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결성이 2007년이었다. 첫 무대 기억나나?
태현 홍대 앞 작은 라이브 클럽이었는데….
가람 결성 후 3개월 지나고 나서였나?
태현 커버곡도 있었고 우리 곡도 있었고.
공연을 굉장히 빨리 시작했네?
태현 우리는 ‘공부하자’는 느낌으로 밴드를 시작했다. 하다 보니 공연도 해보면 좋겠다, 해서 홍대로 왔지.
가람 나와 재흥이는 각자 밴드를 하고 있던 상태라 아는 클럽 사장님한테 공연 한 번 해달라고 부탁해서 시작하게 됐다.
시작은 평일 밴드였겠지?
재흥 그렇지. 아마 목요일에 했을 거다, 첫 공연을.
관객은 지인들 몇몇?
태현 지인조차 없었지.
가람 외국인들이 좀 있었다.
태현 그때 클럽 신 자체가 활발하지 않을 때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썰렁했다.
밴드 신에 활기가 돌았을 때 대부분 밴드가 에 나가는 분위기였다. 그때 딕펑스만 <슈퍼스타K>(2012)에 나간 건 지금까지도 ‘신의 한 수’라 불린다.
태현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
<슈퍼스타K> 이후 3년이 지났다. 딕펑스의 커리어는 <슈퍼스타K> 이전과 이후로 나뉠까?
태현 그렇다. 큰 변환점이다.
<슈퍼스타K>로 유명해지기 전 데뷔 앨범 준비할 때가 더 힘들었나, 아니면 <슈퍼스타K>로 인지도가 월등하게 높아진 상태에서 이번 싱글 앨범을 준비하는 게 더 힘들었나?
가람 이번 앨범! 진~짜.
태현 이번이 훨~씬 힘들었다.
재흥 응, 훨~씬.
태현 그전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됐거든. 신경 쓸 사람도 없고. 그땐 쉽게 쉽게 곡을 만들어냈다면, 지금은 생각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아진 상태다. 주변 환경도 그렇고. 우리를 위해 일해주는 스태프들도 많아져 책임감도 더 커졌고.
재흥 그리고 전과 다르게 가족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전엔 가족들이 아예 신경을 안 썼는데?
태현 아예 신경을 안 썼지.
재흥 아예 그만하라고 했지.
최근 발표한 싱글 <요즘젊은것들>과 <한강에서 놀아요>를 들어보면 확실히 고민이 많았던 게 보인다.
가람 그럼, 고민 엄청 많이 했다.
7월에만 2개의 싱글을 연이어 발표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을 취할 생각인가?
현우 다음엔 EP든 정규든 앨범의 형태가 아닐까 싶다.
재흥 우리가 공백기가 너무 길었던 터라 호흡을 빨리 끌고 싶어서 이번에 싱글을 낸 거다.
가람 우리가 생각했던 일정보다 훨씬 늦게 앨범이 나왔다. 준비하다 보니 욕심도, 고민도 점점 많아졌고.
오랜만에 하는 활동인데, 예상했던 반응인가?
태현 우리에게 <요즘젊은것들>이라는 싱글 자체가 어떻게 보면 큰 모험이었거든. 원래부터 우리를 잘 알던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스타일 자체가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 그런데 우리 내부적으로 볼 땐 그렇게 많이 바뀌진 않았다고 생각하거든. 사운드의 변화나 랩 피처링이 들어간 것 때문에 많이 달라진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데, 사실 밴드 연주 자체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우리가 원래 하던 거에 다른 사운드가 추가된 것뿐이지. 우리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반응이 극으로 갈리다 보니….
밴드는 계속해서 합주를 해왔을 테니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큰 질감의 변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들어가는 것 자체만으로 질감이 크게 달라지니까.
재흥 작업하면서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어떤 게 대중에게 더 좋을까? 이런 생각들. 지금 와서 보면 그때 생각이 과했구나, 싶다. 이 싱글이 전환점이 되어 예전처럼 우리 스타일대로 작업하는 게 최고구나, 싶기도 하고. 태현 그러니까… 이제 진짜 속 편하게 하려고.
눈치를 좀 봤다고 해야 할까?
태현 사실 안 볼 순 없다. 우리가 음원 순위 자체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그동안 우리가 공연 위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이번엔 차트를 좀 의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뮤지션에게는 무엇보다 노래가 알려지는 게 무척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욕심을 낸 건데, 그게 또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한국은 ‘밴드는 대중음악이 아니다’라는 선이 뚜렷한 곳이기 때문에 그럴 거다. 사운드가 조금만 세련되면 ‘팝’으로 갔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세고. ‘팝’도 밴드 음악일 수 있는데.
재흥 그냥 이제, 이러나저러나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최고라는 걸 깨달았다. 생각을 좀 떨쳐내고 예전처럼 우리 식대로 해야겠다고.
큰 성공을 겪은 밴드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도기 같은 거다.
태현 맞다. 그런 느낌이다.
현우 우리가 크게 성공하진 않았는데, 그런 느낌이 뭔지는 좀 알겠더라. 그런 분들 심정이 이해는 가는데, 크게 성공 한 번 해보고 그런 걸 겪고 싶다.
딕펑스가 성공한 밴드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현우 <슈퍼스타K>에 나갔던 해가 우리 밴드 커리어의 정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다. 그건 어디까지나 ‘스타트’였다.
공백기에 라디오나 예능에서 간간이 만날 수 있었다. 밴드가 음악으로 공중파 방송에 나갈 수 있는 기회에 한계가 있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짐작했다.
태현 우리도 처음 밴드를 시작할 땐 예능에 거부감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밴드가 음악만으로 방송에 나가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인 거고. 그리고 일단, 우리가 재밌어야 한다.
오래 음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일 텐데 딕펑스는 그럴 일은 없겠다.
가람 그런 생각 때문에 <슈퍼스타K>에 나간 거였지.
태현 5년 정도 홍대 신에서 활동하니 어느 순간부터 팬들도 늘고 커뮤니티도 활성화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후에는 그 상태로만 유지되는 것 같았다. 클럽 공연을 해도 관객이 어느 정도 늘어나면 더 이상 늘질 않는다. 관객이 더 늘어나려면 홍대 신 밖에서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어야 하는데 더 널리 알릴 방법이 없더라.
앨범 활동이 뜸했던 기간 동안 내부적으로 정비해야 할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초조하진 않던가?
재흥 물론 초조했지.
현우 우리한텐 너무 좋은 때였고 귀중한 시간이었으니까.
가람 그랬는데 그 상태로 계속 가다가는 완전 망할 게 보였다.
그래도 현명하게 잘 헤쳐 나와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태현 우리 나름대로 그 시간을 손해 봤다, 아까운 시간 날려버렸다, 생각하진 않는다.
현우 어떻게 보면 우리가 굉장히 성숙한 시기인 것 같다. 생각도 많이 달라졌고. 그래서 지금 굉장히 열심히 하려고 빠듯하게 준비 중이다.
멤버 교체 없이 밴드로 이렇게 쭉 가는 것도 대단한 거다.
재흥 그렇지, 진짜 어렵다.
딕펑스가 참 포지셔닝이 애매~하다. 인디 신에 완벽히 녹아든 밴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돌 그룹이 경쟁 상대도 아니고.
현우 맞다. 그래서 우리가 아예 하나 만들려고, 그 중간에 있는, 애매~~한 신을. 하하.
태현 그래, 그냥 어정쩡한 채로, 우리 스타일대로 갈 거다. 하하.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