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기성율, 박원태 Editor 김민정
과거 일본의 스모 도장은 막내가 주로 음식을 담당했다. 요리에 서툰 선수들은 그저 육수에 각종 야채와 고기류를 한꺼번에 넣어 끓여 먹었고 그게 변형된 것이 지금의 창고나베이다. 청담동 와카는 일본 현지에 있는 창고나베 전문점의 한국 지점으로 재료 대부분을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다. 창고나베에는 소금으로 국물 간을 한 시오 창고나베와 해물 창고나베, 미소 된장을 베이스로 한 미소 창고나베가 있다. 미소 창고나베의 경우 우리나라의 된장찌개처럼 구수해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는데 일본 된장 5가지를 믹스하여 일주일간 발효시켜 만든다. 특히 이곳에서는 유자와 통후추로 만든 독특한 소스가 나오는데 이를 다 끓인 나베에 살짝 넣으면 유자 향이 고기 비린내를 없애준다. 창고나베는 샤브샤브와 달리 한국의 전골처럼 한 번에 모든 재료를 넣는다. 처음 고기 완자를 국물에 넣은 다음 배추, 숙주, 파, 버섯, 유부, 두부,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넣고 10분 정도 끓여준다. 이 모든 과정을 테이블 옆에서 직원이 직접 시연하니 낯설긴 하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가격 미소 창고나베 2만원(1인 기준) 위치 청담동 엠넷 뒤편
문의 02-592-9252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샤크스핀탕 (상어지느러미탕)을 끓여내는 곳이 타워차이이다. 보기엔 일반 중국집처럼 보이나 한 그릇에 5만원을 훌쩍 넘으니, 인정 사정 없는 고가의 요리를 판매하는 아방궁이다. 닭고기, 돼지고기, 돼지족, 닭뼈, 상어뼈, 전복, 인삼 등과 함께 각종 야채들을 사정없이 듬뿍 넣어 끓여낸 국물 맛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거기에 중국인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샤크스핀이 들어간다. 그러니 몸에 좋다는 건 13억 중국 인구가 보장한다. 생김새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하다. 여기에 샤크스핀과 궁합이 잘 맞는 숙주와 고수를 넣고 안남미로 지은 밥을 설렁탕처럼 말아 먹으면 된다. 그 맛은 딱히 맵고, 짜고, 달다고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맛이 오묘해 계속 손이 가니 먹어봐야 그 매력을 안다. 특히 시고 달고 짠 오이피클을 간간이 먹어주면 맛이 더 살아난다. 바다의 산삼이라는 샤크스핀에는 다량의 콜라겐이 함유되어 있어 노화 방지에 좋고 무엇보다 스태미너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하니 부부가 함께 먹으면 우리나라 이혼율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가격 샤크스핀탕 소 5만원, 중 9만5천원
위치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1층 문의 02-2057-7007
쌀국수는 도시 처녀들이나 즐겨 먹는 새침한 요리인 줄 알았더니 언제부턴가 숙취 해소용으로 즐기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그 쌀국수란 게 어떤 고기로 육수를 냈는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데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쌀국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이 뽀얀 국물의 쌀국수만을 맛보았던 것. 톰양 쌀국수는 보자마자 침이 고이는 새빨간 국물을 이용한다. 육개장처럼 잘게 찢은 양지에 베트남 고추로 맛을 낸 국물은 입술이 얼얼할 정도로 맵다. 그 칼칼한 맛이 은근 중독성이 있어 계속 생각나게 된다. 그냥 맵기만 한 게 아니라 레몬그래스가 시큼한 맛까지 더하니 한국의 매운 요리와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하노이의 아침에서 맛보는 톰양 쌀국수엔 조미료를 티끌만큼도 넣지 않아 매운 향이 제대로다. 매콤한 톰양 쌀국수를 먹으며 땀을 쭉 빼고 나면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이곳의 국수 양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또, 얼얼해진 입술을 식히기 위해 이곳만의 별미인 바나나 수프도 잊지 말고 먹어보도록.
가격 톰양 쌀국수 1만1천원, 양지 쌀국수 8천5백원.
위치 성수대교 남단 LG 패션 골목으로 직진 문의 02-517-5320
세계 3대 수프로 꼽히는 것이 중국의 샤크스핀, 태국의 톰양꿍, 그리고 프랑스의 부야베스이다. 마르세유의 가난한 어부들은 고기잡이를 끝내고 냄비에 바닷물을 채운 후 팔지 못하고 남은 생선들을 몽땅 넣어 끓여 먹었다.
그 국물을 다 먹은 후 류우(사프란과 마늘이 들어간 마요네즈)를 넣어 만든 요리가 바로 부야베스다. 도베 콴도에서는 토마토 소스와 이탈리안 페퍼를 이용해 부야베스를 퓨전 이탈리아식으로 재탄생시켰다. 홍합, 오징어, 주꾸미, 새우, 토마토, 통마늘, 호박을 재료로 사용하는데 그 맛이 하나하나 살아나 얼큰하고 매운 향이 오래 입에 맴돈다. 우리나라 해물탕과 같은 모양새로 빵이 흠뻑 젖을 정도로 찍어 먹으면 맵지 않게 국물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요리에 와인이 빠질 수 없다. 부야베스는 프랑스 요리지만 산이 많은 와인보다는 묵직한 카르베넷 쇼비뇽 품종의 칠레 와인과 함께하면 맛의 강약을 조절해줄 수 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는 부야베스를 ‘잠들어 있던 용기를 되살려준 바다의 향기’라 했다. 이 겨울에 용기가 필요한 사람은 진한 부야베스의 향에 취해봐도 좋을 듯하다.
가격 부야베스 1만5천원 위치 삼청동 삼청터널 방향으로 직진
문의 02-736-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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