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엄브렐라 | 장우산
습하고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한 영국은 갑작스러운 비가 잦은 나라다. 때문에 현대적인 우산의 형태가 영국 브랜드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1백40년 동안 우천 속 영국 남자들의 스타일과 기품을 지켜준 폭스 엄브렐라가 그 브랜드다. 우산 모두 정밀한 수작업으로 만드는데 영국 왕실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폭스 엄브렐라의 우산은 펼쳤을 때보다 접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우산을 날씬하게 접으면 부드럽게 폴리싱된 나무 손잡이와 길쭉한 본체의 조화가 흡사 과거 신사들의 우아한 지팡이를 연상시킨다. 영화 <킹스맨> 속 우산처럼 날아오는 총알을 막지는 못하지만 쏟아지는 비에 망가지기 쉬운 스타일을 가뿐하게 지켜준다. 17만원 유니페어 판매.
알렉산더 왕 | 이어폰 케이스
알렉산더 왕은 젊고 욕심이 많다. 거대 패션 하우스 발렌시아가와 본인의 레이블 알렉산더 왕, 티 바이 알렉산더 왕의 컬렉션을 지휘하는 그는 의류 이외의 아이템들을 다루는 오브제 컬렉션을 매 시즌 선보인다. 위스키 스톤, 복싱 글러브, 줄넘기 등 다소 엉뚱한 제품들도 있지만 사진 속 이어폰 케이스처럼 활용도 높은 아이템들도 다수 출시한다. 부드러운 소가죽 소재와 날렵한 실버 디테일을 보면 그저 이어폰 케이스라고 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다. 꺼낼 때마다 제멋대로 엉켜 있어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이어폰을 이처럼 감각적인 케이스로 정리해보라. 이어폰을 꺼내 드는 일상적인 모습조차 남달라 보일 테다. 9만원.
프레데릭 말 | 퍼스널 퍼퓸 셀렉션 케이스
이 매끈한 물건은 무엇인고 하니 바로 프레데릭 말에서 출시한 한정판 퍼스널 퍼퓸 셀렉션의 향수 케이스다. 퍼스널 퍼퓸 셀렉션은 복잡한 니치 향수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향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프레데릭 말이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다. 21가지 프레데릭 말의 상징적인 향 가운데 전문적이고 개인적인 컨설팅을 거쳐 고객에게 어울리는 3가지 향을 선별한다. 그리고 10mL 용기에 담아 이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케이스에 포장해준다. 케이스는 점잖은 검은색과 강렬한 붉은색 2가지로 판매되며 크기가 작아 여행용 소지품으로도 적격이다. 6만원.
바우하우스의 전통을 잇는 디자이너 막스빌의 정교함과 간결함을 엿볼 수 있다.
88만원 융한스 by 갤러리어클락 제품.
요고 컴퍼니 | 코냑 플라스크
도수가 40~43도를 예사롭게 웃도는 코냑과 거친 바이커들의 조합은 당연한 듯 어울린다. 물론 라이딩 시 코냑을 홀짝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바이크를 사람하는 진정한 바이커들에게 요고(Yorgo) 컴퍼니의 바이크용 코냑 플라스크는 꽤 탐나는 액세서리다. 매끈한 스틸 소재의 몸통과 코냑의 짙은 빛깔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투명한 유리가 보기 좋게 조화를 이룬다. 보틀 홀더를 이용해 바이크의 길게 솟은 핸들에 고정할 수 있다. 국내 미출시.
파르팔라 | 트래블 키트
여행과 출장이 잦은가? 그렇다면 파르팔라의 트래블 키트를 추천한다. 파르팔라는 이탈리아 홈 슈즈를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다. 홈 슈즈 브랜드인 만큼 대부분 제품들이 편안한 착화감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트래블 키트 역시 장시간 비행의 고단함을 덜어줄 부드럽고 유연한 사슴 가죽으로 제작된 슬리퍼와 동일한 소재로 제작된 수면안대로 구성돼 있다. 32만9천원 유니페어 판매.
메종 마르지엘라 | 휴대용 재떨이
오를 대로 오른 담뱃값과 줄어드는 흡연 구역에 금연을 결심했겠지만, 알고 있다. 쉽지 않다는 걸. 카페도 심지어 술집에서도 흡연자가 설 자리는 거의 없다. 담배 연기는 어쩔 수 없더라도 담뱃재 정도는 매너 있게 수습해보자. 메종 마르지엘라가 재킷 주머니에 꽂아 쓸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휴대용 재떨이를 선보였다. 이전의 메종 마르지엘라 오브제들처럼 솔직히 실전에서 활용도를 보장하긴 어렵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기발하고 우아한 시도라니 탐이 날 수밖에. 가격미정.
