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왜?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특이하게 생겼죠. 운이 좋아서 신인치고 알려졌을 뿐이에요. 솔직히 회사 덕이 커요. 그리고 저는 연극을 매우 좋아해요. 그렇게 안 보이죠? 하하. 똑같은 연극을 여러 번 본 적도 많아요. <러브레터>라는 2인극을 좋아해요. 5.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푸르른 날에>라는 연극은 다섯 번 봤어요. 한 작품에 꽂히면 계속 봐요. 방송에서 여배우는 예쁘게 나오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반드시 예뻐 보일 필요는 없어요. 그래서 더 연극에 대한 갈망이 큰 것 같아요. 아직 데뷔 3년 차의 속 빈 강정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서른다섯에는 연극 무대에 오르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그게 연기를 하는 이유예요. 지금은요.
중고 신인
독창적인 얼굴이죠. 하하. 못생긴 것도 아니고, 예쁜 것도 아니에요. 〈한밤의 TV연예〉에서 권혁수 씨랑 콩트를 했는데, “아, 뭔가 애매하게 예쁘게 생겼어”란 대사가 공감됐어요. 제 얼굴이 그런 것 같아요. 남성들이 좋게 봐주신 건 운이 좋아서죠. ‘꼬부기’ 상이란 게 왜 뜬 건지 모르겠지만, 저처럼 동그랗고 입 크고, 잘 웃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제 얼굴이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배역에 한계가 있거든요. 데뷔 3년밖에 안 됐지만, 저는 스트레스 받고 있어요. 마스크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을 순 없거든요. 동양적인 얼굴이 부럽기도 하고, 예쁜데 연기 잘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중고 신인인 제가 개척해야 할 건 너무 많은데, 아직 멀었죠. 하하.
서울에서
학원비를 벌기 위해 모델을 했어요. 부산에서 미술 공부를 10년 넘게 하고, 미대 입시를 위해 서울에 올라왔거든요. 그때가 스무 살이에요. 일찍 독립한 편이죠.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고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오전에는 편의점, 저녁에는 고깃집에서 일했죠. 많을 때는 한 달에 다섯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렇게 돈을 모아서 학원을 등록하고 학원 다닐 때는 시간이 없어서 주말 아르바이트만 했어요. 생활을 영위하려면 어쩔 수 없었죠. 그렇게 20대 초반을 불태우면서 저는 곧 죽어도 그림을 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제가 원한 것과 달랐어요. 전 제가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동화 작가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비현실적으로 적었어요. 물론 슬펐죠. 낯선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고, 열심히 준비하면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가 계속 고민했어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서른이 넘어도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을 갔어요.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 너무 많잖아요. 한 번 사는 인생이니 여행, 그림, 사진, 연기 등 어렵지만 재미있는 것들에 부딪혀보려고요. 그러면서 발전하고 싶어요.
취미
항상 외로워요. 이렇게 화보를 찍어도 집에 가 누우면 외로울 거예요. 불 끄고 눈을 감아도 외로워요. 외로움은 고질적이에요. 외로운 정서를 타고났으니 극복 못하겠지만 오히려 열심히 사는 데 원동력이 돼요. 삶은 마냥 행복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정서가 연기에 영향을 주고, 사진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다는 말처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제가 느낀 정서들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겨요. 제 눈에 비친 사람들의 움직임, 햇살, 색감 같은 것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찍기 위해 노력해요. 그게 제 취미예요.
진지할까?
아니에요! 당연히 친구들과는 재미있게 놀죠. 저 엄청 웃긴 편이에요. 유행하는 ‘짤방’도 따라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털털하고 재미있는 역할을 맡아요. 평소에 각 잡고 있는 사람은 절대 아니고, 단지 공식적인 SNS에 의견을 표명할 때 담백하게 쓸 뿐이에요. ‘했어염~’ 이렇게 쓸 순 없잖아요. 담백하게 쓰려는 것뿐인데, 너무 진지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 진지한 게 나쁜 건 아니고요. 저 정말 ‘바른 생활 사나이’ 이런 느낌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굉장히 신나 있는 사람이에요. 유쾌하게 말하고, 편할 때는 사투리 쓰는 사람이에요.
두려움
연기를 시작했을 때의 두려움은 말로는 설명하기 부족해요. 정말 괴로웠어요. 제가 연기를 전혀 모르니 3년 정도 학원을 다니며 연습하고, 적절한 시기에 자그마하게 데뷔할 계획이었어요. 근데 회사에 속해 있으니 학원만 다닐 수 없더라고요. 오디션도 봐야 했죠. 계속 떨어지다가 갑자기 붙은 게 <몬스터>예요. 노래나 기타 연주는 물론이고, 연기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려니 무척 힘들었어요. 그 후에 김병욱 감독님이 〈감자별 2013QR3〉에 캐스팅해주셨어요. 역할은 제 성격과 흡사했어요. 평소의 저처럼 연기하도록 배려해주신 거죠. 그 이후에 <전설의 마녀>에서 고난을 겪었어요. 원형 탈모가 생길 정도였죠. 쟁쟁하신 선배님들 사이에서 연기하는 제 자신이 너무 초라했어요. 또 제가 하는 게 맞는 줄도 모르겠고요. 지금 하는 <콩트 앤 더 시티>는 예능으로 분류돼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해요. 유쾌한 작품을 하면서 생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려고 해요. 또 제 얼굴에 한계가 있으니까. 로맨틱 코미디나 밝은 작품 쪽으로 시도해보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2016년
올해는 작품 복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면에서든 지금보다 발전해야겠죠. 그리고 꾸준히 일하면서 천천히 깨달아가고, 조용히 강물처럼 롱런하고 싶어요. 큰 역을 맡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조금씩 덜 부끄럽고 싶어요. 마음먹은 대로 연기할 수 있다면 좋을 거예요. 단지 저는 일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현실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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