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써머스비
나는 상큼한 게 좋다. 남자가 상큼한 걸
좋아하면 이상한가?
또 나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좋아한다. 술 못 마시는
남자도 이상한가? 어쨌든 나는 그런
이유로 써머스비를 마신다. 애플 사이더로
얼음과 함께하면 차가운 사과 맛 소다를
마시는 기분이다. 시원한 것과 청량한
것들이 좋다. 그래서 메시보다 호날두의
골이 좋다. 물론 한국 대표팀도 골망을
갈라준다면 더 시원하겠지.
EDITOR 조진혁 목 넘김이 청량한 애플 사이더 2천원대.
2. 버니니 클래식
축구를 잘 모르는 내가 유일하게 축구팬
코스프레를 하는 시기다. 맥주 코스프레를
하는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처럼. 맥주병에
담긴 이 여우 같은 와인이 한국에 론칭됐을
때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술 잘 마시는
친구들 사이에서 ‘병목’인 나도, 버니니라면
기꺼이 술병을 들겠다. 톡 터지는 경쾌함과
물리지 않는 달콤함이 좋다. 여름과 남미의
축구에 무엇보다 근사하게 어울리는
술이다. 물론 나는 이번에도 한 병을
넘기진 못하겠지만.
EDITOR 조하나
가볍게 즐기기 좋은 스파클링 와인 4천4백원.
3. 민타임 라즈베리 윗
축구를 좋아하는 편이다. 응원하는
프로팀이 있고, 종종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본다. 월드컵 때 한국 경기가
아니어도 즐겁게 볼 수 있다. 그러니
축구 얘기를 하면 남자들이 놀란다. 나를
동성처럼 대한다. 마시는 술에서라도
여자라는 티를 내야겠다. 민타임
라즈베리 윗은 생김새부터가 여자들만
마실 것 같다. 분명 맥주지만 라즈베리
맛이 난다.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다.
호형호제는 사절이다. EDITOR 안주현 우아한 보틀 디자인이 매력적인 맥주
7천원대부터.
4. 러시안 스탠다드 보드카
오리지널
축구를 알면 축구가 재밌어지는데,
그건 어떤 선수가 본능적으로 창의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보드카는 섞어서
많이 마신다. 온전히 내 맘대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러시아는 대한민국과
같은 조다. 러시아 스탠다드 보드카는
지금의 러시아 대표팀처럼 조직력을 갖춘
보드카다. 러시아 선수들이 보드카를 서너
잔씩 마시고 그라운드에 나타나면 좋겠다.
어찌됐건 경기도 술도 핵심은 창의력. EDITOR 이우성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보드카 500ml
2만8천5백원
5. 몽키 47
의식이 흐릿한 새벽이기에 텁텁함이라곤
어느 구석도 없는 술이 필요하다. 당장
몽키 47을 집어 든다. 주니퍼와 시트러스,
크랜베리의 청쾌함, 이국적인 향신료,
꽃의 달콤함이 미묘하게 섞인 술은 금방
양치질을 한 것처럼 개운하니까. 얼음과
토닉 워터만 있으면 마티니나 네그로니가
아니어도 근사하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쯤, 빈 병에는 보라색 꽃을
꽂아둔다.
EDITOR 고동휘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향기로운 진
10만원대.
6. 복순도가 손막걸리
아는 사람만 안다.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뚜껑을 여는 데 유별난 기술이 필요하다.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천연 탄산이
뚜껑을 여는 순간 폭발적으로 끓어오른다.
샴페인보다 더 풍부하다. 맛도 그렇다.
청량한 탄산에 깊고 부드러운 맛이다.
내 노련한 손놀림으로 한 방울도 넘치지
않게 딸 수 있지만 득점하는 순간엔 아예
축포를 터트려야겠다. 그리고 샴페인 잔에
담아 우아하게 축배를 외쳐야지. 아, 지금
당장 한잔하고 싶다. EDITOR 최태경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누룩으로 발효해 직접
빚은 손막걸리 8천8백원.
7. 하이네켄 보틀
전설전인 하이네켄 광고가 있다.
AC 밀란과 레알 마드리드 경기 대신
음악회에 끌려온 수많은 남자들. 지루하게
보다가 갑자기, 상황이 바뀐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챔피언스리그 주제곡을
연주하고, 화면은 결승전 중계로 이어진다.
남자들은 환호하고, 이벤트를 진행한
여자들은 웃어준다. 그리고 하이네켄
로고.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그 누가 축구
관람할 때 하이네켄을 외면할 수 있으랴.
난 그럴 수 없다. EDITOR 김종훈 축구 응원의 심벌이 된 맥주 가격미정.
8. 히타치노 네스트 XH
photography: 박원태
GUEST EDITOR: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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