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한국적인 독특한 소재로 승부하되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있다. 바로 당신도 잘 아는 작가, 이상이다. 안다. 최신 ‘칙릿’ 장르 소설도 아닌, 일제시대에 쓰인 케케묵은 낡은 소설이 과연 외국에서 통할까,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것 말이다. 하지만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내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해외에서 통할 만한 한국 작가 1순위는 이상이다. 사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한국적인 독특한 소재로 승부하되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채만식의 <태평천하> 같은 작품은 상황이나 문체가 너무나도 한국적이라 외국어로 옮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날개>를 비롯한 이상의 소설들을 보면 근대성에 대한 고민, 식민지 지식인이라는 독특한 위상 등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한 가족의 에피소드를 그렸지만 강력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카프카의 <변신>처럼. 박정훈(전문 번역가)
뜬금없어 보이지만 ‘그림책 작가’ 한 명을 추천하고자 한다. 월북 작가 이태준의 <엄마 마중> 삽화를 그려 베스트셀러로 올려놓은 김동성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은 그림책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데이비드 위즈너와 같은 유명 그림책 작가들이 국경을 뛰어넘는 강력한 공감대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그림책의 중요성을 간파한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서양화 쪽에 가까웠다. 반면 김동성은 먹선을 살린, 한국적이면서도 토속적인 작업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동성 그림의 특징은 한없이 부드럽게 퍼져 나가는 먹선, 짓궂으면서도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의 표정,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가슴이 더워지는 지난 시절의 따뜻한 풍경을 잡아내는 정서에 있다. 최근 영문판 한국 동화집 작업을 도맡아 하게 된 것도 그런 까닭일 거다.
김은주(이후 출판사 편집차장)
한국 소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작가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한글을 제대로 번역할 역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곤 하는데 말 그대로 핑계일 뿐이다. 생각해보라. 어릴 때 우리가 읽었던 톨스토이 작품, 마르케스 소설은 어디 제대로 된 번역본이었나? 무조건 문을 두드리고 보는 적극성이 중요하다. 외국에 어필할 만한 한국 최고의 문인은 역시 황석영 선배다.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세계 시장을 정확히 읽고, 보편성 있는 주제를 고민하는 거의 유일한 소설가다. 기독교와 공산주의가 충돌하는 내용을 담은 <손님>은 냉전 시대를 겪은 전 세계인들이 열광할 만한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김영하(소설가)
한국번역문학원은 최근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중국어로, 최윤의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영어로,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를 독일어로 펴냈다. <새의 선물>은 세계인의 공통 주제인 ‘성장’을 모티브로 삼았기에 외국에서도 크게 어필할 거라고 판단했다. 은희경 작가는 전작 <마이너리그>도 높은 인기를 얻어 2쇄 출판에 들어간 상태다. 최윤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빼어난 문학적 성과다. <퍼블리셔 위클리> 등 유력 전문지들이 극찬을 퍼부은 만큼 지식인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누릴 거라 자신한다. 이문열은 누가 뭐래도 한국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특유의 해학과 현란한 문체, 광범위한 지식으로 유럽에서 저변을 가장 넓힐 수 있는 작가로 자리매김할 거라 본다.
윤부한(한국번역문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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