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 시계박람회에 의미가 있다면, 그건 시계 시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계 브랜드들은 이날을 위해 갈고 닦은 기술과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들을 전시한다. 2009년을 관통하고 있는 특징은 불황으로 인한 복잡다단한 상황이다. 시계 브랜드들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비슷한 모습으로 부스를 채웠다. 과거의 복원을 뜻하는 레플리카, 화려한 주얼리 워치, 다이얼이 커다란 시계는 변함없이 유효하다. 만약 몇 해 전부터 보여주고 있는 이것조차 트렌드라 부르고 싶다면, 그냥 인정해주겠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에디터가 바라본 2009년 새로운 트렌드는 2가지 정도다. 하나는 자체 제작 무브먼트. 둘째는 불황으로 인한 희비 교차에 있겠다.
쿼츠 시대 정도는 아니겠지만, 시장 재편의 조짐이 느껴졌다. 스와치 그룹, 리치몬트 그룹, LVMH 그룹에서 사세를 확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독립적인 브랜드로 자존감을 지키며 독자적으로 승부수를 띄웠던 브랜드들 중 몇몇은 고사 직전에 놓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박람회를 마지막으로 도산할지도 모르는 유력한 브랜드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거대 기업을 뒷배로 가진 브랜드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포기치 않을 거다. ck 워치는 캘빈 클라인 컬렉션에 걸맞은 브랜드 최고가 시계를 완성해냈고, 티파니&코도 스와치 그룹과 손잡고 시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티파니&코의 입성이 보석과 시계의 시너지 효과를 통한 시장 확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시계 개발을 할 재정적 여력이 없어서 브랜드 네임만을 스와치 그룹에 일정 기간 양보한 건지는 확실치 않다. 한 가지 확언컨대 미국 브랜드인 티파니&코는 미국 경제의 흔들림으로 인해 섣불리 시계 개발에 뛰어들 여력은 없을 거란 추측이다. 시장은 재편될 거란 예상이고, 내년 바젤 시계박람회가 기대되는 건, 재편된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크로노스위스가 부스를 1층에서 2층으로 옮긴 이유는 무얼까. 그냥 그게 궁금했다. 크로노스위스가 2층으로 부스를 옮기는 것과 동시에 자체 제작 무브먼트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림이 그려지긴 하는데 어떤 내부 증언도 없었기에 나만의 추측을 말할 순 없겠다. 브라이틀링도 자체 제작 무브먼트를 선보이며, 시계 제작자의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ETA가 무브먼트 공급을 중단할 거란 소문이 몇 년 전, 시계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뜬소문으로 판명 났다. 자라 보고 놀란 시계 브랜드들은 자체 제작에 시동을 걸었고 올해 몇몇 브랜드들이 결실을 맺었다. 로만손도 콘셉트 무브먼트를 완성해 부스에 전시해놓았을 정도. 물론 내부적으로 아직은 시작 단계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최초의 자사 무브먼트라는 것, 나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무브먼트를 자체 조달하는 것으로 과거와 같은 수익을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뉴팩처러라는 상징적인 이름을 갖게 되는 것과 함께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은 물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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