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성범수
누군가 사브의 영광은 1980년대까지였다 고 말한다면, 솔직히 강하게 반박의 말을 내뱉진 못할 것 같다. 맞다. 그때 사브는 어떤 브랜드보다도 굉장했다. 하지만 모 기업이 바뀌면서 사브의 성격은 조금 모호해졌다. 볼륨 브랜드가 아니었던 사브 마니아들은 차츰 사브에 대한 애정을 버리고 떠나기 시작했다. 사브에 암흑기가 찾아왔다는 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명명백백해졌다. 결국 한국의 도로에서 사브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번에 출시한 2000cc 터보 엔진의 사브 9-3 2.0T 벡터와 2800cc V6 터보 엔진을 장착한 9-3 에어로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9-5와 함께 사브 부활의 사명을 후드 위에 짊어지고 이 땅에 등장했다. 그만큼 다방면에서 소비자를 유혹할 만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엔트리 모델 2.0T 벡터는 기존 엔트리 모델인 리니어에 비해 60마력이 증가한 210마력 고출력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또한 프런트 시트 메모리 기능, 몸을 흔들림 없이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 17인치 휠 등이 기본인데도 오히려 가격은 3천6백90만원이다. 성능은 올리고 가격은 낮춘 정책은 최근 GM코리아가 진행하는 전략이다. 사브의 인지도가 낮아 우선 엔트리급 모델인 9-3 2.0T 벡터를 손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위치시키고자 한 거다. 이런 정책은 최고 250마력 최대 35.7kg·m의 토크를 선보이는 사브 9-3 라인의 최고급 모델인 에어로에도 적용됐다. 코너링 헤드램프를 비롯해 6.5인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 등을 기본 사양으로 장착하고도 5천4백5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확정됐으니까. GM코리아 측은 사양 가치를 고려해 최고 1천3백만원 이상의 인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외관에서 보여준 많은 변화도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를 한층 더 날카롭게 다듬었다. 여기서 한마디 하자면, 사브는 승용 세단이 아닌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다. 폭발적인 성능과 빠른 응답성을 지니고 있어 진중한 일반 승용 세단을 바라보는 잣대로 사브를 평가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달리기를 위한 최적의 디자인은 공기저항계수를 0.28로 달성해 주행 시 양력 발생까지도 다부지게 잡아냈다. 2.0T 벡터와 에어로의 차이는 눈에는 보이진 않는다. 겉모습에서 2.0T 벡터와 에어로의 유일한 차이라면 에어로의 에어인테이크 부분이 블랙이라는 점. 다른 엔진과 다른 변속기만의 조합으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직접 운전을 해봐야 알겠지만, 2.0T 벡터와 에어로의 평판은 좋다. 디자인 부분에서도 과거의 흔적을 찾을 수 있고, 가격도 싸고, 성능도 좋다. 무엇보다 희소성이 높은 차라는 점에서 끌리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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