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비앙이 입은 기린 프린트의 반소매 셔츠· 브라운 팬츠·태슬 로퍼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 제품. 최희가 입은 스네이크 패턴의 플리츠 드레스 살바토레 페라가모, 골드 반지 모두 클럽 모나코, 귀고리 줄리앙 데이비드.
우리는 몇 번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랑이 그 순간 우리 각각을 둘러싸던 중요한 감정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사랑이 늘 우리의 생을 이끌어왔을 것이다. 성공한 사랑이든 실패한 사랑이든, 평생 갈구하거나 느끼거나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한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원의 이야기다. 의지와 상관없는, 심원에서 솟구치는 어떤 것이다.
어떤 남자가 좋아요?
최희 불쑥 다가와서 쉽게 가져가는 남자.
마음?
최희 네.
결국 얼굴을 보게 되잖아요.
최희 얼굴은… 중요하지 않아요.
뭐가 중요해요?
최희 느낌.
왜 남자친구가 없어요? 예쁜데.
최희 ‘철벽녀’예요.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는 걸. 그리고 늘 집에 있어요.
파비앙 같은 남자는 어때요?
최희 멋있죠.
진지하게 만나볼 생각은 없어요? 어울리는데.
최희 동생으로 먼저 다가왔으니까. 저, 파비앙 생일 파티 갔었어요. 여자들 많던데.
파비앙 여자가 많은 건 맞는데 그냥 여자인 친구예요.
예쁜 여자가 주변에 많으면 그들 중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지 않아요?
파비앙 아니요. 이성으로 보는 게 아니니까. 머릿속에 확실하게 정리돼 있어요. 친구라고.
최희 씨는 이 말이 이해가 돼요?
최희 바람둥이들이 하는 얘기예요.
좋아하면 연인이 될 수 있잖아.
파비앙 좋아하면 당연히 그렇겠죠? 좋아하게 되면.
좋아하는 감정이 안 생겨요? 예뻐도?
파비앙 성격 좋고 코드도 잘 맞고 예쁜 여자인 친구들이 주변에 꽤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사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게 없으니까.
최희 필링!
파비앙 필링보다는.
최희 한 방?
파비앙 저는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 느껴요. 뭔가 느껴져요. 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최희가 입은 레오퍼드 프린트의 미니 드레스는 CH 캐롤리나 헤레라, 실버 팔찌와 반지는 모두 H&M 제품.
공식적으로는 여자친구 없죠?
파비앙 네.
최희 비공식적으로는 있고?
파비앙 없는데 있어도 비공개. 걸리면 그냥 쿨하게 인정하는데.
최희 있어도 비공개다? 나도 공개 연애를 할 생각은 없어.
최희 씨는 공개를 안 해도 주변 사람들이 알 것 같은데요.
최희 맞아요. 난 드러나지. 많이 드러나요. 누굴 좋아하면 기분이 ‘업’돼요.
파비앙은 최희 어때요?
파비앙 프랑스 남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이에요.
최희 프랑스 남자들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파비앙 단정해 보이는 스타일. 아나운서나 승무원처럼. 굳이 비교하면 아주 예쁘고 화려한 스타일보다는.
최희 프랑스 가서 살아야겠네.
사랑과 거짓말은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어떤 거짓말이 있을까요?
최희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거짓말이야.
사랑해서 헤어질 수도 있지.
최희 더 사랑하면 못 헤어져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이터널 선샤인>이거든요. 케이트 윈슬릿이랑 짐 캐리가 서로 안 맞아서 기억을 지워버렸는데, 결국 다시 만나게 되잖아요. 헤어질 수 없는 거예요, 사랑하면.
징하게 사랑하는구나.
최희 저는 진짜 징하게 해요.
파비앙 나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처럼 못난 남자보다는 더 좋은 남자를 만나기를 바랄 수도 있는 거잖아.
파비앙 완전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최희 후회하길 바라지. 날 놓쳐서.
파비앙 나는 아직 완벽한 사랑을 원해요. 그래서 연애를 못해.
고개를 조금만 돌려봐요. 완벽한 여자가 옆에 있어요.
최희 하하. 난 완벽하지 않아.
또 다른 거짓말이 뭐가 있을까요?
최희 영원히 너만 사랑해.
그래. 그 말을 하는 순간엔 거짓말이 아니겠지만 결국 언젠가 거짓말이 되지.
최희 맞아. 그 말은 지금 이 순간 너를 사랑해, 라는 의미일 거예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 결국 한 사람을 선택하고, 그 사람이랑 평생을 보내잖아요.
