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의 빛
(왼쪽부터) 밴딩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프 터틀넥 니트는 레페토 제품. 플라워 패턴의 검은색 시스루 원피스는 페이우 제품. 블라우스는 마쥬, 쇼츠는 H&M 제품.
촬영할 때 즐거워 보였다.
그런 메이크업과 의상을 실생활에서 하기는 힘들잖아.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많이 알려진 얘기지만 미래에 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운이 좋게도 직업 특성상 다양한 옷을 빨리 많이 접한다. 이런 경험이 나중에 독특한 발상을 하는 원천이 되지 않을까.
어떤 것을 디자인하고 싶나?
일단 백이랑 란제리. 그 후에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
오, 구체적이다.
사업자등록도 했다.
사업체 이름은 뭔데?
재경.
재경?
브랜드 이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 이름으로 적어놓았다.
직접 디자인한 란제리를 입고 있는 재경을 보고 싶다.
으하.
레인보우 블랙은 도발적이고 섹시하다. 인터넷을 보면 ‘여자 아이돌이 뜨려고 발악한다’는 요지의 기사가 많다. 사실 그 기자들이야말로 클릭 수 유도하려고 발악하는 거지만.
처음 블랙의 콘셉트가 정해졌을 때 부담은 됐지만 잘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했다. 멤버들이랑 영상도 찾아보고, 클럽도 갔다.
클럽 가면 알아보겠다.
트레이닝복 입고 화장 안 하고 가면 눈에 안 띈다.
그런데 회사에서 다 정해주는 거 아닌가? 스스로 연구해야 하는 건가? 아이돌은 뭘 입고 포즈를 어떻게 취하는지까지 회사에서 정해주는 줄 알았다.
우리는 그런 것 없다. 어떻게 이미지 메이킹을 할지 각자 정한다. 내 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도 굉장히 자유롭다.
레인보우는 멤버가 7명인데 레인보우 블랙은 4명이다. 모두 블랙을 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조절하지?
나는 이 팀이 좋고 고마운 게, 준비만 되어 있다면 언젠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거다. 멤버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 너희는 불화가 없니?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말 없다. 다른 세 명의 멤버들이 항상 우리를 도와준다. 안무 영상도 같이 봐주고 데모곡도 함께 들어준다.
하지만 기자들은 계속 물어보지.
그런 것이 재미있겠지. 내가 다른 멤버에 비해 활동을 많이 했다. 초반엔 미안했다. 그런데 내가 빨리 성공하고 이름을 알려야 레인보우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기회가 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잘하고 싶었다. 레인보우에 재경이 말고 누가 있지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게 임무니까.
그런데 그 궁금증이 생각보다 안 생기는 거 같지 않나? 레인보우의 인기가….
답답하기는 한데 가요계에 아이돌이 정말 많다. 우리 정도면 사랑을 꽤 받는 거다. 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래도 일단 멤버들 모두에게 목표가 있고, 꿈은 크게 가지는 것이 좋으니까 더 전진해야겠지.
그런데 이렇게 마주 보는 거랑 카메라로 찍은 모습을 보는 거랑 다르다.
내가 팀에서 ‘3발’을 맡고 있다.
3발?
화장발, 조명발, 화면발.
실물도 예쁘다. 사귀자고 말하고 싶을 만큼. 형식적인 질문을 하겠다. 형식적으로 답해도 괜찮다. 남자 아이돌 중에 누가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하나?
김수현 씨라고 하면 안 되나?
어느 팀에 있는 김수현 씨지?
아니, 도민준….
아, 나랑 비슷하게 생긴 별에서 온 친구? 형식적인 질문을 하나 더 하겠다. 많고 많은 걸 그룹 중에서 레인보우만의 변별력은 뭔가?
레인보우는 지치지 않는다.
다른 걸 그룹은 지치나?
회사 사장님이 예전에 말씀하셨다. 너희를 보면 눈동자에서 빛이 난다, 그래서 나는 너희를 절대 놓칠 수 없다고. 이 빛이 레인보우의 힘이다.
현영의 관능
낯을 많이 가리나?
좀 가린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가 무표정하게 있으면 기분 안 좋은 줄 안다. 기분 좋을 때도 안 좋은 줄 안다. 원래 쾌활한 성격인데.
그런데 촬영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해서 놀랐다. 요염하고 관능적이었다.
뭐, 빤한 대답인데, 할 때는 최선을 다한다. 내가 집중력이 좋은 것 같다. 농담이다.
농담으로 한 말 아니어도 괜찮다.
나도 여기서나 막내지 다른 팀 가면 리더급의 나이다. 어려 보여서 귀여운 콘셉트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성격에는 이런 콘셉트가 더 잘 맞는다.
관능적인 거?
약간 센 콘셉트? 그래서 아까 물 만난 고기처럼 휙휙 잘한 것 같다.
물 만난 물고기니까 블랙의 콘셉트도 무리가 없겠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내가 너무 쉽게 본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야한 것과 섹시한 것, 이게 굉장히 미묘한 차이라는 것을 블랙 활동하면서 깨달았다. 야하지 않으면서 섹시한 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뭘 연구까지 해?
