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rmenegildo Zegna + Park Chanwook
박찬욱 감독이 제냐와 함께 만든 영상은 패션 필름이라기보다 단편 영화에 가깝다. 영상을 보면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도 보이고 제냐의 ‘때깔’ 다른 수트도 눈에 띈다. 하지만 제냐는 분명 조연이었고, 박찬욱 감독이 생각하는 사회, 그리고 선순환에 대한 깊은 고찰이 주연이다. 패션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물론 이 필름의 진짜 주연은 따로 있다. 영화 <천당구>와 <사대천왕>에 출영한 아시아계 배우 ‘다니엘 우’와 <아메리칸 허슬>에 출연한 ‘잭 휴스턴’이 주인공을 맡았다. 9월에서 10월까지 공개되는 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3편의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최종 완결편은 2014년 10월 22일 개최되는 상하이 국제 패션 위크 폐막식에서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러한 ‘크로스 컬처 무비’야말로 패션 필름의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싶다.
2 Gap + David Fincher
데이비드 핀처는 영화 <파이트 클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진 감독이다. 그는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특징인데, 이번엔 갭과 함께 ‘드레스 노멀’이라는 주제로 필름을 제작했다. 그는 ‘키스’ ‘드라이브’ ‘계단’ ‘골프’라는 네 가지 흑백 필름을 통해 갭에서 새롭게 제시하는 ‘블랙은 컬러다’와 ‘어두운 컬러를 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독창적인 영상으로 담아냈다. 이 필름은 영화의 중반부에 있는 듯한 장면으로 시작되어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어떠한 대사나 설명 없이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배경음악으로만 채워진다. 물론 후반부에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 ‘스타일보다 행동으로 먼저 말하라’라는 자막을 통해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드레스 노멀’을 강조한다. 결말을 관객에게 열어놓는 어려운 예술 영화보다 훨씬 명료하다.
3 Rag & Bone + Wendy Morgan
웬디 모건은 다수의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로 호평을 받은 디렉터다. 그는 짧으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그녀의 다른 작품들과 같은 맥락(추상적인 방식)으로 2014 F/W 랙앤본을 담아냈다. 두 명의 남녀가 벌이는 댄스 퍼포먼스에서 웬디 모건은 아름다움을 포착해낸다. 마치 새가 비행하는 듯한 동작들이 이어지는데 그 아름다운 몸짓은 랙앤본의 니트와 코트 등의 실루엣을 표현한다.
4 Cos + Lernert & Sander
대부분의 패션 필름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재미’가 빠졌기 때문이다. 반면 2분이 채 안 되는 코스의 이번 영상은 마치 20초처럼 짧게 느껴진다.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
네덜란드의 아티스트 듀오 레르너르트와 산더르가 음향 효과 전문가(아트 디렉팅, 아트 필름, 설치 미술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답게 의류와 액세서리에서 나는 ‘소리’를 갖가지 도구들을 사용해 효과음으로 재현하는 모습을 담았다. 모델이 지퍼를 올리면 스튜디오에 있던 이들이 블라인더로 지퍼 올리는 소리를 대신한다.
그게 또 딱 들어맞는다. 그래서 재밌다.
ASSISTANT: 김재경
EDITOR: 이광훈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