파비앙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해. 영원히 한 사람을 사랑하는 거.
최희 그렇지? 그런가? 다른 사람을 보고 잠시 설렐 수는 있어도, 결국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는 거지?
▶ 파비앙이 입은 코튼 캔버스 소재의 로고 패턴 재킷·화이트 코튼 팬츠는 모두 질 샌더, 버튼다운 칼라 셔츠는 마시모두띠, 슈즈는 코스 제품.
둘 다 로맨티시스트네요. 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관계를 유지하는 건 ‘정’이죠.
최희 그런데 정이 사랑일 수도 있어요. 콩닥거리는 감정만 사랑이라고 할 순 없어요.
파비앙 문화 차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프랑스 사람들한테는 ‘썸’이라는 감정이 없어요. 진지하게 좋아하거나 아예 친구가 되거나. 애매해지기 전에 정리를 하는 거죠.
최희 내가 요즘 연애를 못하는 이유가 썸 때문이야. 썸을 못 타겠어. 아니면 아니고 맞으면 맞는 거지. 애매하게 못하겠어.
파비앙 프랑스 사람들도 보자마자 사귀는 건 아니니까 대충 기간이 있어요. 2주 정도.
최희 그 안에 결정해야 하는 거야?
파비앙 응. 만약 호감이 있다면 그럼 더 알아보다가 결정해야 해요.
최희 맞아, 그래야지.
길을 걸어가는데 마음에 드는 이성이 지나가요. 어떻게 할 거예요?
파비앙 예전에는 말을 걸었을 거예요. 지금은 그렇게 못해요. 연예인이어서가 아니라… 못하겠더라고요.
최희 그런데 첫눈에 반한다는 건 외모에 반한다는 거잖아요. 나는 외모를 보고 반한 적이 없어요.
파비앙 느낌이 중요해?
최희 느낌이 중요한데, 한 번 보고 누군가 좋아진 적은 없어. 나는 오래 걸려.
사랑이란 거 어렵구나.
파비앙 그런데 포기하면 안 돼요.
최희 나는 최근에,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랑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내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힘들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감정이 밑바닥을 치고 나니까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해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최희 유한 사람. 성격이 너무 세면 힘들어요.
유한데 못생겼어요.
최희 잘생기고 센 사람보다는…. 그런데 모르겠어요. 점점 기준이 흐릿해지고, 내가 누굴 좋아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누군가를 되게 좋아하고 싶은데.
지쳤구나.
최희 지쳤어요. 이젠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누굴 되게 좋아할 때의 그 감정이 그리운데 막상 누가 다가오면 차단해요. 허허.
뭔지 알 거 같아요.
최희 무서우니까 그런 거 같아요.
▲ 최희가 입은 화이트 민소매 셔츠는 바네사 브루노, 오렌지 풀스커트는 푸시버튼, 사각 귀고리는 3.3 필드 트립 제품. 파비앙이 입은 분홍색 니트톱과 오렌지 팬츠는 모두 푸시버튼 제품.
사랑 때문에 괴로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음, 과거에 힘들 때 어떻게 견뎠어요?
최희 언젠가 헤어진 후 너무 힘들었을 때 창밖을 봤어요. 어떤 여자는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고 있고, 누구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고, 누구는 통화를 하고 있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사람도 누구랑 헤어졌겠지? 저 사람도 누구 때문에 죽고 싶은 적이 있었겠지? 저 사람도 나처럼 힘들었겠지? 그러다가 받아들이게 됐어요. 아, 다 이렇게 사는구나, 나만 아픈 게 아니구나. 우리 엄마도 이렇게 살았겠구나. 위안을 느꼈어요.
파비앙 저는 힘든 걸 받아들여요. 사랑하기 때문에 힘든 거니까, 그것도 사랑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고통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에요.
최희 예전에 누가 저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사랑이 중요해? 일이 중요해? 전 사랑이 중요해요. 일하는 거 너무 힘들지? 스트레스도 받고 몸도 피곤하지? 네 뜻대로 잘 안 되지?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고귀한 사랑이 네 뜻대로 되겠어? 그게 싶겠니? 그 말 듣고 깨달은 게 많았어요.
파비앙 그 모든 게 사랑이기 때문에 이해되는 거예요. 사랑이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는 사랑의 감정을 버리고 살 수는 없어요.
결국 사랑은 희망을 의미하니까?
파비앙 네. 맞아요.
최희 맞아, 그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인 거지.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OSCARSCAR
STYLING: 배보영
HAIR: 김남현(제니하우스)
MAKE-UP: 김자영(제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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