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rves
스카프의 위력이 맹렬하다. 스웨터 안, 재킷 라펠 안으로 수줍게 정돈해 넣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커다란 숄처럼 어깨 위에서 늘어뜨리는 스타일링이 여러 쇼에서 보였다. 이제껏 부수적이었던 스카프가 아우터 혹은 이너의 역할을 할 만큼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괜찮은 연출법이 있다. 삼각형으로 접은 뒤 어깨에 대충 올린 뒤 양 끝을 묶는 법, 그리고 직사각형으로 길게 접어 둘러 아우터 안을 풍성하게 하는 법. 스카프의 정당성은 얼마나 고급스럽냐에 달렸다. 패턴, 색상, 소재 어느 하나라도 경박하다면, 옷을 하나 더 입는 게 백배 낫다.
여러 톤의 파란색이 배열된 스카프 가격미정 에르메스, 굵게 짜인 넉넉한 스웨터 가격미정 올 세인츠 제품.
Side Gore Boots
양옆에 고무 천을 넣은 높지 않은 부츠다. 첼시 부츠라고도 한다. 이 신발의 유용함은 몇 날 며칠 신어보지 않고선 절대 모른다.
수트에 신어도 웬만한 구두 못지않고, 통통하고 짤막한 울 팬츠에 신으면 제 짝처럼 궁합이 좋다. 사이드 고어 부츠의 잠재력을 볼 수 있는 건 남루하게 입은 날이다. 밑단을 성의 없게 자른 데님 팬츠에 낡은 MA-1을 입어도 이 신발 하나면 차려입은 기분이 살짝 난다.
(위부터) 밤껍질처럼 반질한 사이드 고어 부츠 67만9천원·고동색 스웨이드 사이드 고어 부츠 67만9천원 모두 까르미나 by 유니페어, 쿠셔닝이 좋은 검은색 사이드 고어 부츠 49만5천원 시스템 옴므 제품.
Flannel Shirts
생로랑의 공로였을까. 플란넬 셔츠를 허리에 두른 남자들을 여름 내내 봤다. 이제 진짜 플란넬 셔츠의 계절이 당도했다. 허리에 묶고 어깨에 걸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가장 플란넬 셔츠답게 입어야 한다. 무엇보다 투박하고 남성미 철철 넘치는 것과 잘 어울리므로 대충, 막 입어야 제맛이다. 커트 코베인이라도 된 것처럼. 태만한 남자로 보이지 않으려면 핏이 좋은 걸로 골라야 한다.
(왼쪽부터) 회색 체크 플란넬 셔츠 39만원 일레븐티, 회색과 자주색 체크 플란넬 셔츠 13만9천원·남색과 오렌지색 체크 플란넬 셔츠
13만9천원 모두 시리즈 제품.
Vest
베스트를 잘 입기란 도무지 어렵다. 스리피스 수트라는 완전체가 있어서일까. 따로 떼놓으면 어디에도 섞이지 못할 쭈뼛함이 있다. 쉽고도 재밌는 방법이 있다. 베스트의 점잖음과 전혀 상반되는 옷과 함께 입는 거다. 이를테면 바서티 재킷이나 MA-1 항공 재킷 같은. 베스트 안에는 터틀넥 스웨터가 좋지만 옥스퍼드 셔츠나 플란넬 셔츠도 안 되는 건 아니다. 베스트의 고상함을 떨쳐버리면 의외로 귀여움이 남는다.
가죽과 울 소재로 된 바서티 재킷 47만8천원 골든 베어 by 플랫폼 플레이스, 줄무늬 베스트
28만7천원·팬츠 25만5천원 이스트 하버 서플러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빨간색 터틀넥 스웨터 가격미정 구찌 제품.
Beanies
썼을 때 두상이 예뻐 보이는 비니를 고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겪어본 사람은 알 거다. 돌고래 주둥이처럼 삐죽 솟은 비니는 철없는 애들이나 쓰는 거다. 우리가 골라야 할 건 높이가 높지 않고 탄력이 탱탱해서 머리에 잘 붙는, 밤톨 같은 비니다. 이걸 수트나 코트 위주의 포멀하고 단정한 옷을 입었을 때 쓴다. 색은 아이보리, 캐멀, 남색, 쥐색처럼 얌전한 것만 허용된다.
용을 쓰지 않아도 귀엽게 보일 거다.
(왼쪽부터) 아이보리색 비니·황토색 비니 모두 가격미정 보테가
베네타, 진회색 비니 7만8천원 칩먼데이 제품.
Tuck In
얇은 니트, 두꺼운 스웨터, 스웨트 셔츠 할 거 없이 바지 안으로 쏙 넣어 입는 스타일링이 유독 눈에 띈다. ‘왜?’라고 묻는다면 스웨터의 두께가 얇거나 두껍거나, 바지의 폭이 좁거나 넓거나, 경우의 수만큼 예쁘고 단정하다는 게 이유가 될까. 더하는 게 많아지는 계절엔 이런 실속 있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셔츠 하나 넣어 입는 것이 못 견딜 정도로 불편하거나, 괜히 쑥스럽거나 하는 남자들에겐 절대 해당되지 않겠지만.
카키색 터틀넥 스웨터 11만5천원 코스, 허릿단이 독특하게 디자인된 와이드 팬츠 1백10만원 J.W. 앤더슨 by 무이 제품.
Rectangular Watches
유독 사각형 케이스 시계에 야박하다. 금세 질린다, 두루 착용하기에 좋지 않다 등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사각형 시계의 미덕은 우아함이 극대화되어 있다는 것. 별다른 노력 없이도 시계 하나면 우아해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크기는 아담해야 하며, 갈색보단 검은색 가죽 스트랩이 낫고, 별 필요도 없는 기능은 없어야 좋다. 이걸 윤기 나는 터틀넥 니트를 입은 뒤 그 위에 살포시 찬다.
(왼쪽부터) 탱크 솔로 쿼츠 모델 3백19만원 까르띠에,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씬 트리뷰트 투 1931
1천30만원 예거 르쿨트르 제품.
PHOTOGRAPHY: 이상엽, 조성재
MODEL: 손민호
ASSISTANT: 김형선
EDITOR: 고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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