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기성율 Food Stylist 김노다 Editor 김민정
가끔 입이 짧은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건강에 좋다는 음식까지 그들의 짧은 입은 가지 못하는 곳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중 가장 아쉬운 건, 장어 요리! 여자는 50%, 남자는 30% 정도 그 신의 요리로부터 소외당했다. 죽을 때까지 그 끈끈한 맛을 보지 못할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 하나면 끈적한 여름 기운을 확실히 털어낼 수 있고, 매일 아침 미적지근한 연인의 표정에는 깊은 미소가 새겨질 것이다. 여름내 잠들어 있던 정력과 기력을 확실히 깨워줄 장어덮밥,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조리법은 라면 끓이기보다 조금 더 어렵고, 가격은 동네 자장면 값 수준인 기특한 장어덮밥을 소개한다.
재료
햇반 1개(300g), 장어 1팩(1마리), 장어소스 간장 맛(시중에서 판매되는 것), 대파 1줄기, 붉은 고추 1개
Recipe
① 장어를 쿠킹 팁에 나와 있는 방법으로 씻어내고 중지만 한 크기로 썰어놓는다(굽고 나면 엄지 크기로 변할 것이다). 석쇠에 올려 앞뒤로 초벌구이를 한다. 집에서 하기엔 다소 힘든 작업이지만 풍기는 고소한 냄새는 최고의 애피타이저가 된다. 약간 오므라들면서 끝부분이 노릇해지면 불을 끈다.
② 냄비에 소스와 초벌구이한 장어를 넣고 센 불에 끓인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재빨리 중간 불로 조절하고 위에 쿠킹호일을 살짝 덮어둔 다음 30분 정도 조리면 된다. 국물이 자작해지면 불을 끄고 살살 건져낸다.
③ 햇반 위에 장어를 가지런히 눕힌 다음 대파, 붉은 고추를 채썰어 올리면 완성이다.
Cooking Tip
장어를 백화점 등지에서 구입할 때는 필히 씻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먹기도 전에 속이 우글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씻지 않은 채 포장되어 있는(하지만 값은 조금 저렴한) 장어를 샀다면 흐르는 물에 점액을 씻어내야 한다. 웬만한 남자라면 괜찮겠지만 혹, 곱창도 못 먹을 정도로(그 정도라면 장어는 입에도 갖다대지 않겠지만)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괴로운 일이다.
우선 손(반드시 고무장갑을 끼라고 권하고 싶다)으로 머리 부분을 잡고 길게 늘어뜨린 후 꽃소금을 한 움큼 쥐고 머리부터 꼬리 부분까지 훑어내린다. 이를 2~3회 반복하면 장어 특유의 검은 점액을 씻어낼 수 있다. 덮밥을 만들 때 장어를 구워내면(혹은 조려내거나) 생각보다 많이 수축된다. 그러므로 8cm 정도의 길이를 원한다면 12cm 정도로 잘라서 구워야 원하는 길이가 나온다. 좀 더 장인 정신을 발휘해 소스까지 직접 만들고자 한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까쯔오장 50cc, 진간장 3큰술, 맛술 3큰술, 청주 4큰술, 설탕 60g, 청양고추 1개, 대파 2줄기, 생수 400cc를 넣고 끓여주면 된다. 조려낼 때는 불의 강도를 주의하면서 타지 않게 조려내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서 장어와 가장 궁합이 좋은 복분자주와 함께 한다면 확실한 ‘보양의 묘’를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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