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글렌리벳 팩홀스 브릿지
우선 ‘Single Cask Edition’이라는 표기가 크게 보인다. 한 개의 오크통에서 꺼내 병에 담은 에디션이라는 뜻. ‘26967’은 오크통 번호다. 더 글렌리벳 증류소 안에 수만 개의 오크통이 있고, 팩홀스 브릿지는 26967번 오크통에 있는 원액으로 만들었다. ‘27/02/2014’는 병입한 날짜다. 오크통에 원액을 넣은 사람은 더 글렌리벳 마스터 디스틸러인 앨런 윈체스터다. 그래서 그의 서명이 적혀 있다. 무려 51.4도다. ‘캐스크 스트렝스’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간단하다. 숙성시킨 위스키 원액을 오크통에서 꺼내 바로 병에 담는다. 희석도 하지 않고, 걸러내지도 않는다. 그런데 팩홀스 브릿지는 뭐지? 다리인가? 맞다. 글렌리벳 마을에 가면 팩홀스 브릿지라고 부르는 다리가 있다.
2 임페리얼 19 퀀텀
임페리얼은 레이블이 없다. 없어서 오히려 이야기할 게 많다. 위스키는 전통과 지역색을 강조하는 술이다. 그런데 임페리얼이 강조하는 것은 ‘모던’ 즉 현대성이다. 심지어 임페리얼 19 퀀텀의 경우 은색 프레임으로 감쌌다. 이런 위스키는 전 세계에 임페리얼뿐이다. 2014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까지 했다. 상단에 ‘Blended Scotch Whisky’라고 적혀 있다. ‘스카치’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협회의 규정을 준수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다. 협회의 허가를 받은 지역에서 위스키 원액을 증류,
숙성, 병입해야 한다. 임페리얼은 국산 위스키지만 스코틀랜드에서 만든다. ‘블렌디드’ 즉 블렌딩을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춰서.
3 티토스 보드카
가운데 증류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레이블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Pot Still’이라고 적혀 있다. 단식 증류기다. 소량 생산밖에 할 수 없다는, 고급 증류주를 만들 때 사용한다는,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일일이 조작해야 한다는 바로 그 증류기다. 증류기 그림 아래 ‘6 Times’
라고 적혀 있다. 6번이나 증류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강조하고 싶었을까? ‘Handmade’라는 글자가 유독 당당해 보인다. (그런데 프리미엄급 보드카는 대부분 단식 증류기를 사용하고, 당연히 핸드메이드로 만든다.) 재미있는 게 있다. 티토스 보드카는 미국 텍사스가 고향이다. 텍사스에서 보드카라니, 생소하다. 미국은 옥수수가 넘치는 나라다. 보드카는 여러 곡물로 만든다. 티토스 보드카는 옥수수로만 만든다.
4 와일드 터키 81
‘Wild Turkey’라는 이름을 설명하면, 1855년 어느 날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칠면조 사냥을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이때 오스틴 니콜스라는 양반이 버번위스키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래서 이름이 ‘야생 칠면조’가 됐다. 그런데 잠깐. 버번위스키는
또 뭔가? 노스캐롤라이나 주 옆 동네에 켄터키 주가 있는데, 버번은 이곳의 ‘군’에 해당한다. 버번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라 버번위스키다. 그래서 레이블에 ‘Kentucky’와 ‘Bourbon’이 적혀 있다. 와일드 터키 레이블에서 생소하고도 의미 있는 것은 ‘81’이라는 숫자와 그 아래 적힌 ‘Proof’라는 글자다. ‘Proof’는 증류주의 알코올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1 ‘Proof’가 0.5% 알코올 함유량을 의미한다. 81 곱하기 0.5를 하면 40.5가 된다. 그래서 와일드 터키 81은 40.5도다.
5 노일리 프랏
햇빛을 듬뿍 받은 포도나무 덩굴이 ‘Noilly Prat’이라는 글자를 둘러싸고 있다. 노일리와 프랏이 만들었다. 프랏은 노일리의 사위다. 포도나무 덩굴은 이 술의 특징을 가늠하게 한다. 와인인가? 베르무트다. 와인에 향초와 약초를 섞어서 만든 술이다. 덩굴 아래 그림을 보자. 수십, 수백 개 오크통이 바깥에 있다. 설마 저 상태로 와인을 숙성시키려고? 정말이다. 1년 동안. 그러고 나서 향초와 약초를 블렌딩한다. 그런데 베르무트, 그러니까 노일리 프랏은 뭐에 쓰는 술인가? ‘Original Dry’라는 글자 보이나? 드라이! 맛이 자극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무슨 술에나 어울린다는 말. 칵테일의 훌륭한 재료다. 마티니를 만들자.
6 발렌타인 30년
발렌타인을 빼고 레이블을 이야기하는 건 무의미하다. 발렌타인은 스코틀랜드를 대변하는 위스키다. 레이블에 다 나와 있다. 스코틀랜드 국기를 양쪽에 두 개나 그려 넣었다. 국기를 넣은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발렌타인뿐이다. 중앙의 방패에는 보리, 물, 증류기, 오크통이 그려져 있다. 위스키의 기본이고 모든 것이다. 바탕은 파란색과 노란색이다. 파란색은 물을, 노란색은 보리를 상징한다. 위대한 위스키는 역사와 권위를 강조한다. 1895년 빅토리아 여왕은 조지 발렌타인에게 왕족 칭호를 내렸다. 발렌타인이 서민의 술인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레이블은 말한다. ‘Amicus Humani Generis’라고. ‘모든 인류의 친구’라는 의미다. 물론 귀족 친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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