할 때는 최선을 다한다니까.
블랙은 활동 기간이 짧다. 2월까지라던데 아쉽지 않나?
하지만 다음에도 이런 유닛으로 나올 수 있으니까. 일곱 명이 다니다가 네 명이 다니니까 좋은 점도 있지만 활력이 좀 없다. 다 같이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멤버들을 정말 좋아하나 보다.
가족 같다. 행복하다.
걸 그룹과 인터뷰하면서 행복하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보통 ‘좋다’고 말한다.
좋기도 하고. 가끔 다 같이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너무 웃겨서 힘들 때가 있다.
블랙 멤버 중에선 누가 제일 웃긴가?
장르가 다 다르다.
현영의 장르는 뭔가?
비방용.
비방? 오, 나도 비방에 일가견이 있다.
그 비방이 아니라 비방송용.
예를 들어볼까? 야한 거?
야한 것도 있고, 말하면 안 되는 것도 있고. 여기까지.
(옆에 있던 재경이 끼어들었다.) 내가 얘 결혼식 날 축시해주기로 했다. 비밀을 폭로하는 축시다.
현영에 대해 폭로할 게 많구나?
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재경이 말했다.) 결혼식 때 봅시다.그렇게 따지면 다 있어. 축시만 다섯 시간 해야 할걸.
블랙을 해서 좋은 것 하나와 아쉬운 것 하나를 말해보자.
아쉬운 것은 적막해진 것. 다 같이 있어야 더 재밌다. 좋은 점은 차를 넉넉하게 타는 것. 이렇게.
몸으로 설명 안 해줘도 된다.
블랙은 네 명이니까 차에서 누워서 간다. 솔로를 하면 굉장하겠어, 라는 생각도 했다.
블랙, 조금 더 하면 안 되나? 인터뷰하면서 느꼈는데, 보여줄 게 많은데 아직 못 보여준 팀 같다.
나도 그러고 싶다. 레인보우는 섹시한 것도 청순한 것도 귀여운 것도 다 소화할 수 있다. 다양한 매력이 우리의 장점이다.
하지만 난 역시, 관능이 좋다.
하하.
우리의 미래
▲ 가터벨트 달린 망사 톱은 비나제이 란제리, 플레어스커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금색 뱅글은 K.T.Z by 퀸콘셉트숍, 발목 부분에 스터드 장식이 있는 하이힐 슈콤마보니 제품.
왜 블랙인가?
레인보우에는 다양한 색이 있지만 블랙은 없다. 이번 유닛을 레인보우 블랙이라고 하면 신선하고, 신조어 같은 인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랙 하면 농염하고, 섹시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나? 우리의 의도에 맞는 색이다.
레인보우 블랙과 같은 시기에 나온 걸 그룹들은 전부 섹시 콘셉트였다. 왜 섹시해지려는 걸까?
가요계의 흐름인 것 같다. 소녀들은 밝고 건강한 이미지만 보여줬다. 그 유행이 다 한 것 같다. 섹시 코드는 가요계의 새로운 유행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섹시 코드는 데뷔한 지 꽤 된 걸 그룹들의 몫이다. 신인이 처음부터 섹시하게 나올 수는 없으니까.
레인보우 하면 ‘텔미텔미’와 ‘선샤인’의 귀여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귀엽고 상큼한 것은 많이 했다. 하지만 밝고 청순한 이미지는 이슈가 되지 않는다. ‘걸 그룹 큐티 전쟁’ 이런 기사는 없으니까. 반면 섹시 콘셉트를 하면 기사가 많이 나오고 주목도 받는다. 자극적이니까. 여러 콘셉트가 유행하지만, 언제나 자극적인 것이 부각된다.
깜찍한 모습보단 섹시한 모습이 더 편한가?
26세에 ‘텔미텔미’와 ‘선샤인’을 받았다. 그때 동갑인 승아, 재경이와 함께 우리가 귀여운 걸 할 수 있는 시기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얘기했다. 앞으로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이 그때보다 마음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레인보우 블랙은 네 명이다. 블랙이 못 된 멤버들도 있다. 블랙의 선발 기준은 뭔가?
나이대가 높은 멤버들로만 구성하려고 했는데, 막내 현영이의 목소리가 글래머러스한 톤이라서 함께하기로 했다. 현영이는 예전부터 아찔한 막내라는 별명이 있었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다.
공개 방송에서 다른 걸 그룹들을 만나면 큰언니지? 부담스럽나?
어린 친구들이라서 더 부담이 없다. 섹시함에 대해서 애들이 뭘 알까? 그들은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 모습이 귀엽다. 예쁘고 창창하다. 우리는 우리만의 매력이 있고, 그들은 그들만의 매력이 있다. 이제는 그걸 인정한다.
20대 후반이 될수록 조급함이 생긴다. 일을 하고는 있지만, 미래가 막막한 느낌. 20대 후반에 겪는 사춘기라고나 할까?
