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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정식

발걸음 한 번으로 대양을 뛰어넘는다.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먼 나라의 초대, 세계 가정식.

UpdatedOn December 08, 2014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서촌 골목을 걷다 보면 CG로 끼워 넣은 듯한 하얀 가게가 소박한 간판과 함께 나타난다. 직접 그린 화려한 색감의 표지판에 발길 멈추고 초록색 유리문을 열면 테이블 세 개가 놓인 가게 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프랑스 음식을 팔지만 가게 이름은 주인의 남편이 좋아하는 영국 영화에서 따왔다. 인테리어, 소품, 곳곳의 그림 모두 주인의 솜씨다. 메뉴판엔 갖가지 색깔로 재료까지 그려 넣은 음식 그림 세 개가 있다. 프랑스에 사는 동안 이웃에게 배운 요리 중 가장 자신 있는 메뉴를 선정했다. 대표 메뉴는 프랑스 가정식인 쇠고기 와인찜 뵈프 부르기뇽. 한국의 갈비찜과 비슷한 메뉴로 쇠고기와 채소에 와인을 넣고 쪄내어 밥과 함께 먹는다. 레드 와인이 깊게 배어 부드러워진 쇠고기는 큰 덩어리가 무색하게 한번에 씹힌다. 채소는 푹 삶아 기름기 없는 깔끔한 소스와 함께 고기와 어우러진다. 또 다른 메뉴 중 하나인 라타투이는 프랑스에서 빵에 곁들여 먹는 음식. 이곳에서는 오랜 연구 끝에 염도와 양념을 밥과 어우러지게 변형했다. 한 접시에 아담하게 담겨 나오는 정말 ‘집 밥’이다.

메뉴 뵈프 부르기뇽 1만5천원, 라타투이 1만1천원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19 문의 070-8877-8075


꾸스꾸스

한적한 길에 짙푸른 간판이 존재감을 뽐낸다. 튀니지? 생소한 이름이 깊숙이 위치한 가게 안으로 걸음을 이끈다. 호무스, 브릭, 꾸스꾸스 등 음식 이름도 생소하다. 하지만 이내 담백한 맛에 놀라며 그동안 얼마나 자극적인 음식들을 먹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꾸스꾸스의 음식은 한국 입맛을 생각하지 않은, 가감 없는 튀니지식 그대로다. 주인이 튀니지에 살면서 한 가족을 만나 먹고 요리하며 배운 메뉴 중 국내에서도 통할 것 같은 메뉴를 선택했다. 그릴에 구운 고추와 토마토를 빻아 만든 샐러드는 전통 빵과 함께 먹는다. 짠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담백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으깬 감자, 치즈, 참치와 반숙 계란을 얇은 피에 싸 튀긴 브릭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이다. 메인 요리는 양고기와 소스를 곁들인, 좁쌀처럼 생긴 파스타의 한 종류인 꾸스꾸스다. 중동 특유의 향이 느껴지지만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는 없다. 고기는 닭고기로 바꿀 수 있다. 요리에 곁들여 따로 나오는 올리브가 인상적이다.
인테리어 소품, 그릇 하나하나부터 재료까지 모두 튀니지에서 가져온 주인장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메뉴 브릭 8천원, 꾸스꾸스 세트 1만8천원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16-2 문의 02-6357-5762


28테헤란로

이태원에 유명한 일본 가정식집 ‘메시야’가 있었다. 하루에 한 메뉴만 팔고, 메뉴는 돌아가며 바꾸었다. 4년 정도 운영한 메시야는 얼마 전부터 문을 닫았다. 메시야를 운영하던 주인이 남동생과 함께 28테헤란로를 열었기 때문이다. 문을 연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사무실 용도로 사용하던 곳에서 식당을 꾸린 이태원 메시야와는 다르게 탁 트인 공간과 넓은 주방이 돋보인다. 메뉴도 이제는 네 가지. 추후 늘려 나갈 예정이다. 메뉴는 일본에서 9년 동안 요리를 배우고 돌아온 주인이 자신 있는 것으로 선택했다. 모든 메뉴는 정식으로 반찬과 함께 준비하는데, 각 정식마다 한 접시에 9~10가지의 그릇을 내놓는다. 조그맣게 돌돌 말린 물티슈가 어울릴 정도로 앙증맞다. 밥과 선택한 정식의 메인 메뉴에 가쓰오부시를 올린 연두부, 장아찌, 샐러드, 양념을 올린 오이, 견과류를 기본 반찬으로 내놓는다. 디저트는 과일이나 떡으로 매번 다르다. 처음에는 반찬도 모두 정통 일본식으로 만들었으나 사람들 입맛에 맞지 않아 남기는 일이 잦자 조금씩 바꾸어 지금의 반찬으로 정했다고. 일요일은 영업을 쉬며 반찬과 소스를 준비한다.
28테헤란로는 직사각형의 접시와 닮은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을 내놓는 가게다.

메뉴 하야시라이스 정식 1만6천원
주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98길 28 성연빌딩 2층 문의 02-6219-2828


1988 일미오삐아또

1988 일미오삐아또는 어반자카파의 멤버 박용인이 문을 연 이탈리아 가정식 가게다. 평소 요리에 관심과 애정이 많아 현지 이탈리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열었다. 셰프도 직접 섭외하는 등 공을 들였다. 대표 메뉴는 딸리올리니 알 라구 볼로네제. 양념에 고기를 졸인 라구와 쫄깃한 생면이 조화를 이뤘다. 짜지 않고 감칠맛 나면서, 혀끝으로 부드러운 고기 식감도 느낄 수 있다. 잘라 넣은 토마토는 달달함을 더한다. 무겁지 않은 면과 함께 목 안까지 훈훈한 기운이 가득 찬다.
일반적인 파스타보다 넉넉한 양에, 하얗고 둥글둥글한 플레이트가 가정식의 다정함을 느끼게 한다. 1988 일미오삐아또는 서로 다른 느낌의 홀 두 개와 1층 분리석, 또 다른 분위기의 아담한 다락까지 똑똑하게 공간을 활용하였다. 작가를 직접 초청하여 작은 전시를 몇 달에 한 번씩 바꿔 연다. 일주일에 한 번 예약제로 심야식당을 운영하며 영화 상영 계획도 있다.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겠다는 주인의 생각이 집에서 벌이는 잔치 같고 푸근하다.

메뉴 딸리올리니 라구 볼로네제 2만3천원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140길 6 문의 02-928-5201

photography: 이준열
GUEST EDITOR: 박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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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이준열
Guest Editor 박예은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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