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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의 자리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자리가 있다. 나인뮤지스의 경리는 지금 여기에 앉아 있다.

UpdatedOn February 13, 2014

흰색 차이니스칼라 블라우스는 올세인츠, 흰색 쇼츠는 앤디앤뎁 제품.

나인뮤지스가 잘 안 되다가, 경리가 들어오고 나서 잘 풀리기 시작했다.
그런 건 아니다. 운이 좋았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데뷔해서, 초반에는 부족한 모습이 있었다. 차츰 정비해 나가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지.

나인뮤지스는 데뷔 때도 성숙했다.
하하. 콘셉트는 그렇지. 그런데 실력이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보여주지 못한 면이 있었다.

음반계는 걸 그룹 포화 상태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음, 나는 팬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데 공감할 수 있는 말은 관심글로 지정하고 사진도 수시로 올린다. 팬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연예인은 처음 봤다더라. 그리고 팬들이 ‘직캠’ 찍으러 오면, 그들에게 다가가서 인사하고, 함께 이야기도 한다.
팬들 입장에서는 색다르니까 더 좋아해주는 것 같다.

그런 행동은 의도적으로 하는 건가?
봐주러 오는 게 좋아서 그런다. 처음에는 사진 찍으러 오는 팬이 몇 없었다. 친구나 언니 같아서 친근하게 지냈다.
그러다 보니 우리를 찾아오는 팬들이 더 많아졌다.

옆에서 친절한 경리를 지켜본 다른 팬들도 경리 팬이 되고 싶겠다.
그래서 많이 갈아타는 것 같다. 하하.

걸 그룹도 소녀 팬이 더 많은가?
팬덤은 여자들이 더 많다. 최근에는 남자 팬도 많아졌는데, 학생보다는 주로 회사원이다.

나 같은 사람들?
맞다. 소수일 때는 부끄러워하더니 이제는 여럿이 다니면서 엄청 큰소리로 응원해준다. 회사를 그만두고 찾아오는 팬들도 있다.

그건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나도 그러고 싶은데, 여건이 되나 보더라. 하하. 휴가 내고 해외도 따라오는 팬들도 있다.

연습생 시절이 길었다고 들었다. 언제부터 시작했나?
고3 때부터 한 4년 정도. 정말 힘들었다. 기획사도 옮겨 다녔다. 가수로 데뷔시켜줄 여건이 안 되는 기획사가 많았다. 그때는 채연의 댄서도 했다. 무대 경험 쌓으라고 해서 소속 가수들의 댄서를 다 했다. 김건모의 전국 콘서트에도 참여했다.
박미경, 이정 등 정말 많이 했다.

힘들었겠다. 연습생 댄서는 얼마 못 받았을 테니.
다행히 먹고살 만큼은 받았다. 그래도 힘들었다. 일단 매니저가 없었으니까. 당시 수원에 살았는데, 새벽마다 방송국에 출근해야 했다. 늘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갔는데, 어느 날은 몸이 너무 아팠다. 걸을 힘도 없었는데…. 생각하면 울 것 같다.

괜찮다. 울어라.
조금 있다가 행사 있어서 안 된다. 음, 그때 겨우 버스를 탔는데, 만차였다. 좌석버스에서 서서 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간 적도 있다. 리허설하다가 토하고, 얼굴이 초록빛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힘들게 끝내도 매니저가 없으니까 집에 가는 것도 고역이었다. 보수는 한참 후에 입금되니까 막차 값도 내야 하고. 종일 연습하고 새벽에 끝날 때도 많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었다. 채연 댄서 의상은 배를 드러내니 몸 관리도 해야 했다. 게다가 돈도 못 버니까 미치겠더라.

검은색 민소매 톱은 올세인츠, 가죽 쇼츠는 자라 제품.

회의감이 깊었겠다. 그 정도로 힘들면 관두고 싶지 않나?
그룹 준비가 안 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 기획사에서 한 3년 지냈는데, 데뷔시켜준다면서 댄서 일만 시키니까 화가 났다. 처음 듣는 노래를 가져와 하루 만에 안무 짜서 무대에 올라가라고 한 적도 있었다. 전문 댄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나는 전문가가 아니었다. 너무 지쳤었다. 하루 종일 울어서 몸이 마비된 적도 있었다.

집에서 반대 안 했나?
엄마는 학교까지 빠지면서 시작했는데, 포기하면 아쉽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당시 내 상황은 처참했는데…. 그 기획사에 들어갈 때 스무 살 정도였는데, 늙었다고 했거든. 그러니 다른 기획사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미래가 안 보이는 게 제일 답답하고 힘들었지.

