분장을 하니 내 모습을 잊게 됐다. 어느 각이 예쁘든 어떤 표정이 효과적이든 그냥 원초적으로 하게 되더라. 대신 두 배의 힘으로 웃고, 찡그려야 했다. 그리고 예쁘게 보이려는 의도를 버렸다. 내 얼굴이 예쁘게 나오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약속 하나만 하자. 몇 년 뒤에 당신이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그때 인터뷰 한 번 더 하자. 보험 들어놓고 싶다. 약속해라. 당신이 변해가는 과정을 계속 쫓아가겠다.
약속한다. 혹시 잘 안 돼도 인터뷰해줄 건가.
어려운 일 아니다. 당신도 약속해줬는데 나도 약속한다. ‘아쉽게 사라져간 배우들’ 뭐, 이런 주제로 칼럼을 진행하면 되니까. 힘써보겠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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