이렇게 살아도 될까? 그런 고민은 한다. 레인보우로도, 고우리 개인으로도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빨리 무언가 돼야겠다는 고민은 없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 내가 뭘 잘하는지 알아냈다. 나는 아이디어를 내서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더라. 또 그 일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일과 접목시켜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구상 중이다. 어떤 걸 만들어볼까?
무엇을 해보고 싶은데?
랩 작업을 한 적이 있다. 그걸 완성시켜보고 싶다. 나는 아직 아마추어니까 프로로 가는 과정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예전에 랩 메이킹 트랙, 영상 등을 찍었었다. 기획을 직접 했는데, 재미 있었다. 앞으로 그런 작업들을 꾸준히 시도하면 어떨까. 기회는 있을 때 잡아야 하니까.
레인보우에서 가장 예능감이 있는 건 고우리 같다. 팬으로서 바라자면,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면 안 될까?
예능은 어렵다. 예능은 캐릭터가 중요하다. 그 캐릭터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나는 캐릭터가 잡히다 만 경우다.
고우리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갖췄다. <슬램덩크>나 <드래곤볼>에 박식하니까.
그걸 지속적으로 보여줬어야 하는데, 흐름이 끊겼다. 아쉬운 일이지.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을 테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거다. 그래도 여전히 예능은 무섭다.
긴장되나?
잠도 못 잔다. 생각이 많아진다. 꾸미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고. 하지만 너무 솔직하니까 지켜야 할 선을 왔다 갔다 한다. 그 선을 맞추는 게 어렵다.
그래도 고우리의 팬은 많다. 정말 많다.
하지만 숨어 있다. 재야의 고수들처럼.
승아의 만족
▲ 원피스는 페이우, 슈즈는 자라 베이직, 오른손 엄지에 낀 반지는 넘버링 by 더 러브 컴즈, 검지에 낀 반지는 토스, 나머지 반지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스로 섹시하다고 느낀 적 있나?
레인보우에서 청순함을 담당한다고 생각했다. 블랙에 합류했을 때, 내가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른 섹시 콘셉트 가수들의 영상을 많이 보고, 공부했다.
누구나 자신이 섹시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순간 말이다.
섹시한 옷을 입었을 때.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거나 진한 메이크업을 했을 때 내가 조금은 섹시한가? 자문해본다. 그 외에는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오승아는 어떤 사람인가?
겉모습은 도도해 보이지만, 알수록 허당 기가 있다. 난 참한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옷을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지만, 성격은 허당이다.
말을 굉장히 빨리 한다. 수다쟁이일 것 같다.
평소에는 말이 많지 않다. 본래는 차분하지만, 활발해야 할 때는 힘차게 활동하는 편이다.
너무 조용하면 힘들지 않나? 그룹에서 돋보이고, 예능도 하려면 말이 많아야 할 텐데
레인보우 블랙 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느낌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내 방식대로 즐겁게만 일해온 것 같다. 무언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 정말 재밌게만 살았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하지만 이제는 고민이 필요한 나이란 건가?
앞으로 뭘 해야 할까? 재작년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대학도 다시 들어갔다.
전공이 뭔가?
상명대 연극영화과를 다녔다. 캠퍼스가 천안에 있는데, 활동하면서 학교를 다니기가 너무 어렵더라고. 작년에 입시를 치러서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입학했다.
그럼 연기가 다음 목표인 건가 다시?
데뷔하기 전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가수를 했나?
삶이라는 게 연기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 연기하고 싶어서 데뷔 전에 뮤지컬 시험을 봤었다. 때마침 친구가 가수 오디션을 보는데, 한 번 도전해보라고 했다.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해서 오디션도 봤다. 뮤지컬과 가수 둘 다 붙었는데, 연기를 하려면 먼저 연예인이 되는 게 빠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수의 길을 선택했다.
치밀한 사람이네.
단지 즐겁게 하자는 모토를 가진 것뿐이지.
지금 일에는 만족하나?
만족한다. 이 일을 회피했어도, 결국에는 했을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성격이다. 나를 표현하는 것, 나를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또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을까?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사실 매일 아이패드에 일기를 쓴다. 잡생각이 많아서 정리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고민 글들의 절반은 연애에 관한 게 많다.
일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래도 무엇보다 사랑이 제일 중요하지.
오승아는 어떤 남자가 좋을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나도 한 발 물러설 수 있고, 그 사람도 물러서서 서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하지만 내가 먼저 그렇게 행동하면, 상대방도 닮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
그런 사람을 어떻게 만나지?
운명에 맡겨야지. 인연이라는 것은 내가 찾아 나선다고 만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바쁘게 일하면 못 만날 것 같다.
그건 하기 나름이다. 바쁘다고 해도 연애할 시간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는 5년 차라서 그런지 활동 안 할 때는 시간이 있다.
뭐, 자기 하기 나름이지.
(왼쪽부터) 밴딩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프 터틀넥 니트는 레페토 제품. 플라워 패턴의 검은색 시스루 원피스는 페이우 제품. 블라우스는 마쥬, 쇼츠는 H&M 제품.
Editor: 이우성, 조진혁
PHOTOGRAPHY: 백상현
STYLIST: 이준미
HAIR: 조영재
MAKE-UP: 류현정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