산전수전을 다 겪었네. 나인뮤지스는 어떻게 합류하게 된 건가?
당시 기획사 사장님이 걸 그룹을 준비했는데, 데뷔시킬 여건이 안 됐다. 그래서 현 소속사 사장님에게 나를 소개한 거지.
마침 나인뮤지스 멤버 중 두 명이 탈퇴했거든. 치열하게 살아왔으니 독하겠다.



안 독하게 생겼는데, 의외로 독한 면이 있다. 아니, 독해 보인다. 사진 찍을 때 눈빛이 매섭던데?
진짜로? 아니다. 나 귀여운 면도 많다. 근데 오늘 촬영에 대해 물어봐줄 건가?

하고 싶은 말 있나?
이런 화보 촬영 처음이다. 평소 때는 숨기고 싶은 건 숨기고, 잘할 수 있는 포즈만 보여줬거든. 이마를 드러내고 사진 찍은 것도 처음이고, 자신 없는 부위를 드러내는 게 의외로 재밌더라.

스물다섯의 신인 가수는 쉴 때 뭘 할까? 트위터를 보니까 연습실 사진밖에 없더라.
친구가 별로 없다. 부산 출신인데, 서울에는 가수 친구밖에 없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친구와 영화 보고, 밥 먹은 게 전부다.
다음 날은 연습만 했다. 이 직업은 그런 날에 집착하면 안 된다. 더 우울해진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행사 많을 텐데?
아쉽지만 우리는 크리스마스 때 행사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행사가 늘어서 괜찮다.

연애와 일 중에서 뭘 선택할 건가?
잘만 된다면 일이 더 좋지. 하지만 연애도 중요하다. 일만 하는 인생은 재미없잖아. 이런 얘기를 하면 팬들이 안 좋아한다. 난 솔직한 편이라 연애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거든.

어떤 남자가 싫은가?
얼굴값 하는 남자. 애정 표현을 잘해주는 남자가 좋다. 남자는 여자한테 약간 집착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남자친구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지 의문이 든다.

남자친구한테 집착하는 편인가?
겉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누굴 만나서 뭘 하는지 알고 싶지만, 귀찮아할까봐 내색하지 못한다. 대신 애정 표현을 엄청 많이 한다.

검은색 니트는 레페도, 흰색 하이 웨이스트 쇼츠는
앤디앤뎁 제품.

남자한테 먼저 대시해본 적 있나?
돌직구는 아니지만, 좋으면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고, 나를 좋아하게 만든다. 문자 메시지도 자주 보내고 그러다 보면, 그냥 조금씩 넘어오던데? 하하.

여자들만 있는 조직은 텃세가 심하더라. 나인뮤지스에 합류하고 나서 텃세 좀 느꼈나?
아마 언니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눈치를 좀 봤다. 솔직히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올리는 격이니까. 언니들이 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실력도 덜 보여주고, 기를 못 폈다. 조금 지나서 언니들과 친해지고, 성격도 파악하면서 내 본모습을 드러냈지.

최근 컴백한 걸 그룹들은 전부 섹시 콘셉트다. 서로 더 야해지려고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래 가장 야한 건 나인뮤지스였는데.
그렇지. 이제는 자신만의 것을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나인뮤지스만의 섹시함이 있다.

뭐가 다른데?
일단 키가 크다.

작아 보이는데, 정말 170cm인가? 내가 171cm인데.
이리 와봐라. (경리는 내 팔을 잡고, 메이크업실 거울 앞으로 갔다. 우리는 거울 앞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맞구나.
어릴 때 일찍 잤다. 부모님이 9시만 되면 불을 다 껐다. 편식도 안 했다.

그럼 나중에 먹을거리 관련 방송에 나가라.
우리 팀 민하, 혜미랑 함께 방송해보고 싶다. 걔들은 말랐는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거든.

근데 야한 거 찍으면 부담스럽지 않나?
처음에는 기겁했다. 야한 옷 못 입겠다고 다른 옷 입었었는데, 처음이 어렵지 입어보니까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
이제는 섹시한 게 더 쉽다.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이상엽
STYLIST: 이준미
HAIR: 곽선아(에스휴)
MAKE-UP: 최영옥(에스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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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이상엽
Stylist 이준미
Hair 곽선아(에스휴)
Make-up 최영옥(에스휴)

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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