S.T.듀퐁 | 라이터와 담배 케이스
사진 속 클래식한 황금색 라이터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청명한 클링 사운드를 한층 극대화한 아뜰리에 라인의 한정판이다. 엄지로 뚜껑을 여는 순간 실로폰의 높은 음과 흡사한 맑은 소리가 울린다. 중독성 있는 소리다. 이 라이터와 함께 고급스러운 질감과 단순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가죽 담배 케이스도 권하고 싶다. 알게 모르게 새어나와 주머니 속을 지저분하게 하는 담뱃잎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주머니 속 구깃구깃한 종이 담뱃갑을 꺼내 드는 것보다 훨씬 ‘있어’ 보인다. 라이터 1백99만원, 케이스 26만9천원.
브룩스 브라더스 | 네일 세트
열심히 쌓아온 이미지는 의외로 작은 부분에서 무너지기 쉽다. 예를 들면 셔츠 칼라와 소매의 땟자국이나 밑위길이가 짧은 바지 위로 슬쩍 보이는 해진 속옷 등 어느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당신의 손톱도 역시 방심해선 안 되는 작지만 큰 부분. 혹 보기 흉하게 길거나 출처 모를 때가 잔뜩 끼어 있지는 않은가? 브룩스 브라더스의 네일 세트는 손톱을 갈기 위한 파일, 조그만 손톱깎이, 집게, 가위 등 간략하게 손톱을 다듬기 좋은 알찬 구성이다. 담백한 형태의 가죽 케이스에 담겨 있어 민망하지 않게 휴대하면서 작은 기품을 지킬 수 있다. 16만5천원.
카웨코 | 포켓 펜
독일의 유서 깊은 필기구 브랜드 카웨코의 포켓 펜이다. 브랜드의 다양한 라인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클래식 스포츠 라인에 속하는 제품이다. 웬만한 크기의 주머니에도 쏙 들어갈 정도로 길이가 앙증맞다. 주머니에 살짝 꽂을 수 있는 탈착 가능한 클립도 동봉돼 있다. 값비싸고 묵직한 만년필이 부담스럽다면 가벼우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카웨코 포켓 펜을 눈여겨보라. 종이 위를 빙판처럼 스치듯 부드러운 필기감이 예술이다. 3만8천원 오쿠스 판매.
스티프 | 파이프
기존의 파이프들은 주로 목재, 금속, 석관 등으로 제작되었다. 소재가 한정적이다 보니 디자인 역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스티프 파이프는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파이프다. 덕분에 기존의 파이프와는 달리 질감이 매끈하고 색상 역시 더 밝고 선명하다. 담뱃잎을 넣는 대통 안쪽은 나무로 되어 있고 전체적인 형태는 기존 클래식한 파이프를 닮았다. 하지만 크기가 좀 더 작고 플라스틱 소재인 만큼 가볍다. 파이프의 대통과 설통의 산뜻한 컬러 블로킹은 스티프 파이프의 가장 큰 매력이다. 국내 미출시.
톰 포드 | 립밤
대한민국 남자들은 립밤을 잘 챙겨 바르지 않는다. 입술에 무언가를 바른다는 것 자체가 남자답지 못한 ‘짓’이라 생각하기 때문. 애초에 립밤 제품들은 주로 여성을 타깃으로 출시된다. 오로지 남자만을 위한 ‘남자다운’ 향과 패키지의 제대로 된 립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톰 포드 포 맨 하이드레이팅 립밤은 정말 남자를 위해 나왔다. 묵직한 색감의 매끄러운 튜브 형태부터 시중의 립밤들과는 달리 낯간지럽지 않아 좋다. 향 역시 달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거기다 아몬드 오일과 시어버터가 부르튼 입술을 진정시켜주고 보습까지 보장해준다. 남자로서 거부하기 힘든 아이템이다. 10ml 4만원.
톰 포드 | 머니 클립
머니 클립은 비록 작디작은 아이템이지만 브랜드마다 디자인이 천차만별이다. 톰 포드의 머니 클립은 소재부터 남다르다. 머니 클립 전체를 꽤 묵직한 18K 금으로 만들어 주머니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윗면에는 허리를 힘껏 꺾은 요염한 자태의 카우걸이 새겨져 있다. 여자와 황금 그리고 돈. 황홀한 조합이 아닌가? 6백20만원.
PHOTOGRAPHY: 조성재
GUEST EDITOR: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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